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7호 윤지원⁄ 2021.08.24 17:25:35
청와대에서 ‘게임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된 발언을 내놓자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24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셧다운제 폐지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일어났다. 전날 청와대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주까지 부처 간 (논의를 거쳐)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장 의원은 “청소년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만큼 게임 셧다운제가 실질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이 실장이 “셧다운제는 오랜 기간 논란의 대상이었고 청소년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알고 있다”며 위와 같이 대답한 것이다.
이 실장은 이어 “대신 과몰입 예방조치를 붙여 시간선택제 쪽으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검토를 거의 마쳤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그동안 게임 셧다운제와 관련해 청소년 행복추구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게임사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적 제도라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고 실효성조차 의문이라는 비판도 많았지만, 이번 비판은 그 초점이 조금 다르다. 바로 게임 셧다운제 폐지의 취지와 ‘시간선택제’가 모순된다는 점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누리꾼은 “애초에 시간을 정하는 것 자체가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유”라며 이 모순을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시간을 선택해서 그 시간 외에는 정부가 나서서 차단하는 것은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선택제로 가도 강제성이 유지된다면 셧다운제의 많은 부작용은 그대로 이어지는 것”, “폐지가 아니라니? 왜 자꾸 법이 끼어들라고 그러는지” 등 비판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이 실장의 시간선택제 발언의 문제점을 낱낱이 짚었다. 그는 먼저 "게임을 시간 선택해서 하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인가? 이는 세부 시행 방안이 나오더라도 잘못된 전제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또, "시간선택제라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 쉽지 않고, 셧다운제보다 복잡한 시스템이 될 것 같으므로, 이는 탁상공론에 의해 나온 대안으로 실효성이 없어 보이니 그 점 역시 비판을 받을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시간선택제’ 발언을 비판하는 가장 큰 근거는 이미 윈도우, 안드로이드, 아이폰 등의 OS마다 시간 제한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춰져 있고, 이는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비디오 게임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정부가 굳이 법안과 시스템을 만들어 강제하지 않아도 각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학부모들이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녀의 게임 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정부가 일괄적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각 가정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게임 과몰입을 우려해 정부가 통제한다면, 청소년들이 밤 10시, 11시까지 사교육에 시달리는 것을 우려하는 여론 역시 고려해야 하며 학습 제한, 학원 영업시간 규제 등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이미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문화적인 스펙트럼도 넓은 게임을 술, 담배와 마찬가지의 유해 콘텐츠로만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게임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시행된 제도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온라인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제도이다. 청소년보호법상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보호자가 이용시간을 조율하도록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로 구분된다. 특히 자주 비판받는 것은 여성가족부가 관장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이다.
최근, 주 사용자층이 초등학생들인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국내 서버에서만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어려움 때문에 아예 국내에서 ‘19금 게임’으로 전환하기로 결정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존폐 논란이 다시금 첨예하게 대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