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6호 이될순⁄ 2021.03.13 09:59:08
최근 자산운용업계 회장이나 대표가 유튜브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경영활동 이외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올 초 유튜브에 등장해 초보 투자자들을 위한 직설적인 조언을 날렸다.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 리는 ‘존봉준(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2030세대 주식 열풍의 선봉장이라는 뜻)’이라 불리며 36만의 구독자를 이끄는 동학개미들의 수장이 됐다. 이들이 권위와 신비주의를 내려놓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는 대중들과의 소통이 그 기업의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올해에도 주식투자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CEO의 행보를 문화경제가 살펴봤다.
“인생은 성공 스토리가 아닌 성장 스토리” … 꾸준한 투자 필요
“직장을 다니면서 너무 주식에 몰입하면 안 된다. 전문가를 만나서 조언을 구하고, 그 전문가가 좋은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눈을 키우면 된다. 주식에 몰두하기보다는 ETF에 투자하고, 주식은 20~30% 정도의 투자를 권한다. 너무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 실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어렸을 때는 깊이 있게 들어가는 분야가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에 출연한 박현주 회장은 청년 동학 개미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박현주 회장의 투자 이야기’ 8개의 영상 중 3번째 영상인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에서였다.
박현주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2016년 이후 약 5년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대우증권 인수 직후 처음이다. 박 회장은 해외 출장이 잦고, 국내에 머무는 기간에도 외부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업계에서는 ‘은둔의 구루’로 불려왔다.
그런 그가 유튜브에 등장하자 채널 구독자 수는 치솟기 시작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13만 명 수준이었던 구독자 수는 이달 기준 70만 명을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 시장의 대표 인물 중 하나인 박현주 회장이 나와서 현 시장을 점검해준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우선, 자사 연구원들과 함께 반도체, 클라우드, 전기차, 그린에너지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영상에선 주요 산업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꼽았다. 박 회장은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정책적으로 글로벌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ESG 펀드를 통한 자금이 10배씩 증가하는 등 놀라운 성장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후에 올라온 영상에선 노후 준비에 대한 조언과 부동산에 대한 미팅이 진행됐다. 박 회장은 노후 준비를 ‘운동’에 비유했다. “운동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며 “꾸준히 운동하는 게 좋듯, 노후 준비도 50세 넘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선 부동산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지 말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부동산은 오르기만 하고 세금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며 "양극화 측면에서 세금이 내려올 확률은 낮고, 저금리가 부동산에 주는 영향은 거의 다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박현주 회장의 솔직한 입담은 구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조회수가 인기를 방증한다. 올라온 8편의 조회수는 276만 회를 넘겼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회사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등 구독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튜브 구독자 수가 올라간 데에는 회사 차원의 노력과 박현주 회장의 영상 업로드 타이밍이 모두 기여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유튜브에 등장한 이유는?
은둔의 구루라는 박현주 회장이 유튜브에 등장한 이유는 두 가지다. 박 회장은 유튜브 영상 ‘금융투자의 혁신 ETF를 말하다’ 편에서 유튜브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주식 시장을 쉽게 전달하려는 것과 스마트한 초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현주 회장은 BBIG에 관한 용어가 나오자, 대화를 멈춘 후 BBIG 용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또 대화가 진행되던 중 최근 ETF가 왜 인기를 끄는지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투자 베테랑인 박현주 회장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을 테지만 구독자들에게 산업 동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던진 질문이라 여겨진다.
박 회장은 스마트한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그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전달하기도 했다. 인버스와 관련해선 타이밍을 위한 투자는 거의 다 실패한다고 직접적인 조언을 했다.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인버스 투자 타이밍은 신의 영역이라고도 말했다. 또 인버스나 곱버스는 투자 손실이 나게 되면 회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ETF이며,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투자와 관련한 정보가 너무 많아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에, 오너가 유튜브에 등장해 투자자들에게 하는 조언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