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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한 M&A ② 현대차] 정의선 회장 사재까지 투입해 로봇업체 인수 … 전망은?

'로봇 개 상용화' 보스턴 다이내믹스 1조에 인수..."현대차 미래 20%는 로봇"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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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96호 윤지원⁄ 2021.03.12 09:26:19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월 영상으로 공개한 4족 보행 + 4륜 구동 주행형 미래 모빌리티 '타이거 X-1'. (사진 = 현대자동차)

기술 발전의 빠른 속도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고민한다. 연구개발, 파트너십 등등 다양한 경영 활동 가운데 인수합병(M&A)은 기업이 신(新)사업에 뛰어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동시에 막대한 비용과 위험 부담을 수반하는 어려운 투자이기도 하다. 문화경제는 국내 대기업들의 최근 M&A 성과와 전략, 그리고 이에 따른 기업의 변화 및 신사업 성과 등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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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에 있어 올해는 ‘2025년 전략’ 실행의 원년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단순한 자동차회사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동화,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 개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지난해 공개된 후,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드디어 지난 2월 25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 ‘EV6’도 3월 9일 그 윤곽을 드러냈다. 이에 앞선 1월 21일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초고속 충전소 ‘현대 EV 스테이션’도 처음 소개됐다. 현대차그룹의 2021년 1분기 행보는 이처럼 대부분 ‘미래’라는 키워드로 묶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CI. (사진 = 보스턴 다이내믹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대표 모델 '스팟'(Spot). (사진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로의 변신은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총수로 추대된 후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이러한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일이 지난해 12월 약 1조 원 규모로 진행된 대형 M&A였다.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M&A 대상 기업은 미국의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였다.

글로벌 초대형 완성차 업체의 로봇 회사 인수.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로봇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에 대한 인수는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차그룹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비율은 80%에 달했다. 그런데 그 인수 비용의 약 4분의 1에 육박하는 2390억 원이 정 회장의 사재다. 정 회장이 로봇에 대해 품고 있는 관심은 요즘 속된 말로 ‘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임직원들과 만난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관해 말하면서 “현대차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수십 년간 자신이 이끌어야 할 그룹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가운데 로봇의 비중을 매우 크게 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로봇 기술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전격 인수함으로서, 단숨에 미래 로봇 시장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VEX와 CEX(오른쪽).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기적 일구는' 현대차그룹 로봇 개발기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후반부터 로보틱스 분야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5대 신사업 중 하나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9월, 산업 현장에 적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첫 번째 웨어러블 로봇 CEX를 공개하고, 현대기아차 북미공장에서 시범 적용했다. CEX는 장시간 앉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작업자의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의자 형태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150kg까지 작업자 체중을 지탱하고 55˚·70˚·85˚ 등 세 가지 착좌각을 지원하는데, 무게가 1.6kg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시범 적용을 통해 CEX가 실제로 사용자의 허리 및 하반신 근육 활성도를 줄여줘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업 효율성이 대폭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선 자세에서 팔을 들고 몸을 뒤로 젖힌 채 일하는 작업을 보호하기 위한 상반신 보조 웨어러블 로봇도 개발되어 2019년부터 현대로템을 통해 양산되고 있다. VEX라고 이름 붙인 이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자가 공구를 들고 팔을 올릴 때 최대 6kg 가량의 힘을 더해줘 상반신 근육의 부담을 최대 30% 낮춰줄 뿐 아니라, 사람의 어깨 관절을 모사한 구조를 적용해 작업자의 어깨 움직임과 동일한 궤적으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이 장점이다.
 

패럴림픽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MEX를 장착한 모습.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또 지난해 1월에는 현대차그룹 브랜드 캠페인 영상을 공개하면서 하반신 마비 환자로서 패럴림픽 양궁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박준범 선수가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MEX를 장착하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MEX는 착용자의 앉기, 서기,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지원하는 의료기기로 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그밖에도 현대차그룹은 호텔의 자율주행 룸서비스 로봇 H2D2, AI 기술 기반의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 DAL-e(달이),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 등의 서비스 로봇들과 차량 연계형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를 담당할 경량 전기 스쿠터 E-Board 등의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의 제품과 솔루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3대 로봇 분야는 고도화된 기술과 기술 소외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노령화 사회의 해답”이라며 로봇을 통해 미래 라이프스타일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이동성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4개의 다리와 바퀴가 달린 '타이거 X-1'의 모습.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바퀴와 다리 달린 ‘미래 모빌리티’ 비전 공개

현대차그룹은 또 지난 2월 10일 ‘타이거 X-1’이라는 변신 로봇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의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타이거 X-1’은 4개의 다리와 바퀴를 이용해 울퉁불퉁한 험지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걸어서 극복할 수 있고 평지에선 사륜구동 차량으로 변신할 수 있는 무인 모빌리티다.

타이거 X-1은 현대차가 지난 2019년 CES 2019에서 발표했던 걸어 다니는 로봇 콘셉트 ‘엘리베이트’(Elevate)의 발전된 형태다. 타이거 X-1이나 엘리베이트는 전기자동차와 4족 보행 로봇을 결합한 형태로, 완성차 기업으로 오랜 업력을 쌓아 온 현대기아차와 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시너지 효과를 예상할 수 있게 해 준다.

로봇 기술은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UAM 등에 적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나 무인항공기가 화물을 목적지 인근까지 옮기면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담당하는 로봇이 최종 목적지까지 배송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때 타이거 X-1처럼 다리를 사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로봇은 오지, 험지에서 더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되다시피 한 언택트 경제 분야에서도 로봇 기술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 조원홍 부사장이 고객 경험 전략 방향성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발표하고 있다. 무대 오른쪽에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 콘셉트카'의 축소형 프로토타입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이 실생활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비전을 미래가 아닌 현실로 만들어버린,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몇몇 기업 중 하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5년에 ‘스팟’(Spot)이라는 이름의 4족 보행 로봇을 공개한 바 있는데, 스팟은 걷기는 물론 장애물 뛰어넘기가 가능할 정도의 자세 제어 능력으로 여러 가지 경로의 장애 상황을 마주쳐도 스스로 극복하며 이동할 수 있어, 이미 건설 현장 모니터링, 가스·전력 설비에 대한 자율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로봇 개’ 기술, 자율주행·UAM과 일맥상통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기술의 핵심은 딥러닝(deep learning)에 기초한 AI(인공지능) 기술이며, 스팟이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데 사용되는 라이다 센서 기술, 영상 인지 및 처리 기술 등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물류, UAM 등에 곧장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예컨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이후로 다양한 자율주행 AI 로봇들을 활용해 지나가는 행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거나 손소독제를 공급하는 등 방역 보조 역할을 수행한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지금껏 소개된 로봇들은 대부분 바닥에 달린 바퀴로 주행하는 구조여서 적용 가능한 장소가 로비나 매장처럼 건물 내부의 평평한 장소로 국한된다.

반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은 흙길과 자갈, 잔디 등 노면 상태가 다양하고, 도로 턱, 문턱은 물론 얕은 언덕과 구덩이, 울타리 등 장애물이 산재해 있는 야외의 공원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투입됐다.

또 지난 3월 3일에는 뉴욕 경찰이 최근 시내에서 발생한 무장 강도 인질극 사건 현장에서 건물 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스팟을 투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미래형 로봇 상용화의 선두주자로 여겨지며, 관련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에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듈을 장착한 모습. (사진 =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시장, 5년 내 190조 원대 성장할 것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245억 달러(한화 약 26조 8000억 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까지 연평균 22%씩 성장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성장세가 가파르게 변하여 2025년 약 1772억 달러(약 193조 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뿐 아니라 향후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이 보편적인 시대가 도래하면 로봇의 활용처는 무궁무진해지고, 그만큼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외에도 혼다, 토요타, 폭스바겐 등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로봇 분야에 투자하고 있으며 아마존 같은 물류 업체, 컨티넨탈과 보쉬 등 부품 업체 등도 이미 로봇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연구 중심의 기업으로 존재해왔고, 스팟 상용화 이전에는 제대로 된 수익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을 중대한 약점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이번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으며, 자율주행, UAM, 스마트 물류 및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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