제680호 김금영⁄ 2020.06.30 16:32:31
스포츠의 열기와 기업의 이색 마케팅이 만났다. 스포츠 대회를 창설 및 후원하고, 스포츠 브랜드와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콘셉트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흥미를 끄는 등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중 두 번째로 스포츠 패션 브랜드 FCMM과 만난 팔도, CJ제일제당과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만남, 롯데제과와 프로 게이머 페이커가 벌인 이벤트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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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 돌풍 일으킨 팔도 X FCMM의 만남…‘팔도비빔면 티셔츠’
팔도비빔면이 캐주얼한 티셔츠로 재탄생했다. 팔도가 FCMM과 손잡고 한정판 ‘팔도비빔면 티셔츠(이하 비빔면 티셔츠)’를 5월 말 선보인 것. 이 컬래버레이션은 식품기업과 스포츠 패션 브랜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으로 주목받았다.
사실 팔도의 스포츠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팔도는 2012년 프로야구 정규 시즌 메인 스폰서에 이름을 올리고 자사 대표 제품을 알려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일차적인 스폰서 차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식품과 스포츠 패션이 만난 기획에 나선 것. 팔도 측은 “기업의 주요 모토가 ‘색다른 즐거움’이다. 이에 맞춰 기존 접하지 못한 재미있는 경험을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공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비빔면 티셔츠는 ‘팔도비빔면 티셔츠’와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 글씨가 괄도네넴띤으로 읽힌다는 점에 착안한 언어유희) 티셔츠’ 2종 세트로 구성됐다. 비빔면 티셔츠는 남녀공용 흰색 반소매 티셔츠로, 팔도비빔면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괄도네넴띤의 매운맛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활용한 레터링 디자인을 살렸다. 특히 브랜드 CM송 가사인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가 영어를 새겨 브랜드 정체성 또한 부각시켰다.
비빔면 티셔츠는 1000세트 한정 수량으로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선보였는데, 출시 당일 2시간 반 만에 완판됐다. 비빔면 티셔츠 출시와 더불어 5월 28일~6월 14일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진행했고, FCMM과의 협업을 기념해 팔도비빔면의 중량을 20퍼센트 늘린 한정판도 선보이고 있다.
팔도 측은 “FCMM은 특히 10~20대 젊은 층에게 있기 있는 스포츠 패션 브랜드다.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보다 팔도비빔면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스타그램 이벤트에도 많은 참여가 이어졌고, 중량을 20퍼센트 늘린 한정판 또한 현재 반응이 좋아 7월 중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로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한화 이글스와 손잡고 왕교자 출시
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만두가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이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와 협업해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이글이글 불꽃왕교자’를 6월 출시한 것. 이번 신제품은 프로야구 무관중 시대를 맞아 집에서 경기를 즐기는 ‘야구 집관족’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CJ제일제당 측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식문화가 보다 확산되면서 집밥족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펼쳐 왔다. 그러던 중 집에서 밥만 먹을 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도 즐기는 집관족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했다. 집밥과 집관 문화가 잘 맞닿으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한화 이글스 측에서도 집관족의 관심을 보다 끌어들이고자 하는 니즈(needs)가 있었고, 양측의 이런 니즈 지점이 잘 맞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컬래버레이션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CJ제일제당과 한화 이글스 양측의 정체성 부각시키기다. 한정판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이글이글 불꽃왕교자는 한화 이글스에서 ‘이글’ 단어를 가져와 연관성을 살렸다. 다양한 맛 중에서는 매운 맛을 택했다. 돼지고기와 더불어 청양고추를 넣은 점이 특징이다. 또 무엇보다 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만두피를 사용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할 때 한화 이글스의 팬들이 매우 열성적인 팬심을 지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 불타는 열정과 매운 맛의 특성이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여기에 매운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수요도 확인했다. 경기를 보며 화끈한 매운 맛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길 바랐다. 또 한화 이글스를 나타내는 오렌지색을 사용해 시각적으로도 눈길을 끌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글이글 불꽃왕교자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프로야구 시즌에 한정 판매된다. CJ제일제당 측은 “현재까지 불꽃왕교자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특히 한화 이글스와의 연관성을 살린 점에서 한화 이글스 팬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각종 SNS에 만두 시식 후기 등이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프로야구 업계와의 이색 컬래버레이션이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경계를 넘나드는 신선한 컬래버레이션엔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앞으로도 소비자에게 재미있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제과 월드콘, 페이커와 e스포츠 마케팅 전개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스포츠 관전 등의 직접 관람이 줄어들면서 간접 관람이 가능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제과는 e스포츠 활성화에 발맞춰 자사 제품 ‘월드콘’의 e스포츠 마케팅을 본격 진행 중이다.
먼저 4월 초 월드콘의 광고모델로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 게이머인 페이커를 발탁, 제품 디자인에 페이커 이미지를 적용한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월드콘의 새로운 맛으로 ‘월드콘 애플크럼블’을 출시했고, 월드콘 3종(마다가스카르 바닐라, 초코, 애플크럼블)의 디자인 전면에 페이커 이미지를 적용,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또 다양한 경품이 주어지는 이벤트를 8월 말까지 진행한다. 별도 제작된 월드콘 이벤트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월드콘과 구매 영수증을 사진으로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페이커 관련 경품과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제과와 페이커의 만남은 화제가 됐다. 컬래버레이션 본 광고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은 게시 1주일 만에 약 10만 여 건 이상의 조회수와 500여 건의 댓글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제과 측은 “당대 최고의 게이머라 불리는 페이커는 팬층이 넓고 인지도도 높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꾸준히 명성을 이어 온 페이커의 앞으로의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그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한국을 넘어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페이커와 월드콘 제품의 정체성이 맞닿은 지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페이커 관련 이벤트에도 많은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며 “월드콘은 올 3월까지의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5% 성장했다. 이 시점에서 광고 모델 페이커를 앞세워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며 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형화된 컬래버레이션 벗어나자”…식품 업계 아이디어 승부전
이처럼 정형화된 컬래버레이션에서 벗어나 보다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색 컬래버레이션 움직임은 식품 업계에서 최근 많이 보이고 있다. 팔도, CJ제일제당, 롯데제과를 비롯해 스포츠 패션 브랜드 휠라와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가 만나 탄생한 서브웨이 티셔츠도 소비자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계를 넘나드는 이종산업 간 컬래버레이션은 자칫 양측의 정체성에서 모두 멀어져 어중간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렇기에 가급적 안정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보수적인 식품 업계에 전통처럼 이어져 왔다”며 “하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는 현 시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병맛 코드가 유행하기도 하는 등 이제 안정만 추구해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이에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자 이종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의 경우 과거의 일차적인 스포츠 대회 후원 또는 모델 기용 방식에서 더 나아가 자사의 정체성을 살리는 기획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특히 e스포츠 분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농심은 국내 e스포츠팀 ‘팀 다이나믹스’ 인수 협약을 맺었고, 한국야쿠르트는 브리온이스포츠가 운영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 팀, ‘브리온 블레이드’와 네이밍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기존 구축돼 있는 스포츠 업계의 팬층, 그리고 기업의 충성 소비자층 모두의 관심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서로 윈윈의 형태를 갖췄다”며 “특히 점점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맞는 특성을 지닌 e스포츠는 미래가 더욱 전망되는 분야다. 이에 e스포츠 업계와 손잡으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보다 톡톡 튀는 컬래버레이션 아이디어 승부전이 마치 스포츠 경기와 같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