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6호 이될순⁄ 2021.03.23 16:38:21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PB(Private banker, 프라이빗 뱅커)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졌다. 비대면 계좌를 통한 개인 투자자 유입이 증가하자 증권사들은 고객기반 확대, 수익 창출 등의 효과를 노리고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에 인력과 자산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KB증권은 프라임센터를 개설해 소액투자자들과 온라인 고객들이 언제든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관리를 월 1만 원으로? … “맞춤처방 해드립니다”
#1. 직장인 B씨는 12일 마감 시황에서 SK하이닉스가 (주가) 상승 초입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받았다. 매수를 고민하다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다음날 3500원이 하락했지만, 그다음 날엔 4000원 상승했다. 주가를 조금 더 지켜보다가 우상향할 조짐이 보이면 매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 취업준비생 A씨는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을 마음에 품고 산다. 초보 투자자인 터라 매도가 어느 시점이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프라임클럽에 가입했다. 프라임클럽 서비스 중 실시간 수급 확인 기능을 애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외국인, 기관의 매매 유형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추정치 값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일명 쌍끌이 매수, 쌍끌이 매도 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씨는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파악하고 있다.
KB증권의 구독형 자산관리 서비스인 ‘프라임클럽’이 인기다. 지난 4월 출시 이후 17일 만에 가입자 1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기준으론 16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는 월 1만 원의 구독료를 내면 실시간 주식 투자 정보는 물론 전문 프라이빗 뱅커(PB)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수억 원대 자산가들만 누렸던 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춘 셈이다. 서비스 구독자는 장이 열린 순간부터 시장 주도주, 기관‧외국인 실시간 수급분석, 매매 타이밍 정보 등 고급 투자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업계 최초로 구독 서비스를 추진하는 KB증권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자산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소액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개인투자자들이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PB는 국내, 해외, 상품 등 전문분야에 맞는 PB 리스트 중에서 원하는 PB를 고르면 된다. 영업점이나 투자정보 파트에서 오랜 기간 투자자문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프라임클럽 구독자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주식 종목이나 금융 상품, 자산운용 등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적으면 지정한 시간에 맞춰 PB가 전화한다. 상담 후에는 만족도 평가를 하며 자신에게 맞는 PB를 ‘나만의 전문 상담가’로 지정해 지속적인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구독을 신청한 사람은 프라임센터에 속해있는 PB와 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며 “비대면 계좌를 통한 고객이 증가하면서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학습 효과로 검증된 기관 찾아 … PB가 맞춤 상담
투자자들이 KB증권의 프라임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증시가 활기를 띠자 가짜 정보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혹해 시세 조정에 이용하는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유튜브나 카톡에서 무료로 주식 정보를 제공한다며 초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리딩방이 그 예다.
한국소비자원·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 상담 통합콜센터인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주식 리딩방(투자자문)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작년 4분기와 올해 1월 넉 달 동안 총 7574건이었다. 의류·섬유(1만295건)에 이어 전체 상담 중 2번째로 많았다.
초보 투자자들은 일정 수준의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금융 기관에 속해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정보를 제대로 얻고자 가입에 나선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보가 없는 투자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리딩방의 정보를 전문가 정보라고 생각하고 이를 따라서 매매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피해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피해를 받은 투자자들은 학습 효과로 공신력 있는 금융 기관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락인 효과로 충성고객을 확보한다
KB증권이 이러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고객 확보다.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고객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서비스 이용자를 충성고객으로 확보해 ‘락인(Lock-in)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락인 효과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계속 구매자로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을 가둔다는 의미에서 ‘잠금 효과’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