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주’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신혼부부인데 남편이 돈 관리를 주식과 펀드로 해야 한다고 하네요. 주식과 펀드 차이가 뭔지 간단하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식과 펀드로 인해서 돈 잃는 건 많이 들어봤는데, 돈을 잃을 뿐만이 아니라 빚이 생길 수도 있는 건가요?”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질문 글을 보면서 안타까운 감정과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신혼부부임에도 주식과 펀드에 대해 잘 몰랐다는 데에서 느낀 안타까움과, 이제라도 알기 위해 질문한다는 데에서 느낀 안도의 감정이었다.
지난 9월 1일 인터뷰한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는 한국을 ‘금융 문맹국’이라고 했다. 금융의 비중과 중요성은 커져가는데 가정과 학교, 사회 어디에서도 돈의 소중함이나 투자 방법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아서다.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다.
그동안 금융업계를 취재하면서 금융 지식을 모르는 성인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물론 중년의 사람들도 재테크나 연금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격차는 벌어지기 마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7%로 1위를 차지했다. 절반에 달하는 노인들이 경제적 극빈층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금융 문맹에서 탈피해 노후 준비를 조금이라도 더 일찍 했더라면 수치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근로시간이 최상위 수준인데, 한국인 중 일부는 왜 빈곤한 걸까. 존 리 대표는 이를 “한국에선 미국과 달리 노동만 배우고 자본이란 걸 안 배운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하면 노후가 잘 되겠지 하고 생각한 것 같아요”라고 해석한다.
노동과 자본은 함께 일해야 하는데, 보통의 한국인은 노동만 열심히 하고 자본인 돈은 묵혀두기만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기준 금리는 0.5%다. 만약, 월급이 들어오는 족족 통장에 저축만 하고 있다면 돈이 불어날 일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젊은 세대들의 투자 열기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을 묵혀두지 않고 돈이 일하도록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이는 돈을 통장에 잠재우지 않고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남기려는 욕구가 증가했고, 카카오페이증권 등과 같은 IT 업체들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펀드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과 흥미가 함께 상승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 신규 입성한 초보 투자자들의 절반은 2030 세대였다. 삼성증권의 상반기 신규 고객 중 30대 이하 비중은 52.5%, 같은 기간 KB증권 신규 고객 중 2030 세대 비중은 56%였다. 주식시장에 첫발을 디딘 고객 두 명 중 한 명은 20~30대인 셈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계좌 개설 누적 인원이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7일 밝혔다. 펀드 투자 건수는 8월에 440만 건을 돌파했다. 지난 7월보다 1.5배 늘어난 수치다. 이는 결제 후 남은 잔돈을 펀드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나 결제 후 리워드를 받는 알 모으기 기능 등이 투자에 재미를 더한 덕분이다.
일각에선 주식에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깜깜이 투자’에 국한된다. 투자자들이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주변 지인의 조언이나 단순히 주식이 오를 것 같다는 감에 의존해 투자하는 방법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의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 주식 초보자를 의미)는 똑똑하고 영리한 투자를 감행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서점가다. ‘부자’나 ‘주식 투자’와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책들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나 블로그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 지식과 투자 정보를 수집하고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경수 연구원은 지난달 26일 ‘개인 장세에 숨겨진 알파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개인 투자자를 높이 평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을 따라 사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스마트 개미’, ‘똑똑한 개인 투자자들’에 이은 찬사다.
앞으로도 똑똑한 개인 투자자들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특히 동학개미운동의 주축인 2030대의 건투를 기원한다. 돈과 함께 일하는 세대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