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민트초코’의 시대다. 아이스크림, 과자는 물론 심지어 소주까지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민트초코를 활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식품업계가 소비자 요청에 응답하는 것은 좋지만, 이슈에만 편승하려는 행태로 인해 업계 전체의 지속·무게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MZ세대 ‘민초’ 요청에 응답한 식품업계
식품업계에서 민트초코는 상품화하기 어려운 식품 중 하나로 꼽혀왔다. 제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호불호가 갈리는 특이한 맛으로 소수 마니아층을 공략하기엔 적합했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상품화에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2013년 ‘롯데샌드 락’이라는 민트초코맛 비스킷을 선보인 바 있으나 당시에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민트초코를 활용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배스킨라빈스는 ‘이달의 맛’ 아이스크림으로 ‘민트초코봉봉’을 선보였으며, 오리온과 해태제과는 각각 ‘민트 초코파이·민트 오예스’를 출시했다. 심지어 소주업체 무학은 ‘좋은데이 민트초코’를 내놓았다.
이처럼 업계에서 민트초코 제품 출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민트초코에 대한 관심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트초코의 특이한 맛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데 이어, 민트초코 선호 여부에 따라 ‘민초파’와 ‘반민초파’로 나뉘는 등 민트초코가 하나의 ‘밈(meme, 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민트초코 관련 검색 수는 지난 4월 약 2만 5000건에서 지난달 약 4만 7000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제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민트초코 제품 출시 요청 역시 꾸준히 증가했다고 전해졌다.
이처럼 MZ세대의 요청에 출시된 민트초코 제품은 나오는 족족 성공을 거뒀다. 배스킨라빈스의 민트초코봉봉은 출시 20일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싱글레귤러 기준)를 돌파하며 자체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스타벅스가 출시한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 역시 2주 만에 50만 잔 판매를 기록했다. 식품업계가 민트초코를 활용한 제품 출시 요청에 응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지속적인 요청과 함께 출시된 제품이 인기를 얻은 만큼, MZ세대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무게성에 대한 우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품업계의 민트초코 열풍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슈에만 편승하려는 시도가 지속되면 식품업계 자체의 지속·무게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트초코 열풍 직전 국내에서는 가수 비의 ‘깡’ 열풍이 있었다. 민트초코와 같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패러디 영상 제작과 함께 비를 광고 모델로 발탁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이에 농심은 비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고 47년 만에 깡 시리즈의 후속작 ‘옥수수깡’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이슈에 편승하려는 데 급급한 나머지, 부적절한 행태를 보였다. 한 음료업체가 광고 모델로 비가 아닌 닮은꼴 모델을 발탁해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은 데 이어, 팬이 올린 게시글을 인용한 사과문을 공개하며 큰 비난을 받은 것이다. 이후 해당 광고 영상은 삭제됐지만 이슈 마케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꼬꼬면과 허니버터칩 사례 역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두 제품은 출시 직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자 식품업계에서는 이를 모방한 수많은 미투 상품이 출시됐다. 허니버터칩의 경우 미투 상품이 무려 40여 개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두 제품의 인기가 줄자 이들 상품은 대부분 사라졌다. 단기 이익을 거두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소비자에게 어필할 품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에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서는 어느 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 이를 모방하는 미투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태”라며 “자체적인 제품 개발 노력 없이 인기만 쫓는다면 결국 업계 전체가 침체기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