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7호 이될순⁄ 2021.08.31 09:16:35
지난 4월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세는 12조 원으로 발표됐다. 국가가 걷는 전체 상속세 3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故 이병철 회장보다 680배 높다. 고 이건희 회장만큼은 아닐지언정 한국인의 부(富)가 늘면서 일반인의 상속과 증여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0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부모 등의 재산을 신탁해 좀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자녀 등에게 상속하는 금융 수단인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 유언대용신탁)를 처음 도입한 하나은행의 선례에 이어 이번에는 하나금융투자가 '증여랩'을 내놓아 좋은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증시랩, 판매 4주 만 400억 돌파로 인기 증명
지난달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여재산가액은 43조 6134억 원으로, 2010년 9조 8017억 원과 비교해 345% 늘었다.
이는 한국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자산이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가구주가 만 65세 이상인 국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012년 2억 4550만 원에서 지난해 3억 4954만 원으로 8년간 42.4% 증가했다.
증여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하나금융투자는 ‘증여랩’을 출시했다. 자식에게 증여하기에 최적인 세계적으로 좋은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들의 주식으로 랩을 구성해 구성됐다. 이 상품은 판매 4주 만에 400억을 돌파했다.
종목은 미국 대표 경제지인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중에서 고른다. 투자가치, 재무상태,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특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 점수가 높은 기업이 선정의 핵심이다.
ESG 투자는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라야 자녀에게 상속할 정도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지난 2015년 디젤 게이트는 폭스바겐에 약 270억 유로(36조 원)의 손실을 야기했다. 사건 하나로 기업의 생존 가능성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을 정도로 기업의 세계화와 함께 사건의 세계화 역시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후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좋은 평판을 받아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지속가능성과 증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증여랩은 기본적으로 증여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 상품이지만, 선정 종목 자체가 좋아 증여 목적이 아닌 자기 재산증식만을 목표로 하는 일반 고객도 유입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상품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MZ 세대의 가입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부모 세대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20~30대 직장인의 관심 역시 끌게 됐다는 자체 평가다.
증여랩, 장기보유하면 수수료 ↓
증여랩은 증여에 필요한 여러 혜택도 제공한다. 가입 투자자에게 증여세 신고 서비스를 대행해주고, 장기 보유자에겐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낮춰 준다.
기본 수수료는 선취 연 1.0%에 후취 1.2%이다. 후취 수수료의 경우 5년 갱신 시 장기보유형은 최대 0.5%까지, 자산배분형은 최대 0.6%까지 더 내려간다.
선취 수수료란 원금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전 일정 금액의 펀드 판매 수수료를 미리 차감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선취 수수료가 1%라면 100만 원 투자 때 수수료 1만 원을 제한 나머지 99만 원이 투자된다. 후취 수수료는 환매 시점에서 원금과 수익을 합한 총 환매 금액에 대한 수수료다. 후취 수수료가 1%라면 100만 원을 투자해 2년 후 수익을 합쳐 150만 원이 되었을 때 환매하면 1만 50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계약 기간은 기본 1년이다. 해지하지 않으면 연 단위로 자동연장 된다. 1년 이내 중도해지도 가능하지만 이럴 경우엔 중도해지 수수료가 부과된다.
랩어카운트는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합성어로, 고객이 맡긴 자산에 대해 자산 구성부터 운용, 투자, 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즉, 투자 중개업무와 투자 일임업무가 결합된 자산관리 계좌다.
증여한다면 현금, 부동산, 주식 중 어떤 게 나을까
현금과 부동산, 주식 중 상대적으로 유리한 증여 수단은 주식이다. 아파트나 현금을 증여하면 증여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바로 증여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주식은 증여일 앞뒤 2개월의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이 증여가액이 된다.
예컨대 주당 5000원에 국내 상장주 1만 주를 매입했고, 현재 주당 2만 원으로 값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주식을 성인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일 전후 2개월(총 4개월) 간의 최종시세가액 평균으로 증여가액이 산정된다. 증여가액을 산정해 보니 주당 1만 원이라면 부모는 증여평가액인 1만 원에 주식을 증여하면 되고, 자녀가 증여 받은 뒤 주당 2만 원에 판다고 해도 추가 세금을 더 내지는 않는다.
증여세는 증여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안에 신고하고 내면 된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는 추세라면 일찌감치 증여해 증여받은 사람이 차익을 실현하게 만드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