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원⁄ 2021.12.08 14:20:38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관한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한 고등학교 3학년 김민규 군. 그의 연설 주제와 문장 여러 곳이 불과 열흘 전인 지난달 26일 방송된 엠넷 ‘쇼미더머니10’ 준결승 무대에서 발표된 신곡 힙합 노래의 가사를 표절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연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극찬한 연설이기에 더욱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 것.
논란이 제기되자 김 군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 글을 통해 사전에 “법적인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고, ‘오마주’였을 뿐 ‘대필’이나 ‘악의적 표절’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원작자의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어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도 유명해진 불협화음이라는 표현과 그 양식을 차용하는 것에 표절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과도한 지적”이라며 김 군을 감쌌다.
표절 논란이 불거진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6일 ‘불협화음’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김 군의 연설을 살펴본다. 연설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이번 대선을 통해 불협화음이라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기존 정치에서 대개 ‘불협화음’을 경계하고자 노력해왔던 것,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당내 ‘원팀’을 강조했던 것과 얼핏 어긋나는 논조인 것 같다. 다만 이날 연설은 하나의 기준을 강요하던 구태를 벗어나 혁신적이고 특별한 가치를 추구하자는 의도로 읽히며 현장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표절 논란이 된 신곡의 제목이 ‘불협화음’이다. 머드 더 스튜던트라는 '쇼미더머니10' 참가자의 곡이며 기성 인기 뮤지션인 악뮤(AKMU)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노래의 내용은 화자(話者)가 학창 시절 평범한 청소년들과는 다른 독특한 취향이나 반골 기질 등으로 인해 세상과 ‘불협화음’을 빚어 왔으나, 그것이 음악을 창작할 때는 개성과 재능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더 나은 ‘작품’을 만들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곡은 피처링에 참여한 악뮤의 찬혁이 무대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와 패기 있는 가사로 화제가 되었고, 해당 장면이 유튜브에서 빠르게 ‘밈’(Meme)이 되어 바이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김 군의 연설이 '불협화음'의 표절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연설의 주제 및 문구와 노래의 제목 및 가사가 매우 유사한 부분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 군은 연설에서 “어느 새부터 정치는 멋지지 않았습니다”라던가 “권력보다는 국민을 향한 사랑을. 대통령직이라는 트로피보다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철학을 먼저”라는 표현을 사용해 박수를 받았다.
'불협화음' 노래에서 가장 화제가 된 찬혁의 가사가 바로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 이건 하나의 유행 혹은 TV쇼. 우린 돈보다 사랑이. 트로피보다 철학이”라는 부분이다. 김 군의 연설은 이 가사의 단어만 몇 개 고쳤을 뿐 똑같다.
또 악뮤의 수현이 노래한 가사 중 “(중요한 건 평화, 자유, 사랑, My Life) 똑같은 것들 사이에 튀는 무언가. (동그라미들 사이에 각진 세모 하나) 우린 그걸 작품이라고 불러”라는 부분이 연설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열광하는 지점은) 똑같은 것들 사이 튀는 무언가입니다. (남들은 우리를 불협화음이라고 조롱했지만) 우리는 끝내 그것이 하나의 멋진 작품임을 증명해냈습니다”로 수정됐다.
표절 논란이 불거지고 ‘오마주’라는 해명까지 나왔지만 8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및 SNS에서는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표절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의 네티즌들은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 대해 “지나친 꼬투리”이고 “프로 불편러”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대로 김 군의 연설이 표절이라는 네티즌들은 김 군의 해명에 대해서도 “완전히 똑같은데 표절이 아니라 오마주라고?”, “변명이 더 궁색하다”라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오마주는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걸 재치있게 사용하는 거지, 이렇게 완전히 줄줄 베껴놓는 걸 말하는 게 아닐 텐데”라고 지적했고 다른 한 네티즌은 “오마주나 패러디는 오마주/패러디했을 때 많은 사람이 '저건 패러디네, 오마주네'하고 알아봐야 인정. 발표된 지 겨우 열흘 된 노래를 사람들이 얼마나 안다고 오마주라는 변명을 하는지”라며 혀를 찼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연설에서 언급하기 전에 말을 했어야지 표절 의혹 걸리니까 오마주?”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