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기⁄ 2021.12.31 10:22:52
송구영신. 한 해 동안 쌓인 묵은 때를 벗어내고 경건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 눈이 내린다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간직한 채 새하얀 눈과 동화되고 싶은 낭만적인 여행을 꿈꾸게 된다. '새해 설경 첫 여행지 3선'은 이러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놓칠 수 없는 스마트폰 뷰 포인트와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걷기 좋은 여유가 깃든 그곳을 만나보자.
1 천년고찰 선운사가 주는 깊은 울림
전북 고창 선운사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이름만 읊어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보물 제279호 금동보살좌상과 보물 제280호 지장보살좌상, 제2905호 대웅전이 있는 사찰이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동백꽃 군락지로 유명한다. 5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3000그루 이상이 선운사 대중전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동백 개화 시기는 1월부터 4월까지다. 자연이 잉태한 새하얀 눈이라는 도화지 위에서 영롱한 빨간빛을 발산하는 동백꽃과의 환상적인 앙상블. 겨울이기에 가능한 선문사의 뷰는 모르고 보면 합성사진처럼 느껴진다. 소복하게 세상이 눈이 덮이는 어느 날, 선문사로 향하는 이는 비단 당신만은 아닐것이다.
2 K-POP? K-FOOD? NO! K-FROZEN
강원 영월 만항재
국내에서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고개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만항재(해발1313m). 그래서일까?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자리잡으며 자동차에서 이곳을 감상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백두대간 중부지역 최고봉인 함백산 중턱에 자리한 만항재는 눈이 내리면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하늘과 맞닿을 정도로 높게 솟은 소나무 숲길에 햇빛이 반사되며 마치 영화 '겨울왕국'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탐방로의 길이도 약 3km로 가볍게 산책하기엔 제격이다. 눈의 왕국의 속살이 더욱 궁금하다면 정상까지 산행해도 좋다. 만항재와 함백산의 고도 차이는 약 243m로 넉넉하게 한 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3 가장 한국적인 도시의 겨울 풍경
전북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은 한옥이 빼곡하게 밀집된 거리다. 수많은 한옥 가옥 외에도 고즈넉한 카페도 자리해 여유를 갖고 둘러 보기에 좋다. 계절에 관계없이 마을을 거닐며 옛 것을 감상하는 묘미도 있지만 눈 내리는 한옥 마을 전경은 예술에 가깝다.
말 그대로 수묵화가 따로 없다. 인사동 거리를 걷다가 골동품 상점 쇼윈도에 걸린 주인 모르는 고풍스러운 수묵화 속으로 들어가 체험하는 기분은 한옥과 눈이 주는 방문객을 위한 서비스다.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면 한옥마을 내 오목대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우아한 한옥의 처마 위에 쌓인 눈을 촬영하다보면 마음 속 묵은 때가 사라졌음을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