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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빠진 건설사' 호반이 미술관 오픈하고 강남에 작가-이론가 협업창작터 마련한 뜻은

호반문화재단, 문화예술 사업 활성화 … 호반아트리움과 H 아트랩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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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0호 김민주⁄ 2022.03.16 14:12:08


하이엔드 아파트 경쟁이 심화되면서 건설사는 보다 고급스러운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에 미술을 접목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들 기업은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회 공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끌어들였다.

특히 호반건설그룹은 산하에 호반문화재단과 호반장학재단을 두고 있다. 재단은 본래 태성문화재단, 남도문화재단, 호반장학재단, 광주방송문화재단 총 4개 공익 법인 재단으로 나뉘었으나 최근 호반문화재단과 호반장학재단 두 개로 통합됐다. 호반문화재단은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호반장학재단은 장학 사업을 담당한다.

호반문화재단은 ‘열린 플랫폼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에 기여’라는 미션을 내걸었다. 재단 목표는 ‘문화예술 경험 확장과 혁신적 창작을 지원하는 아트브릿지로 역할하는 것’이다.

재단은 예술가들에게는 창작과 성장 기회를 연결하고, 대중들에게 폭 넓은 문화예술 경험을 연결하고자 한다. 이처럼 호반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사업 중 가장 공들이며 큰 비용을 투자하는 부분은 전시장 운영이다.

호반문화재단은 현재 문화 생산 센터인 ‘H 아트랩’(H Aat Lab)을 운영 중이다. 전시회장이었던 ‘호반아트리움’(Hoban Artrium)은 지난 2월 27일 휴크레슈머(Hugh Kretchmer) 회고전 이후 광명시에서 타 지역으로 이전을 준비하며,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작가·이론가의 허브이자 시각 문화의 장, H 아트랩

 

창작 지원 공간인 'H 아트랩'의 내부. 사진 = H 아트랩 홈페이지 

‘H 아트랩’(H Art Lab)은 미술계 작가와 이론가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창작 활동에 시너지를 발휘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창작 공간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입주 작가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대중과 소통한다.

지난해 초 H 아트랩은 첫 기수를 모집했다. 첫 모집임에도 불구, 430명 이상 작가와 이론가들이 신청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2022년 2기 입주 인원으로는 (왼쪽 위부터) 조영주 작가와 고윤정, 이경미 이론가, (아래 왼쪽부터) 작가 박관우, 신선주, 신창용, 이연숙이 선정됐다. 이론가들은 작가들과 함께 출판 및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 사진 = H 아트랩



그에 힘입어 H 아트랩은 지난해 12월부터 2기 입주 작가 온라인 신청을 받았다. 300명 이상이 모였으며 그 중 7명이 선정됐다고 이달 2일 밝혔다.

선정 과정은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로 이루어진다. H 아트랩 심지영 큐레이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심사는 작가 혹은 이론가로서 활동한 내용과 작업실 지원이 꼭 필요한 지원자인지 확인하고, 입주 후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는지 등을 호반문화재단 관계자와 외부 심사위원이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 아트랩은 서초구 우면동 소재 호반파크에 위치했다. H 아트랩 내에는 대중에게 공개되는 작가들의 전시 작업 공간인 ‘H 아트 스페이스’(H Art Space)가 있다. 해당 공간에서 전시까지 개최된다. 오픈 스튜디오(Open Studio)는 1년에 한 번 작가의 스튜디오를 개방해 대중이 관람할 수 있게 하는 행사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나나와 펠릭스 팀의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전시. 전시는 2018년부터 길거리에 버려진 액자들을 수집하고 한국의 도시들을 밤마다 돌며 골목길을 스냅샷 형식으로 포착한 사진 시리즈 300여 점으로 이루어졌다. 사진 =  H 아트랩



지난해 본격적으로 오픈한 H 아트랩은 유의미한 성과들을 내놓았다. 최근 아트 스페이스에서는 나나와 펠릭스가의 ‘카메라,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전시, 작년 여름엔 이여운 작가 개인전 ‘Shape&Shadow’가 열렸다.

특히 작년 H 아트랩은 가장 큰 행사인 ‘아트노드’(Art Node)를 기획했다. 아트 노드는 1기 입주자 모두가 참여한 프로그램이다. 작가와 이론가들은 각자의 작업과 연구 분야에 맞게 전시, 토크, 공연, 상영회, 컨설팅 등 스튜디오 개방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꾸렸다.

오픈스튜디오 행사 당시 ‘나나와 펠릭스’ 팀은 건설 사옥이 가진 특수성을 이용해 주거 공간과 관련된 ‘84B’ 전시를 개최했다. 심 큐레이터는 해당 전시에 대해 “작업의 메시지와 장소의 특수성이 조화를 이뤄 오직 H 아트랩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 기회”라고 설명했다.

H 아트랩은 타 지원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창작 공간에 작가와 이론가가 함께 입주하는 점이다.

H아트랩 프로그램 일부인 비평 프로그램은 입주 작가와 이론가를 매칭해 작업에 대해 이론가가 해석한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지난해에는 그 라인업에 초대 작가인 이강소, 김보희 작가까지 영입했다. 1년간 H 아트랩에서는 이강소, 김보희 작가의 작업론을 들을 수 있는 ‘이강소의 실험미술’, ‘김보희의 작업세계’ 강연이 열렸다.

입주 작가들은 이론가, 원로 작가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작업에 대한 코멘트를 들을 수 있는 교류 시간을 가지며 활동도 함께한다. H 아트랩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 역시 ‘청년 작가와 원로 작가, 이론가 등 예술계 인재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며 역량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예술·창작의 장이자 문화 생산 센터로 자리잡는 것’이다.

두 번째는 H 아트랩의 위치다. H 아트랩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초구에 자리했다. 심 큐레이터는 “현재 많은 창작 공간들이 서울 외곽 지역에 위치해 전시 개최나 미팅 등 작업실을 사용할 때 입주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H 아트랩은 위치가 좋다. 이런 강점을 잘 살려 미술계의 네트워크를 이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작가 지원 사업 및 전시가 계속될 예정인지 묻자 그는 “물론이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오프라인 지원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입주자들의 창작 활동 분야가 각각 다른 만큼 매체 성격에 맞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지원, 개최하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작년처럼 오픈스튜디오도 계획하고 있고, 올 한해도 참신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니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작가 돕고 관객과 소통에 보람 느껴" 

H 아트랩 심지영 큐레이터
 

예술을 사랑한 심지영 큐레이터는 기업이 운영하는 전시 공간에서 전시 기획, 신진 작가 지원 공모전 운영 경력을 꾸준히 쌓아 왔다. 제공 = 심지영 큐레이터.


심지영 큐레이터는 작년 하반기 H 아트랩 큐레이터로 들어와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업무를 크게 전시 기획, 홍보, 시설 운영 등으로 나눴다. 가장 일상적인 업무는 입주자들과의 소통이다. 운영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 입주자들과 조율하고, 그들 활동 내역을 취합해 매달 어떤 활동과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활동 홍보가 잘 이루어지도록 홈페이지와 SNS 게시를 통해 지원한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소통에 여러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고충이 남다를 듯했지만 심 큐레이터는 “입주자들이 ‘H아트랩’이라는 공통된 소속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사람에게만 특별 혜택이 주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원 사항 등을 전달하려고 굉장히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작년 1기 입주자인 박혜수 작가의 프로젝트인 ‘오래된 약국 2021 쇼트’를 참가자를 받아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조향과 휴먼디자인 차트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심리 상태를 상담하고, 예술적 처방을 해주는 대중 참여 프로젝트였다. 처방은 1:1로, 한 사람당 약 15분가량 진행됐다.

“참가자 한 분으로부터 '깊은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의미 깊은 시간을 마련해 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외로움, 불안 등을 겪는데, 저희가 개최한 프로젝트로 어려웠던 부분을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들 그리고 예술을 관람하는 대중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근무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코로나로 문화예술계가 다소 침체된 시기지만, 예술가들의 에너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H 아트랩 입주자들과 함께 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확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심 큐레이터는 H 아트랩의 큐레이터로서 포부를 밝혔다. 그는 H 아트랩이 더욱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도 함께 성장하고 싶은 소박한 욕심이 있다.
 



호반문화재단의 향후 문화예술 사업 계획
 

호반문화재단의 아티스트 컬러 배너 이미지. 사진 = 호반문화재단


호반문화재단은 지난해 지역 상생과 문화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호반아트리움 인근 지역인 광명시, 안양시 지역아동센터에 전시 초대권 3300매를 전달했고,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에도 초대권 8000매를 전달했다.

이처럼 호반문화재단은 여러 예술 사업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 발전 및 사회 공헌에 일조하고 있다. 

호반문화재단 관계자는 사회의 문화 저변을 확대하고자 서울과 광주에 전시장 및 문화예술기관 개관도 준비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재단은 문화 소외 지역 아동, 청소년, 지역민을 위한 미술 교육과 예술 체험 등의 나눔을 통해 ‘모두를 위한 예술’을 지향하고자 한다. 더불어 H 아트랩과 작가 컨설팅 지원 사업을 전개하며 함께 발전하는 문화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우 이사장은 “호반문화재단은 대중과 문화예술, 지역사회와 글로벌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복합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 지속가능한 예술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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