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6호 옥송이⁄ 2020.09.25 09:10:17
다 컸다. 신체적으로나 숫자상으론. 나이는 만 19세 이상, 통상적으로 ‘성인’이라 불린다. 그러나 완전히 어른이 된 건 아니다. 간혹 취향이나 기억만큼은 아이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있다. 그게 누구냐고? 일명 ‘어른이(어른+어린이)’. 어린이와의 결정적 차이는 경제력이다. 유년기 못 가져본 것, 또는 현재 갖고 싶은 것은 눈치 안 보고 구매하는 어른이들을 따라가 본다. 1편은 특색있는 문방구 이야기다.
명소로 떠오른 어른이 문방구
학교 앞 문방구의 묘미는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 재미에 있다. 가게는 작지만, 빽빽이 배치된 물건들은 신기하고 사고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재미로 점철된 문방구는 마치 미로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어 등하교의 본분을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
이 같은 어린 시절 향수를 가진 어른들이 최근 새로운 문방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성수동의 한 문방구는 줄을 선 어른들로 문전성시. 대기시간은 무려 1시간을 초과하기도 한다. 대기 장소도 여의치 않지만 기다림을 감수하는 이유는 문방구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독특한 콘셉트 때문이다.
3~4평 남짓의 이 문방구는 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운영하는 ‘두껍상회’. 학용품과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진짜 문방구는 아니다. 이곳의 정체는 ‘어른이 문방구’ 콘셉트의 캐릭터샵이다. 판매 물품이 술과 연관된 탓에 미성년자는 물론 출입 금지다.
비록 매장은 협소하지만, 이 회사의 굿즈(goods.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를 총망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의 두꺼비 캐릭터를 주축으로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참이슬 백팩부터 두꺼비 피규어, 러기지 태그, 테라 박스모양 병따개, 필라이트 코끼리 인형 등이 실내를 가득 메웠다.
한 20대 방문객은 “점심께라서 기다려야 한다고 예상은 했는데, 1시간 반이나 기다렸다. 그래도 보람은 있다”며 “오랜만에 대학 친구들과 만났는데 매장 굿즈들이 술과 관련돼 있어서 대학 때 친구들과 술 마시던 추억도 생각나고, 또 굿즈도 소장가치가 있어 여러 개 구매했다”고 말했다.
굿즈 품귀 현상에 팝업스토어 오픈 … 방역에도 만전
하이트진로가 해당 매장을 운영하게 된 이유는 굿즈 품귀 현상 때문이다. 지난 7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펼친 ‘쏘맥 굿즈전’의 경우, 채 1분이 되기 전에 물품이 완판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사 측은 “인기 굿즈와 판촉물을 구하지 못한 고객들의 요청에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굿즈 열풍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개점 이후, 현재까지 4000여 명이 해당 문방구를 다녀갔다. 매장의 인기 요인은 소장가치가 높은 다양한 인기 제품도 많지만, 굿즈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에 방점을 둔 운영에도 있다.
문방구를 연상케 하는 뉴트로(new+retro) 콘셉트뿐만 아니라, 체험과 공유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고려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럭키박스를 구성하고, SNS로 방문 및 구매를 인증할 경우, 색다른 굿즈를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한편, 두껍상회는 코로나19 방역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안전한 팝업스토어 운영방안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웨이팅 시스템이다. 대기 인원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카카오 알림톡 서비스를 시행해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매장 이용고객을 3~4명으로 제한하고 출입 시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 사용,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 2주에 한 번 정기적인 매장 방역도 시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오성택 상무는 “진로와 테라의 성공은 고객들 덕분”이라며 “두껍상회는 그동안 아껴주신 고객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으로 마련했다. 앞으로도 진로와 테라가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어른이를 위한 놀이터 두껍상회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