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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건창호 안정혁 기술조달부문 이사 “30년 명품 창호 노하우가 탄소중립 핵심 기술로”

일사취득 높이고 열손실 최소화한 SUPER진공유리, 건물외벽용 태양광솔루션 BIPV 통한 탄소중립 … 20년 써도 믿을 수 있는 지속가능성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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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15호 안용호⁄ 2022.01.10 17:53:10

이건창호의 기술조달부문을 이끌고 있는 안정혁 이사. 사진=문화경제

절체절명의 순간 인간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와의 대결에서 더이상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때, 실패가 눈앞에 보일 때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20년 전 우리나라에서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됐습니다. 창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가 온 겁니다. 이때 경쟁사들은 다투어 PVC를 두 겹으로 사용하는 PVC 이중창으로 승부를 겁니다. 그동안 저희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시스템 창호 단창으로 성능을 맞췄는데, 당시 저희 제품은 경쟁사들의 PVC 이중창 대비 단열성능이 70~80%밖에 안 됐습니다.”

2011년부터 이건창호의 기술 부문을 책임져온 안정혁 이사는 긴박하고 절박했던 시장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이건창호의 알루미늄 단창 시스템창호는 이중창보다 조망감이 뛰어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고급 주택, 리조트, 고급 아파트 등에 주로 시공되었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 열풍이 불면서 고객 니즈의 우선순위가 단열로 옮겨갔다. PVC 이중창에 밀려 이건창호의 제품이 더 좋은 제품으로 평가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진=문화경제

“우리 제품이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는데 당시 1년 정도는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방향이 보이면 앞으로 가면 되는데…. 위기 속에서 2가지 전략이 나왔습니다.”

이건창호가 선택한 2가지 솔루션은 진공유리와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이었다.

PDP 디스플레이 기술을 창호에 적용하다

“저희 이건창호의 시스템창호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리의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했습니다. 열과 소리는 매질이 전달되어 움직이는데 진공유리는 그 안의 매질을 없애 열과 소리 등이 아예 전달되지 않는 상태를 만듭니다. 일반 유리창은 공기를 넣어 단열하지만 대류 때문에 단열성이 떨어지게 되죠. 진공유리는 아예 유리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어 열전달이 없게 하는 게 특징입니다.”

당시 진공유리는 PDP 및 FED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기술이었다. 작은 사이즈에서는 가능했지만, 창호와 같은 대면적 건자재에 이를 적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침 국내 디스플레이 사업 발전 기술이 PDP/FED에서 LCD로 전환되는 시기였고 국내 PDP/FED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중국 등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건창호는 자칫 사장될 수 있었던 경쟁력이 있는 한 국내 PDP/FED 업체의 기술을 도입해 외국 기술의 도움 없이 이를 건자재에 적용했다.


이건창호의 ‘SUPER진공유리’는 유리 사이의 공기를 빼내는 일반적인 생산방식에 비해 진공 체임버에서 유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진공도가 1000배 향상되며 단열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7배 우수하다. 이 진공유리는 주거용 건물에서 일사취득을 높이고 열 손실을 줄여 에너지 사용을 극대화한 아이템이다.

이건창호의 SUPER진공유리가 적용된 서울숲아크로포레스트. 사진=이건창호 제공 

건물 유리를 대신하는 태양광 모듈 BIPV

이건창호의 또 하나의 전략 사업인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태양전지셀을 구성하는 특수모듈로 태양광발전은 물론 건축물에 요구되는 단열성능, 발전기능을 통합해 독특하고 다양한 건축 외관을 구성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건축물 위(옥상)나 베란다 등에 태양광 모듈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건자재 자체가 태양광 모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저희가 가장 선도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건물 유리 대신 쓰는 것이기 때문에 미관을 해치지 않고 최근에는 색상까지 넣을 수 있어 태양광 시설인지 일반 유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까지 와 있습니다.”

BIPV가 속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일종의 의무화 사업으로 공공건물의 경우 3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건창호의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이 적용된 인천국제공항. 사진=이건창호 제공

“BIPV 관련해 이제 남아 있는 시장은 아파트입니다. 거치대 형태로 아파트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은 미관에도 문제가 있고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아파트형 태양광시스템이 개발되면 전력을 많이 쓰는 계절에도 가정에서 누진세를 다 피해갈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효과가 굉장히 큰 거죠. 또한 아파트에 적용된다면 창문 형태로 가야 할 거고 저희는 이미 관련 기술 개발이 되어있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면 큰 사업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프레임 성능 업그레이드 니즈

진공유리와 BIPV 기술 얘기를 듣다 보니 창호 하면 먼저 떠오르는 프레임 기술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업계에서는 프레임 기술은 이미 개발이 정점에 이르렀으며 더 이상의 기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안정혁 이사는 의외의 상황을 전했다.

“기밀, 단열, 수밀, 내풍압성, 차음성 등이 창호 프레임의 기본 성능이고 업계에서는 이런 성능 개선이 5년 전에 이미 끝났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가 상황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후 조건이 바뀌고 있어요. 우리 연구소에서 연간 평균 일사량을 체크해보면 2~3년 전보다 일사량이 약 20%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 일사량이 되면 창이 열팽창을 해 휘게 됩니다. 특히 PVC창의 경우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어 자외선을 받으면 변형이 발생합니다.

또한 태풍이 자주 오면서 보다 높은 내풍압성과 수밀 성능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결국 아열대지역 정도의 기후 조건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프레임 성능 개선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이건창호는 인공광원을 이용해 창호에 어떤 변형이 오는지 실험하고 있다. 또한 태풍급 압력을 가해 창문이 깨지거나 이탈하는 시기를 측정하는 ‘목업시험’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맞게 창호와 프레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창호 프레임 성능 개선과 함께 이건창호가 추구하는 또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제로에너지빌딩(ZEB) 사업은 시뮬레이션 평가를 통한 인증으로 세제 혜택, 용적률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안정혁 이사는 이러한 정부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뮬레이션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시험성적서에 의존한다는 의미입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성능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가장 이상적이고 좋은 상태에서만 평가하는 겁니다. 그런데 창호는 10~20년을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성능 변화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 게 바로 저희의 신념이죠.”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우리가 확신할 때까지 테스트한다"

예를 들어 이건창호는 창호를 10년 동안 여닫는 횟수를 가정해 자동화된 기계로 ‘개폐복원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이 사용 시간과 횟수에 따라 어떤 변화를 맞게 되는지, 성능 변화를 줄이는 방법은 없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체크하고 높이는 작업이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이건창호는 앞선 행보를 보인다. 최근 창호 업계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은 ‘슬림’이다. 창틀을 최소화하고 유리만 보이게 하는 것이 고객의 니즈다.

“고객들은 창호를 통해 볼 수 있는 뷰가 최대한 커지길 원합니다. 두꺼운 창틀에 거부감을 느끼죠. 그런데 성능은 유지하면서 창틀 크기를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PVC 이중창을 잘못 개방하면 창살처럼 보입니다. 뷰를 다 가리게 되는 거죠. 저희는 프레임을 최대한 얇게 만들어 시야감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창호의 핸들 디자인도 이건창호 창호개발팀의 중요 이슈이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고객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고객이 원하는 창호의 성능부터 핸들까지 다양한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위해 이건창호는 컬러와 텍스처 옵션을 다양화하여 선보이는 중이다.

최근 이건창호는 국내 가전 업계로부터 다양한 ‘콜’을 받고 있다. 특히, 보냉이 중요한 냉장고나 도어를 열지 않고도 내부 확인 및 열기 보존이 필요한 전기오븐 등 다양한 가전제품에 SUPER진공유리 적용에 대한 협업 제안이 쇄도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건의 시스템 도어 브랜드인 이건라움은 한 가전업체와 협업하여 도어에 패널을 접목하여 영상시청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IoT(사물인터넷)에 대한 욕구가 크고 특히 가전 홈네트워크 연결을 원합니다. 실내외를 구분하는 창호에 센서를 달면 여러 가지 기능을 제공할 수 있어요. 문제는 창호 자동 개폐 기술입니다. 기존 자동 개폐문은 폭이 넓거나 툭 튀어나와 보이는데 저희로서는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창호 업계 선두 주자로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고 곧 솔루션이 나올 것입니다.”

사진=문화경제

"새해 3040세대와 접점 확대, 기술은 앞서나가되 영업은 보수적으로"

새해 이건(EAGON)은 창호, 마루, 라움(인테리어 시스템 도어), 바스 품목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마케팅의 중심은 주력제품인 SUPER진공유리와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이다. 마루는 프리미엄 원목마루 라인업인 ‘라르고(LARGO)'와 천연마루 ’포레스타(FORESTA)'가 중심이 된다.

온라인에서는 제품에 대한 쉬운 정보전달을 위해 기존 이건스토어를 개편하고 3040세대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이들이 선호하는 동영상 플랫폼과 SNS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건축 및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전문 사이트를 새롭게 오픈한다. 전문가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건축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문화경제

20년 이상 이건창호의 기술 부문을 이끌어온 안정혁 이사에게, 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수많은 성장 기회가 있었지만 ‘절대 확인되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해왔습니다. 기술은 늘 앞서나가되 영업은 보수적으로 해왔어요. 앞으로도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고 정확한 제품을 만들 것입니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진공유리 기술, 제로에너지빌딩 사업을 이끄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시스템 BIPV로 이건창호는 이미 탄소중립의 맨 앞에 서 있다. 탄소중립은 소비자, 기업, 정부가 함께 추구하는 공통의 목표이다. 이제 고객이 지갑을 여는 일만 남았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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