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DA 타이가트 위원장,"다른 운동선수의 샘플과 비교해 약 200배 많은 양... 의도적으로 먹였다"

발리예바(오른쪽)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 시작 전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발리예바의 금지약물 복용이 할아버지의 약 때문이라는 해명과 달리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도핑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16일(미국 현지 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반도핑기구(USADA)의 위원장인 트래비스 타이가트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 피겨스케이팅 여자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논란과 관련해 이렇게 주장했다.

발리예바는 2022 베이징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팀 우승을 이끌었지만 지난해 12월 채취된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는 통보가 나오면서 시상식이 사실상 취소됐다.

샘플 제출 당시 발리예바의 나이가 정보공개 관련 보호대상이라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관련 규약 때문에 발리예바에 대한 잠정적 출전 정지 징계도 취소되어 발리예바는 15일부터 열린 여자 싱글 경기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되어 ‘도핑 위반 선수의 경기 출전’ 문제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발리예바 측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서 금지약물 검출 경위에 관해 할아버지의 심장 치료제 탓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트리메타지딘은 흥분제이자 협심증 치료제인데, 발리예바가 할아버지와 물컵을 나눠 썼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할아버지의 약 성분을 섭취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타이가트 위원장은 이 해명에 관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는 1mL당 2.1ng(나노그램)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샘플 오염이라는 판정을 받은 다른 운동선수의 샘플과 비교해 약 200배나 많은 양”이라고 지적했다. 트리메타지딘을 매일 정량으로 복용한 사람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다.

또 타이가트 위원장은 “발리예바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경기력 향상 물질을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는데, 그 근거는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 검출된 또 다른 물질에 있었다.

발리예바의 소변 샘플에서는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외에 하이폭센과 엘카르니틴도 검출됐다. 이 두 가지 성분은 금지약물로 지정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도핑과는 무관하다. 하지만 하이폭센의 경우 산소 포화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므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이런 이유로 2017년에 금지약물 지정이 추진되기도 했던 약물이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USADA 위원장. (사진 = USADA)

타이가트 위원장은 “분명히 누군가가 그녀에게 이러한 약물을 복용하도록 가르치거나 지도하고 이끈 것 같다. 그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한 누군가일 수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불 보듯 뻔한 얘기다. 15세 소녀가 자신의 지구력은 높이고 피로감은 낮추기 위해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과 금지되지 않은 하이폭센, 엘카르니틴을 함께 복용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럴 돈을 가졌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발리예바는 15일(베이징 현지 시각)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총점 82.16점으로 1위를 차지해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술도, 연기력도 흔들렸지만 1위는 굳건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금메달을 따더라도 시상식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본래 쇼트프로그램 상위 24명에게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도 이번에 25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제니 사리덴 선수에게까지 부여하는 등 발리예바의 성과를 ‘무시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 지상파 3사 중계진과 미국 NBC 해설진 등도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하는 동안 침묵 중계로 일관하며 도핑 선수를 정상 출전하게 한 CAS의 결정에 항의했다.

< 문화경제 윤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