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9호 이될순⁄ 2021.09.27 09:25:29
흥국생명이 변액보험 판매 강자로 떠올랐다. 생명보험업계에서 가파른 변액보험 성장세를 기록해서다. AI(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장 상황에 맞춰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를 관리해준 덕이다.
변액보험은 일반 보험 상품에 투자 개념을 결합한 것이다. 변액 보험료 중에서 일부를 주식,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여기서 얻는 수익을 가입자에게 배분한다. 투자수익에 따라 지급되는 보험금액이 변동돼 ‘변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흥국생명 변액보험, 높은 성장세 기록
흥국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변액보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24개 생보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172.6% 증가한 1조 9982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흥국생명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4월 말까지 94억 2800억 원으로 업계 중하위권에 속해있었으나 1년 만에 847.6% 급증한 799억 1400만 원을 기록하며 업계 4위로 성장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낸 보험료로 보험사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올해 변액보험이 인기를 끈 이유는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과 해약환급금이 결정된다. 지금과 같이 저금리 시기엔 낮은 예‧적금 금리나 공시이자율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변액보험 등을 찾는다.
흥국생명은 변액보험 시장이 성장하자 AI 투자 전문기업과 손잡고 변액보험에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해 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변액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사람 대신 모바일기기나 PC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설문을 통해 고객의 위험 성향이나 자금계획, 재정 상황 등을 파악한 다음, 고객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투자금 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손실 나도 수익률 110% 보장
흥국생명은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파운트’와 손잡고 ‘단 하나의 약속’이라는 변액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존의 흥국생명 변액보험 중에서 제공하지 않던 원금 보장과 수익률 10% 보장을 내걸었다. 원금 손실의 손해분을 보험사가 떠안는 동시에 수익률 110% 이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15년 이상 가입을 유지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흥국생명은 “파운트가 가진 AI 자산배분 모델의 기술력에 믿음이 있기에 원금과 수익률 10% 보장을 내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운트는 지난해 6월부터 메트라이프생명을 시작으로 삼성생명과 흥국생명에 변액보험 고객의 수익률을 관리할 수 있는 AI 엔진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메트라이프생명에서 파운트 변액보험 펀드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3만 4000명을 돌파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파운트가 제공하는 삼성생명 변액보험의 수익률은 평균보다 좋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파운트와 협업한 결과가 만족스럽자 이를 변액연금보험으로 확대했다. 이달 2일 ‘AI가 관리해주는 속편한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온라인 상품으로 오프라인 상품 대비 비교적 보험료가 싸다.
또 파운트가 상품 판매와 관리를 전담하는 디지털GA(법인보험대리점) 방식을 도입했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해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파는 대리점으로 일종의 보험백화점이다. 디지털GA는 GA와 판매 방식은 같지만, 설계사 없이 비대면 채널을 구축하는 점이 다르다.
흥국생명은 전문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 로보어드바이저로 가입과 상담을 진행함으로써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AI를 통해 투자 효율을 높여 저렴한 수수료로 고객들에게 10% 보장이라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보험 업무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