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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훈 기자의 게임 월드] 게임은 왜 ‘인터렉티브 스토리’를 좋아할까?

선형적 구조· 분기적 구조· 병렬 길 구조 등 게이머의 적극적 참여를 부르는 스토리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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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20호 양창훈⁄ 2022.03.23 15:37:10

사진 = pixabay

넷플릭스의 성공에는 콘텐츠가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는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는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성공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스토리가 중심이 되고 있다. 시청자는 참신하고 재밌는 스토리에 열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당신과 자연의 대결’, ‘스트레치 암스트롱: 도시를 구하라!’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모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들은 게임형 스토리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Story)’을 활용한 점이다.

인터랙티브 스토리는 ‘인터(Inter-)’와 ‘활동적인(Active) 뜻이 합쳐진 합성어로 쌍방향적 이야기를 의미한다. 게임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는 게이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처음 시작되었다.

관련해 박찬익 청운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인터랙티브 스토리의 구조를 ①선형적 구조(Linearity Structure), ②분기적 구조(Branching Structure), ③병렬 길 구조(Parallel Path Structure)로 구분했다.

 

선형적 구조는 주로 레이싱 게임에 활용된다. 그 예로 넥슨의 카트라이더, 스마일게이트 테일즈런너 등이 선형적 구조를 띤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사진 = 넥슨 제공

직관적 형태의 선형적 구조, 레이싱 게임에 주로 적용
선형적 구조는 인터렉티브 스토리에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선형적 구조는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에 적용됐다. 초창기 게임은 게임 개발자가 제작한 하나의 스토리 방향으로만 게임이 진행되는 선형적 구조를 따랐는데 과거 우리가 오락실에서 즐겼던 게임의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인터렉티브 스토리는 게임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덜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제작자의 의도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구조로 게이머들이 콘텐츠를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다.

이를 활용한 게임 장르에는 레이싱 게임이 있다. 레이싱게임의 경우, 게이머들이 트랙을 따라 경주를 하게 되므로 선형적 구조 내에서 게임을 즐긴다. 대표적인 레이싱 게임에는 넥슨의 카트라이더, 스마일게이트의 테일즈런너,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 등이 있다.

이 게임들은 선형적 구조(레이싱 장르) 내에서 자사가 개발한 콘텐츠로 차별화를 뒀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배찌, 디오, 우니, 디지니 등 아기자기한 캐릭터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덕에 게이머에게 사랑받았으며, 테일즈런너는 동화 속 세계관을 경기장으로 구현해 신선한 재미를 제공했다. 마리오 카트는 지난 1992년 첫 출시 이후 진보된 모습으로 전 세계 레이싱게임 장르에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런데 게임 내 선형적 구조는 영상 장르와 달리 게이머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즉, 게이머가 게임을 할 때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레이싱게임에서 게이머가 1등으로 완주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상대방과의 격차로 1등으로 완주할 수 없을 시에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결승선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1등으로 달리는 상대방의 레이싱을 방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선택의 재미, 분기적 구조 ‘미연시’가 대표적· 병렬길 구조 개발 효율성이 문제
분기적 구조는 게이머가 분기 포인트를 선택하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인터랙티브 스토리’에 자주 활용되는 구조로 참여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진다. 게이머가 어떤 분기 포인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결말이 다르므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020년 8월에 출시된 방과후 신데렐라는 연애 시뮬레이션의 하위 장르인 미연시 게임이다. 사진 = HOOKSOFT


이 구조를 활용한 게임으로 미연시(미소녀 연애 플레이 시뮬레이션)가 있다. 미연시는 연애 시뮬레이션의 하위 장르로 여성(미소녀)과 연애를 하는 과정을 즐기는 게임이다. 2020년 8월에 나온 ‘방과 후 신데렐라’는 고향으로 이사 온 주인공이 미소녀들과 뜻밖의 사건으로 얽히며 ‘썸’을 타면서 연애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미소녀들과 호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게이머는 선택의 과정을 맞이한다.

분기적 구조는 다른 구조보다 재미 요소가 많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분기 포인트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지는 점도 재미 요소다. 게이머의 잘못된 선택으로 때론 처참한 결말을 맛볼 수도 있다. 따라서 분기 포인트마다 게이머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어 게임의 흡인력이 높아진다.

병렬길 구조는 Konami사의 ‘Metal Gear Solid(1998)’와 Ion Storm사의 ‘Deus EX’(2000)’에서 사용되었다. 분기적 구조와 마찬가지로 게이머가 분기점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병렬길 구조는 결국 일정 지점에서 다른 게이머와 만나게 되고 다시 분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구조의 장점은 분기적 구조처럼 이야기에 깊이 빠질 수 있다. 다만 백엔드(bank-end, ront-End프로그램과 연동하여 기술적인 기능)요소에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게임 제작사들은 병렬길 구조를 잘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엔트리브 소프트가 개발한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이하 앨리샤)'는 2011년 2월에 출시됐다. 사진 = 엔트리브 소프트

선형적 구조에 다른 장르를 접목한 ‘앨리샤’
선형적 구조에 다른 장르를 결합한 게임도 있다. 엔트리브 소프트가 개발하고 배그한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이하 앨리샤)’가 그 예다. 2011년 2월에 출시된 앨리샤는 게임 유지비 문제로 2년 만에 서비스 종료되었지만, 말 레이싱과 육성 게임이라는 복합적 장르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앨리샤는 오픈 초기 경마 레이싱의 측면이 강조되었지만, 이후 말의 관리나 교배, 목장 경영 같은 육성 시뮬레이션의 기능이 강화됐다. 게임의 근본인 레이싱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으며 유저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선형적 구조에 다른 장르를 접목한 앨리샤는 게이머들로부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 한국에 출시된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1’도 다른 장르를 접목한 사례다. 육성 시뮬레이션의 효시인 ‘프린세스 메이커1’은 장르적 문법이 완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온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1’은 육성 시뮬레이션이지만 분기적 구조를 띠고 있다. 각각의 육성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공주의 진로가 결정되므로 ‘분기적 구조’의 한 예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은 게이머의 적극적인 참여를 고려하며 진보했다. 게임업계는 기존의 스토리 문법을 파괴하며 새로운 문법을 통해 혁신적인 시도를 했다. 스토리뿐 아니라 기술의 발전으로 게임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일상의 한 부분이 된 게임 스토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관련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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