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4호 옥송이⁄ 2021.02.24 09:08:52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명품만큼은 예외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매출은 상승 곡선을 그렸고, 2030 세대의 명품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에르메스, 샤넬을 안정권으로 두고 프라다, 구찌를 마지노선에 뒀던 4050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아메오(아미·메종마르지엘라·메종키츠네·오프화이트)도 명품으로 꼽는다. 유통업계는 젊은 명품을 소비하는 젊은 세대를 새로운 명품 큰손으로 보고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빅3의 삼색 전략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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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공식보다 변칙이 필요하다. 지난해 리뉴얼을 마친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일반적으로 여겨지던 백화점의 공식 몇 가지를 깨자 매출 상승은 물론 20·30대 고객 비중도 커졌다. 어떤 변주를 펼친 걸까?
MZ세대 고려한 리모델링 … 선호 브랜드 저층 배치
백화점에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에 의해 매장이 구성된다는 점이다.
해당 성질은 재화 가격이 오르내림에 따라 수요량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생활에 늘 필요한 생필품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지만, 사치품류는 높게 나타난다. 백화점 저층부에 명품 잡화나 여성 정장류를 배치하는 이유다. 가장 편리한 위치에 값비싼 제품을 선보여 수요를 유지하기 위한 계산이다.
이 전략에 있어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연령층은 중장년층이다. 젊은 세대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은 해당 공식들을 깨고 2030 세대 입맛에 맞춰 지난해 6월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이른바 백화점의 얼굴이라 불리는 1층에 식품관을 두고, 전체 2개 동 가운데 한 동 전체를 리빙관으로 꾸며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 리빙관에는 총 90여 개의 생활 브랜드가 들어섰다. 패션 브랜드 역시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구성해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패션관 2층의 경우 660평에 달하는 층 전체를 해외패션 전문관으로 만들었다. 기존 캐주얼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으면서도 MZ 사이에선 명품으로 불리는 글로벌 컨템퍼러리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다. 막스마라, 엠포리오아르마니, 알렉산더왕, 바오바오, N21, 비비안웨스트우드 등의 명품브랜드가 지난해 새롭게 들어섰다.
VIP 레드 고객 비중 가장 높아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해 공간을 구성한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속에서도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타임스퀘어점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2030 세대 소비자의 비중도 늘어났다.
해당 기간 타임스퀘어점의 20~30대 소비자 비중은 12.2%포인트 늘어났고, 이들의 매출은 48.3% 증가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특히 타임스퀘어점은 다른 점포와 비교해도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8월 이 지점의 2030 세대 소비자는 전체 소비자의 절반가량(49.5%)에 달했다.
2030이 주 연령층인 ‘VIP 레드’ 비중도 27%로 신세계백화점 전체 지점 중 가장 높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타임스퀘어점의 VIP 레드 등급 고객은 올해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장 박순민 상무는 “10년 만의 전체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마친 타임스퀘어점이 미래 고객인 MZ세대들의 좋은 반응 속에 성장하고 있다”며 “상권이 광역화되고 소비력 있는 고객들이 늘어난 만큼 차별화된 매장 구성을 통해 서남부 랜드마크로 굳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적 백화점 VIP, MZ 모시기는 이어진다
신세계의 MZ세대 모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최근 소비 흐름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백화점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명품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10명 중 4명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명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며, 실제로 10명 중 3명은 알바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20대 명품소비 행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5.8%가 명품소비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20대 회원 10명 중 절반(50.5%)는 명품을 가지고 있었다.
2030세대 사이의 해당 분위기는 실제 백화점 명품 매출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5.3%로, 2030 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50.7%에 달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어렵지만, 지난해 4분기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소폭 하락하며 위기를 이겨냈다. 이는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2030 고객의 매출이 2019년 4분기보다 8.7% 증가하며 향후 백화점의 성장 전망에 청신호를 켰기 때문”이라며 “리뉴얼 오픈하는 경기점도 MZ세대의 취향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