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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공무원들의 비극, 무엇이 문제일까?

일감몰아주기, 상사 갑질, 과잉 의전… 새내기 공무원들 죽음으로 내모는 악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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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2호 양창훈⁄ 2021.11.08 19:35:46

(사진 = pixabay)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새내기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이들은 대부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꽃다운 청춘을 마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런데 조직 문화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 조직은 왜 변화가 없는 걸까? 수 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공직에 들어온 젊은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스무살의 나이로 7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화제가 됐던 A 씨.(사진 = tvN '유퀴즈' 캡처)

또래 청년들의 본보기가 되었지만, 현실은…
만 스물의 나이로 7급 공무원에 합격해 화제가 되었던 A 씨. 공직에 입직한 후 그는 지난 10월,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눈길을 끌었다.


공무원이 되기위해 쏟았던 A씨의 노력도 방송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원두를 가루로 분쇄해 한 숟가락씩 먹으면서 공부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와 수학 성적이 6등급이었다는 A 씨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게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라며 “한 번 열심히 살아보고 싶었다”라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당시의 마음을 회상했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A 씨의 이야기는 또래 젊은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4개월 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와 동료가 맡았던 업무 내용. (사진 = 온라인커뮤니티)

서울시립미술관에 근무하던 A 씨는 지난 2월경 자택에서 숨졌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한때 A 씨 소속부서의 업무 분담표 화면이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업무 리스트 속 A 씨는 ▲시의회(국회), 감사, 조사 BSC 평가 관련 사항 ▲예산 결산 및 주요 업무 계획, 지시사항 관련 사항 ▲주간업무 등 회의자료 작성 ▲공무직 및 뉴딜 일자리 복무 급여 수당 등 관련 업무 ▲각종 증명서 발급 ▲기타 타 직원에 속하지 않는 업무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공무원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신규직원을 따돌렸다고 주장했다. 일감 몰아주기란 경력에 비해 업무 난이도가 높은 업무를 신입에게 부여하거나 부서의 자질구래한 업무를 떠넘기는 걸 말한다.

하지만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해당 직원은 1년간 미술관에서 학예 연구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일부에서 나오는 왕따나 그런 얘기는 들어 본 적 없다”라며 “직원들이 힘들면 경영지원본부나 총무과에 와서 상담을 하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저희들도 당황스럽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현장·통신· 수사, 가족·지인·동료 등 주변인 수사 등을 진행했지만 사인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사항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누리꾼들은 여전히 미술관 측과 종로경찰서의 입장을 믿지 못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업무 분장표를 봐라. 누가 봐도 일감 몰아주기가 명확하지 않으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故이우석 씨의 어머니가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갑질 거부했다고, 괴롭힘 시작
지난 9월 경, 대전시 새내기 9급 공무원 故이우석(26)씨는 임용 9개월 만에 직장 내 갑질 및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인의 가족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이우석씨는 1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어 공무원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은 그는 지난 1월 경 대전시청 본청 신규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이 씨는 첫 부서에서 순탄하게 적응을 마쳤다. 그는 부모님께 “팀원들이 너무 좋다”라고 수시로 말했다고 한다. 이 씨의 부모도 아들이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믿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 7월 경, 이 씨가 인사이동을 통해 현재 부서로 발령을 받은 후였다. 팀원 전체가 기능직이었는데, 이 씨만 일반 행정직이었다. 이 씨는 직원들과 직렬이 달라 동료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씨 어머니는 “팀원들이 아들에게 ‘업무를 모른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고, 일부 직원은 ‘욕설’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한 직원이 “서무가 과장님 챙기는 건 아느냐?”, “과장님 차량 물이랑 챙겨서 아침마다 드려라”,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일찍 와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강압적인 상사들 때문에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그는 약물을 복용하며 우울증과 불안증을 견디려 했지만 지난 9월 말, 결국 생을 마감했다.

이 씨의 사망과 관련, 감사를 진행한 대전시청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지난 2일 최진석 대전시감사위원장은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직장 내 갑질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라며 “자체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과잉 의전 논란으로 문제 된 강성국 법무부 차관. 사진 = 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 상사 갑질과 함께 과잉 의전도 문제
지난 2월 충청남도 공무원노조는 ‘갑질’을 이유로 충남도청 미래산업국장실을 폐쇄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발령을 받은 국장이 사무실 이동으로 교체한 의자와 탁자 등을 부하직원을 시켜 인근 본인 소유의 땅으로 옮긴 일이 적발됐다. 관련해 현재 행정안전부 감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 9월에는 빗속에서 브리핑하는 법무부 차관 뒤에서 한 사무관이 무릎을 꿇고 우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MZ세대가 공직사회에 입문하면서 과잉 의전에 반감을 두기 시작했지만, 그 잔재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 9급 공무원은 “불필요한 간부들 대접도 문제”라며 “팀별로 돌아가면서 국·과장 모시는 날을 정한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 = Pixabay)

새내기 공무원들 ‘낙인’ 찍힐까 무서워 말도 못 해…
직장 갑질 119와 고용 상생 연대기금은 지난달 7~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느냐’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중앙·지방 공공기관 종사자 26.5%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9월까지 직장 갑질 119에 공공기관 갑질 제보는 174건으로 전체 신고(1694건) 중 1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공공기관 근로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뒤에도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공공기관 근로자의 경우 괴롭힘을 당할 때 ‘참거나 모른 척했다’는 답변이 76.7%로 일반 직장인 평균(72.7%)보다 높은 수치였다.

이는 피해자들이 폐쇄적인 공직사회에서 낙인이 찍힐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비극적인 선택을 한 대전시 새내기 공무원 이 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직사회 ‘관행’을 거부하던 직원들은 결국 조직 내에서 고립되었다.

고착화 된 공무원 조직문화와 공직에 입문한 신규공무원들의 괴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방서에 근무 중인 9급 공무원 A 씨는 “임용 후 이해하기 힘들었던 게 선배들의 잔심부름이었다.”라며 “막내가 어느 정도 하는 것은 맞지만, 사소한 일조차 막내에게 모두 일을 떠넘긴다”라며 토로했다.

공직 내부의 고질적 악습과 이에 맞서는 MZ세대의 힘겨운 사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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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공무원  갑질  신규공무원  직장내괴롭힘  유키즈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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