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5호 유재기⁄ 2021.12.30 11:42:58
값비싼 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잘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 소수점 주식 거래’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종전 2개 사(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에서 최근 5곳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어느 증권사의 서비스가 가장 좋은지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짚어본다.
12월 28일 기준, 5개 증권사의 소수점 주식거래 상품의 특징
우대환율은 %가 높을수록 좋다. 우대환율은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이 95%의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해외주식을 살 땐 원화를 달러 등으로 환전해야 하고, 환전 수수료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1달러 매매(살 때) 기준율이 1180원이고 매도(팔 때) 기준율이 1200원이다. 환전 수수료는 매도 가격에서 매매 가격을 뺀 20원이 된다. 원래는 20원을 다 받아야 하지만, 우대환율 90%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는 환전 수수료 20원에서 10%만 떼겠다는 것이다. 즉 1달러 당 붙는 환전 수수료가 20원 × 0.1(10%) = 2원이 되는 식이다. 따라서 우대환율 숫자가 높을수록 이용자에게 유리하다.
'미니스탁'이라는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앱을 내놓아 인기를 끈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매수 시 60%, 매도 시 80%로 다소 낮은 우대환율을 적용한다. 예로 든 달러로 계산해보면 환율 수수료가 20원 일 때 매수 시(60%)엔 8원(20원 × 0.4), 매도 시엔 4원(20원 × 0.2)의 환전 수수료를 받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대환율로 봤을 땐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이 가장 유리하다. 소액으로 투자하는 소수점 주식거래에선 환전 수수료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투자 액수가 커질수록 환전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KB증권의 경우 '마블미니'의 글로벌마켓에서 소수점 투자 거래를 할 땐 원화가 실시간 환율로 바로 계산된다. 현재 환전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100% 우대)는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100% 우대가 언제까지 적용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혜택이 제공되는 한 적극 이용할 만 하다.
환전 수수료를 제외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챙기고 싶다면 한국투자증권의 미니스탁이 압도적이다. 다양한 미국 우량주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600개가 넘는 종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주식 종목 중 선호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투자하고 싶다면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의 ‘정기 매수 기능’을 주목하자. 투자자가 설정한 시점에 원하는 금액만큼 원하는 종목을 설정하면 자동적으로 매수된다.
이면의 혜택도 있다. 바로 NH농협증권과 KB증권의 환전 수수료가 붙지 않는 ‘환전 없이 주문 가능’이다. 장점은 투자 과정에서의 시간 단축이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 없이 바로 원화를 기준으로 주문을 넣을 수 있다. 적용 환율은 다음 날 첫 고시 환율을 적용한다. 시기에 따라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변동이 심할 땐 다음 날 첫 고시 환율의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소수점 주식 거래 역시 일반 주식 거래와 큰 틀은 똑같다. 거래량이 늘수록 떼어가는 부분도 커진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처럼 소소한 피해가 누적되면 계좌가 '녹아나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피해를 줄이고 싶다면 즉 우대환율과 환율수수료 혜택을 폭 넓게 누리고 싶다면 신한금융투자, KB증권, 삼성증권 등의 이벤트 기간 내 이용을 추천할 만하다. 반대로 폭넓은 종목을 주시하며 가치 투자를 중시한다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유리할 수 있다.
다수가 되기 위한 소수의 이면(異面)
10년 넘게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직장인 J씨는 다양한 이유로 해외 주식과 소수점 주식 거래에 대한 의문으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해외 주식 열풍이라 주변에서 스타벅스, 테슬라, 구글 등 미국 주식 얘기들을 한다. 무엇보다 밤새 이뤄지는 미국 주식 시장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소수점 주식 거래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실시간 매매가 어렵다는 점이다. 주식은 쌀 때 매수하고 비쌀 때 매도해야 하는데, 소수점 매매에선 내가 사고 싶은 분량을 증권사에 맡기고, 증권사는 여러 매매 희망자들을 모아 거래하는 방식인지라 지금 예컨데 테슬라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당장 현재 가격에 내가 구매할 수 있지 않고, 하루 정도 기다려야 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시간 거래가 안 되는 단점은 증권사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라면서 “국내 역시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 또한 해외 소주점 주식 거래처럼 실시간으로 거래를 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투자자의 소수점 이하 투자 자금을 모아 매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 소수점 주식 거래만의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22일까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금액은 총 983만 4251달러였다. 한화로 116억 원이 넘는다. 실시간 거래가 안 된다는 아쉬움을 상쇄할 정도로 해외 소수점 주식 거래의 세가 커지는 양상이다.
MZ세대의 소수점 주식 거래에 대한 관심은 금융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일까? NH투자증권 홍보실의 김병수 차장은 증권사의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점 주식 거래는 특별한 건 아니다. 젊은 층의 경우 몇 개의 애플 주식만 사도 여윳돈이 떨어지는 부족함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거래를 소액 투자로 가능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도 주식 거래와 똑같다. 소수점 주식 거래는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로 접근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증권사 20곳에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허용했다. 따라서 2022년엔 더욱 다양한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가 등장하면서 열기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