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6호 윤지원⁄ 2021.08.27 07:44:07
SK텔레콤이 제주도를 중심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을 대폭 줄이고, 사용자들의 친환경 소비 습관을 장려하는 데 앞장선다.
20일 SK텔레콤 ESG혁신그룹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스타벅스 등이 주축이 된 ‘해피해빗 프로젝트’(Happy Habit Project)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ECO 제주 프로젝트’가 오는 10월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내년 3월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시행될 예정이다.
해피해빗 프로젝트는 SK텔레콤 등 40여 개 기관 및 기업의 연합체인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가 주도하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환경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감이며, 먼저 제주도 내 커피전문점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양을 줄이기 위해 지난 7월 6일부터 ECO 제주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심각한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
SK텔레콤이 해피해빗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일회용 플라스틱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린피스는 지난 2020년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약 33억 개에 달하며, 이를 일렬로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럽 플라스틱·고무 생산자협회인 ‘유로맵’(Euro-map)이 지난 2016년 세계 63개 나라의 포장용 플라스틱 생산량 및 소비량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세계 3위에 달했다.
아울러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뒤로는 감염에 대한 불안과 그에 따른 일상에서의 비대면 활동이 더욱 늘었고, 식음료의 소비 중 배달 및 포장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회용품 사용량도 늘어났다.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환경 프로젝트 고민
SKT ESG혁신그룹 측은 “공공기관, 기업, 소셜벤처, 스타트업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환경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 프로그램이 단기간 이벤트로 인식되거나, 고객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고객과 사회에 명확한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해피해빗 프로젝트가 기존의 일회용품 관련 프로젝트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ESG혁신그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친환경 프로젝트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 민관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네 가지 원칙이 세워졌다. 새로운 친환경 프로젝트는 ▲기존 개별 회사 차원의 단기간 프로젝트를 지양하고 ▲우리 사회/산업적으로 영향력 높은 기업들과 함께 ▲동일 목적, 동일 콘셉트로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고객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지난해 11월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가 구축됐다. 에코 얼라이언스는 정부기관, 지자체, 기업, 프랜차이즈 등 23개 기관으로 출범했으며, 현재는 얼라이언스 멤버사 확대로 4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프로젝트에 지속적,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동인으로 프로젝트 참여 횟수 및 누적에 따라 개인에게 적절한 보상 혜택(Benefit)을 제공하는 방안이 더해졌다.
‘텀블러’ 없이 오는 관광객 많아,
다회용 컵 사용-재사용 시스템 필수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는 해피해빗 프로젝트를 시행해 나가는 데 있어 먼저 제주도에 주목했다. 제주도의 환경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T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매년 1만 톤의 하수 슬러지(찌꺼기)가 땅속에 묻히면서 지하수 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이면서 매립지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 2019년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 쓰레기 매립장 곳곳이 매립 용량을 넘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요한 ESG혁신그룹 매니저는 “제주도의 경우 텀블러를 따로 챙기지 않는 관광객이 많이 방문해 플라스틱 컵 사용량이 많고 관련 쓰레기도 급증하는 중”이라며 기획 배경을 언급했다.
따라서 해피해빗 프로젝트를 이곳에서부터 시작하면 더욱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됐다. 때마침 제주시가 ‘2030년 내 폐기물 매립 0(zero)’를 달성하기 위해 ‘2030 쓰레기 걱정 없는 제주’를 선포한 만큼 프로젝트는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제주도 내 탈플라스틱 카페 실현을 위한 ‘ECO 제주 프로젝트’가 시행됐다. 제주도 내 카페에서 많이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없애고 재활용이 가능한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친환경 다회용 컵으로 교체하여 탈플라스틱 카페를 정착시키는 프로젝트다. SKT와 스타벅스코리아, 한국공항공사,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 CJ대한통운 등과 환경부,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후 무인 AI 반납기에 반납
ECO 제주 프로젝트는 먼저 스타벅스 ▲제주서해안로DT점 ▲제주애월DT점 ▲제주칠성점 ▲제주협재점 등 4개 시범 매장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10월부터 제주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 제주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인 에이바우트 커피(A’Bout Coffee)와 핀크스 골프장 등등 제주도 내 타 카페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ECO 제주 프로젝트가 적용되는 카페에서는 음료를 주문하면 매장 직원이 ‘친환경 다회용 컵 사용 여부’를 묻는다. 고객이 사용에 동의하면 매장은 1천 원의 보증금을 받고, 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준다. 현재 스타벅스 시범매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은 북미 스타벅스 디자인의 컵이며 아이스 그란데 컵과 사이즈와 형태가 유사하다.
고객은 이 다회용 컵을 매장 내에서만 마시고 반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테이크아웃 할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매장 밖에서도 다회용 컵을 회수하고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다회용 컵 반납기’를 운용하는 것이다. 특히, SK텔레콤이 강점을 지닌 다양한 ICT 기술을 적용해 무인-비대면 방식으로 사용 가능하고, 보증금 환급과 사용자 관리도 가능하며, 도난 및 위조 방지와 보안 성능도 갖추고 있다.
무인 AI 다회용 컵 반납기는 현재 제주 내 스타벅스 시범매장 네 곳과 제주공항에 설치되어 있다. 다회용 컵을 이용한 관광객이 제주도를 떠날 때 공항에서 반납할 수 있는데, 외지인의 출입 경로가 비교적 제한되어 있는 ‘섬’이라는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습관의 정착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
누군가는 다회용 컵이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종이컵을 반납하고, 지불하지 않은 보증금을 환불받으려고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ICT 기술은 그정도로 허술해 보이지 않는다.
이 반납기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어 반납되는 컵이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다회용 컵인지 아닌지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 반납기의 제작 및 운영을 맡은 오이스터에이블에 따르면 이 반납기는 SK텔레콤의 비전(vision) AI 시스템과 연동된다. 반납구에 컵을 넣으면 반납구 문이 닫히고, 반납기 내부에 설치된 두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컵 사진이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된다. 클라우드 속 비전 AI는 전송된 사진을 분석해 지정된 다회용 컵인지를 판단한다.
이 비전 AI는 딥러닝을 통해 판단 정확도를 높였다. SK텔레콤은 컵에 남은 음료, 지정된 컵이 아닌 종이컵을 넣었을 경우 등등 수많은 상황을 가정하여 AI 알고리즘을 학습시켰다. 그 결과 반납기는 지정된 다회용 컵만을 정확히 가려낼 수 있게 됐으며, 촬영부터 분석까지의 전 과정이 30초 내로 빠르게 진행된다. 다회용 컵 판단이 끝나면 기계 내부로 컵이 회수되고 보증금을 환급한다.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컵을 넣고 환급이 이뤄지는 데 1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지정 컵이 아닌 경우 회수되지 않은 채 반납구 문이 다시 열린다.
반납기를 통해 회수된 다회용 컵은 CJ대한통운에 의해 제주시 도두이동에 위치한 전용 세척장으로 향한다. 전용 세척장은 SK그룹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다회용 컵은 이곳에서 애벌 세척, 소독, 고압 세척, 살균 건조 등 네 단계 과정으로 세척 작업을 거치며 냄새, 변색, 유분 등이 제거된 뒤 매장으로 배송되어 다시 사용된다.
SK텔레콤 측에 따르면 이 전용 세척장에서 하루 소화 가능한 물량은 1700개 정도로, 시범매장 네 곳의 물량을 처리하는 데 적합한 수준이다. 향후 제주도 내 다른 카페들로 확산하면 세척장 증설을 통해 물량 증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세척장 증설을 통해 지역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회용 컵 전용 세척장의 세척 및 관리 시스템은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수준이며, 자동화 설비를 갖춰 매장 보급도 빠르게 진행된다고 SK텔레콤 측은 밝혔다.
또, 참여자 확대와 향후 다회용 컵 사용 문화 정착을 이끌기 위해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반납하는 고객에게는 보증금 1천 원을 환급해 줄 뿐 아니라 사용 실적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는 해피해빗 프로젝트 전용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하 해피해빗 앱)을 개발,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해피해빗 앱에 등록된 사용자는 텀블러 및 개인용 머그컵을 사용하거나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반납하면 참여 실적에 따라 보상 혜택으로 일정량의 ‘에코포인트’를 제공 받아 적립하게 된다. 적립한 에코포인트는 OK캐쉬백이나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또 ECO 제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타벅스 앱으로도 다회용 컵 보증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보상 혜택을 통해 사용자의 반복 참여를 유도하고, 다회용 컵 선순환 이용 시스템을 구축하여 우리 사회 전반에 습관과도 같은 생활 문화로 정착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연말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 150만 개 아낄 듯
ECO 제주 프로젝트를 통해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SKT ESG혁신그룹 측은 우선 제주 내 스타벅스 매장 1개소 당 매달 1만 5000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스타벅스 26개 제주 매장 및 에이바우트 커피 매장까지 프로젝트 적용 매장을 예정대로 확대할 경우 올해 말까지 기대되는 누적 수량은 150만 개에 달한다. 또, 그 이상으로 적용 카페가 확대되면 그만큼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체 효과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는 해피해빗 프로젝트를 제주도를 넘어 전국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하반기 제주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으로 확대하는 데 이어 내년 3월에는 서울·경기 지역 500여 곳에서 다회용 컵 사용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또 스타벅스가 커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만큼 업계 전체에 미칠 파장도 클 전망이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전국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완전히 퇴출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ECO 제주 프로젝트를 통해 다회용 컵 회수와 세척 및 재공급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것이 확인되면 우리 사회의 다회용 컵 확산과 그에 따른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 감소는 비약적으로 빨라질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