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9호 이될순⁄ 2020.11.25 10:07:56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도 나오지만 앞으로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가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며 ESG에서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증가해서다. ESG 투자란 기업의 돈벌이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적정한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면서 실행하는 투자를 말한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가 2012년 13조 3000달러에서 2018년 30조 6830억 달러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금융 시장에서도 ESG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는 추세다. 주간 문화경제는 증권사별 ESG 투자 상황을 소개하고 수익률 등을 분석해본다. 세 번째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 ESG 연구 조직 설립
삼성증권은 리서치센터 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연구 조직을 신설했다. ESG 연구소는 기업별 ESG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증권회사 중 기업의 ESG 활동을 전문으로 분석하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은 삼성증권이 처음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때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 △재무 현황과 사업 전망 등이 담긴 보고서에는 삼성전자가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지, △하도급 업체에 불공정한 계약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환경 친화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도 담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리서치센터 내부에 연구소를 신설하는 만큼 ESG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고 가치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ESG 연구소를 설립하는 데는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ESG를 투자의 기본 조건으로 반영하고 있어서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8년 30조 6830억 달러로 2016년 22조 8380억 달러로 증가했다. 2년 만에 25.6% 이상 성장한 셈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기후변화, 공중보건, 환경보호 등 ESG 이슈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ESG 투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지난 1월 기금운용 원칙에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추가하며 ESG 투자를 공식화했다. 환경 등의 요소를 고려해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향력이 큰 기관투자자들이 ESG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기업 ESG 분석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뉴딜코리아펀드’ 출시 … 한국판 뉴딜 펀드의 첫 타자
삼성증권이 ESG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 투자를 늘린다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친환경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판매에 나선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올해 9월 그린·디지털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 주식형 펀드인 ‘삼성 뉴딜코리아펀드’를 출시했다.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한국형 뉴딜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미래 차, 디지털 플랫폼, 기술 혁신 등 ‘Green(그린)’, ‘Digital(디지털)’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삼성액티브운용은 2017년 이후 글로벌 그린 에너지와 관련된 주가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액티브운용 민수아 상무는 “한화솔루션은 글로벌 탑티어 태양광 모듈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롱지가 700%, 미국의 솔라엣지가 1600% 상승할 동안 단 50% 상승에 그쳤다”며 “한화솔루션이 글로벌 탑티어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미국 기업 대비 상승이 적었기 때문에 이 회사의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탄 관련 투자 중단”
삼성그룹의 금융사들이 ESG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기조가 환경과 기후 변화에 맞춰져서다. 특히 ESG 경영은 EU,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탈석탄 정책 강화에 나섰다. 특히 지난 7월 호주의 석탄 수출용 항만 터미널 개발 사업에 투자를 중단하면서 탈석탄 의지를 명확히 했다.
삼성증권이 투자한 호주 애벗포인트 석탄 터미널은 세계 최대 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카마이클 석탄 광산에서 채굴될 석탄이 수출될 항만시설이다. 인도의 아다니 그룹이 지난 2011년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로부터 구입했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9월 2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을 매입했다. 인도 아다니 그룹은 최근 또다시 삼성증권 등에 2100억 원 규모의 재융자를 시도했다. 그러자 환경단체에서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호주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란 이름의 청소년 모임은 지난 7월 시드니 삼성전자 매장 앞에서 불매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카마이클 광산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적 문제들을 알지 못했다”며 “앞으로 삼성증권은 아다니 석탄 사업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정책 개선을 위해 투자 계획들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석탄의 채굴 및 운송은 물론 석탄 발전소 건설 관련 회사에 투자를 금지했다. 석탄 채굴과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포함한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다음 달부터 현업에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