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월회, 김헌, 손애리 외 지음 / 혜화동 펴냄 / 234쪽 / 1만 6000원
억울한 판정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결국 금메달을 따낸 한국 선수에게 방송 사회자가 “당신에게 영웅은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나에게 영웅은 가족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오늘날의 영웅에는 과거의 영웅, 즉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거나 전쟁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사람 등과는 다른 의미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문제 많은 우리 사회에서 영웅 소환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고전 속 영웅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영웅처럼 거의 신 수준의 능력을 타고난 영웅도 있고, 선한 의지로 타인을 위해 희생한 영웅의 모습도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영웅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예가 적지 않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과거의 영웅들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영웅이 탄생한 시대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기’에서 자신이 섬긴 이를 위해 끝까지 복수를 꿈꾸던 예양, ‘춘추좌전’에서 오랜 방랑 끝에 군주가 된 희중이를, ‘일리아스’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아이네아스와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나 죽을 수밖에 없었던 아킬레우스를 보여준다.
‘홍길동전’에서는 의적에서 민중의 영웅으로 변모한 홍길동, ‘고사신편’의 찌질해 보였던 백이와 숙제 등 실재 혹은 가공의 인물들이 어떻게 오늘날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안에 이미 와 있고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영웅’을 발견할 수 있기를 저자들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