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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은행권①] ‘변화보다는 안정’ … 은행권, 수장 연임이 대세

국민·신한은행장 연임 성공, 우리·하나銀도 재신임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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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2호 옥송이⁄ 2021.01.06 13:52: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일상을 잠식했다. 각 분야의 경제적 충격이 이어졌고, 은행 업계 역시 먹구름을 피하지 못했다. 실적 하락을 비롯해 급격한 경제·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이번 시리즈는 전염병 시국을 겪으며 달라진 은행들을 살펴본다. 1편은 연임 바람이 불고 있는 은행권 CEO 이야기다.

허인·진옥동 은행장 “효율적 위기관리 능력 인정받아”

신축년(辛丑年), 두 소띠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두 행장은 지난해 말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각자 ‘세 번째 임기’ ‘2년 연임 기간’이라는 기록까지 썼다. 이유가 뭘까.
 

(왼쪽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 = 각 사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허 행장을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추천하며 “국내외 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위기관리 능력으로 리딩뱅크 입지를 수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빅테크 플랫폼 기반 중심의 금융 생태계 변화와 이에 따른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고려해 안정적인 조직 운영과 내실 있는 변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을 위해 검증된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다.

금융그룹은 통상적으로 은행 CEO의 임기를 ‘초임 2년 + 연임 1년’으로 구성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지난 2017년 11월 취임했고, 2019년 연임에 성공했다. 관례에 따라 허 행장의 임기도 지난해 11월 마감을 앞두고 있었으나, 다시 행장직에 오르면서 ‘2 + 1 + 1’로 세 번째 임기에 돌입했다.

허 행장이 재신임 된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KB국민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 8824억 원을 달성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또한, 안정적인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지난 2019년 금융권을 휩쓴 사모펀드 부실 사태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등의 대형 사고를 KB국민은행은 별다른 문제 없이 비켜 갔다.
 

지난 4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신년사를 하는 모습. 사진 = KB국민은행 


디지털 전환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더케이(The K)’ 프로젝트에 이어, 올해는 Biz·디지털·데이터·IT 직원이 한 팀을 이루는 ‘KB형 플랫폼 조직’을 통해 금융 플랫폼 강화를 추진한다. 더케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다.

허 행장은 “플랫폼 조직의 강점을 살려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즉 고객과 시장에 대응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나감과 동시에 기존 디지털 플레이어보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이고, 더 편리한 고객 경험을 목표로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지난해 말 재신임 됐다. 연임이지만 이례적으로 2년 임기를 확정 지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CEO 임기를 통상 신규 선임 2년, 연임 시 1년으로 운영하는 경우 중장기 전략 추진보다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돼 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 = 신한은행


진 행장은 코로나19·저금리·저성장 등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우량 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그룹 전체 성과 창출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화 해, 모바일뱅킹 신한쏠(SOL)을 시중은행 디지털 플랫폼 중 경쟁력 1위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은행장 직속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해 데이터와 AI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해외 시장 확대에도 열을 올렸다. 지난해 베트남 내 5개 영업점을 개점해 외국계 은행 최다인 41개 채널을 보유하게 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베트남은행은 외국계 1위 은행을 넘어 현지 은행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채널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매년 4~5개의 채널을 추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에 방점 찍은 권광석·지성규 은행장도 연임 유력

이제 시선은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지성규 하나은행장으로 쏠린다. 두 행장은 급격한 코로나19가 점화시킨 급격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 대응에 힘쓰고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연임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 = 우리은행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3월 1년 임기로 취임했다. 권 행장은 당시 위기로 떠올랐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안정시키고, 디지털 조직 강화 등 체질 변화에 집중했다. 지난해 7월 디지털 전략 수립과 디지털 마케팅·채널을 총괄 관리하는 DT추진단을 신설했고, ‘DT추진 ACT(Agile Core Team)’를 직할 조직으로 둬 전방위적 디지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소비자 중심 디지털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는 지난해 10월 웹어워드 코리아 2020에서 모바일웹 부문 정보 서비스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3분 만에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UI/UX로 전면 개편했고, 편리함 덕분에 이용 고객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 행장은 향후 10년의 성장 전략인 ‘NEXT 2030, Big Step’을 발표하고 플랫폼 금융, 글로벌 금융, 사회가치 금융 등 3대 성장 전략을 설정했다.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금융의 변곡점을 돌파하고 디지털과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리더로 우뚝 서자”고 강조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사진 = 하나은행 


안정론 대세 이유? 코로나 비상사태에 중장기적 위기 대처

은행권의 잇따른 ‘수장 변화 무(無)’ 기류가 이어지는 까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금융권이 변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소비자와 공급자를 잇는 연결고리로 떠올랐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대면 거래보다 모바일 등을 활용한 디지털 은행이 각광 받으면서, 빅테크 기업을 압도하는 디지털 혁신이 은행들의 과제로 떠올랐다. 게다가 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 악화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다양한 포스트 코로나 징후를 대비해 중장기 관점의 전략 수립에 몰두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시중 은행들의 수장 연임 기조는 코로나19·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 중장기적 대책을 펼치고, 업무 연속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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