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기자수첩] 광군제로부터 배울 점

  •  

cnbnews 제689호 옥송이⁄ 2020.11.25 18:26:53

“애인이 없어 서러운 당신,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라.”

지난 2009년 중국의 온라인 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이 대대적인 쇼핑 행사 광군제를 시작하며 밝힌 취지다. 광군제는 독신 또는 애인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숫자 1이 네 번 겹쳤다 해서 붙여졌다. 한국어로 풀이하면 ‘독신절’에 가깝다. 싱글 남녀를 겨냥한 광군제의 초반 마케팅은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에 맞아떨어졌고, 현재는 누구나 참여하는 대규모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11월 1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 인근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무대 화면에 2020년 11·11 쇼핑 축제 거래액이 표시되어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인들의 독특한 상술로 시작된 이 행사는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 본 행사인 11월 11일 전날 펼쳐지는 전야제 ‘마오완(猫晚, 알리바바의 밤)’만 봐도 그렇다. 당대를 대표하는 중국 스타뿐만 아니라 팝가수도 등장한다. 지난해엔 테일러 스위프트, 올해는 케이티 페리가 공연을 펼쳤다. 마오완이 판촉 공연이라는 사실마저 잊게 한다.

올해 광군제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광군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품목 다양화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새롭게 가세해 80만 채에 달하는 주택을 판매했고, 직영 오프라인 판매를 고수하던 해외 명품 업체들도 11·11 쇼핑 축제에 뛰어들었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 등 국내 대표 뷰티 기업들과 유통사들도 광군제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

매년 11월 중국에서는 광군제가 열린다면, 한국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광군제를 표방하며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매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반복됐으나, 올해는 코로나 발 보복 소비 심리덕에 수혜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15일까지 이어진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의 국내 카드승인금액은 총 37조 4000억 원으로, 작년에 견줘 6.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 타오바오 생방송(淘宝直播) 캡쳐


그럼에도 코세페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와 비하기엔 무리다. 여전히 아는 사람 알거나, 할인 폭이 턱없이 낮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낮은 할인율은 코세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직매입한다. 이 때문에 신상품이 나오기 전에 재고를 싼값에 팔 수 있다. 반면 국내 유통사들은 대부분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으로, 큰 폭의 할인율 조정이 불가능하다. 참여기업들이 코세페 기간 만큼은 추진위원회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유통구조로 인한 낮은 할인 폭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이 코세페에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도 없다. 광군제의 경우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 활용한다. 방송 판매(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타오바오 생방송(淘宝直播)에서는 기업에 소속된 쇼핑호스트나 인기 왕홍이 판매하기도 하고, 소상공인이나 실제 농작한 시골 농부도 판매에 직접 나선다. 작년 한 해 타오바오 생방송에서 지역 특산물 판매에 나선 농민만 10만 명에 달했을 정도다.
 

서울 명동 거리에 2020 코리아 세일 페스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해당 라이브는 소비자들에게 큰 신뢰를 주고 있다. 한 중국인 소비자는 “타오바오는 없는 게 없지만, 그렇다고 상품을 다 믿을 수도 없다. 보정한 제품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서”라며 “그러나 생방송을 통해 제품의 상태나 성능을 여러모로 확인해 볼 수 있어 좋다. 특히 큰 폭으로 할인하는 광군제 기간 라이브 방송으로 제품을 검증한 뒤 구매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6살. 단번에 국가대표 ‘쇼핑 축제’로 자리 잡긴 어렵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하고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해 내년에는 더욱 성공적인 코세페가 되길 바란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