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1.11.04 11:26:05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내외가 국빈 방문 중인 헝가리가 우리나라에 뜻깊은 선물을 전했다.
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는 3일(현지 시간)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했다. 김 여사의 방문에 헝가리는 1730년 독일에서 제작된 지도를 선물했으며, 1900년경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헝가리 가톨릭 신부가 쓴 일기장과 저서를 공개했다.
해당 지도에는 조선의 국호가 ‘CAOLI KUO, COREA, CHAO SIEN’으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지금의 동해를 '소동해(小東海, MARE ORIENTALE MINVS)'로 표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8세기 유럽에서도 해당 지역을 한국에 속한 영해중 동쪽 바다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날 버이 삐떼르(Gróf Vay Péter) 신부가 남긴 1902년의 일기와 1918년의 저서가 공개됐다. 삐떼르 신부는 헝가리인 최초로 1902년 고종 황제를 알현한 것으로 알려진 가톨릭 신부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청일전쟁(1894년) 이후 삐떼르 신부가 조선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기록한 궁궐의 모습, 조선의 문화, 국민의 생활상 등이 적혀 있으며, 특히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다.
“한국과 한국민, 미래에 핵심적 역할 할 것” 예언
문 대통령 내외의 순방에 동행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4일 아침(한국 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고지도와 일기, 저서 등을 소개했다.
특히 삐떼르 신부의 1902년 일기에 대해서는 일부를 발췌해 인용했다. 삐떼르 신부는 한국에 대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며 지구상에서 한국보다 더 이상 아름다운 곳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극동의 가장 매혹적인 지역이다”, “그들은 발전의 일반적인 길을 에둘러서 대단한 속도로 근대적인 업적들을 성취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안중근 의사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선량한 일본의 애국자임은 틀림없을지 모르겠으나 통감(역주-이토 히로부미)은 잔학하고 냉혹한 인물이었다. 그는 결국 그가 한국인들에게 행한 범죄로 말미암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라고 적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일본의 지배와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국에 대해 영원한 지배를 존속시킬 수 없을 것이다. (중략) 현재 일본이 한국에 대해 강요하는 것들은 한국인의 자존심이 전면에 등장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침략자들보다 우수하다. 일본이 한국에서 그들이 원하는 모든 바를 성취한 후 한국을 식민지배의 성공적인 예로 만드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다시 주권을 찾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일기 말미에는 한국의 잠재력과 미래의 역할에 대한 견해도 적었다. 그는 “세상 그 어느 누가 극동아시아의 태동에서 야기되어지는 영향력을 미리 알 수 있겠는가? 세상의 무대는 더 이상 대서양 지역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 지역으로 옮겨질 것이며, 그때에는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와 시베리아가 그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라며 “나는 한국과 한국민이 미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네티즌 “유럽이 우리나라에 호의적”, “이런 게 외교”
“조상님들도 희망 잃지 않고 열심히 사셨구나” 감동
뉴스를 접한 네티즌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 SNS 등에 “헝가리 감사”, “엄청나게 귀한 자료”라며 감탄과 환영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자랑스럽다”, “이게 외교지”, “국격 높아진 게 실감 나네” 등 국격과 외교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자부심을 드러낸 댓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스페인에 이어 헝가리도 일본 손절인가”라고 적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스페인을 국빈 방문했을 때 스페인 상원도서관이 보관 중인 ‘조선왕국전도’에서 독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명확하게 표시한 것을 보여준 것을 언급한 것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런 게 국력이란 게 느껴진다, 이런 게 외교란 게 느껴진다”라며 “우리가 백날 동해라고 외쳐도 일본해 표기하는 것들 천지인데,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앞서가기 전 역사에서는 동해, 한국해라는 증거들이 버젓이 있는데, 우리는 알 수도 없었는데, 유럽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그 증거를 호의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라고 적었다.
삐떼르 신부의 일기에 대해서는 “진짜 대박이다, 뭔가 울컥함”,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소름 끼치는 예언과 혜안”, “100년 전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정확해서 놀랍다”, “최소한 역사 교과서에는 꼭 실어야 할 내용”이라며 감탄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이거 진짜 감동인 게, 저분이 그 시대의 보통의 조선사람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과 감상들일 테니”라며 “우리 조상님들, 그때도 진짜 희망 잃지 않고 열심히 사셨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라고 평가했다.
“저 선교사분한테 지금의 한국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본인이 예상하신 한국의 모습 조금씩 근접해 가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자랑스러운 조상님들 감사합니다”라는 댓글도 눈에 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제에 의해 우리가 발전했다’는 이들이 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표대로 개화를 잘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강조하며 “(다른 민족에) 가해한 적 없이 자력으로 일어서고 선진국 대열에 들었으니,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있는 자료를 주고,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