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2호 김민주⁄ 2022.04.26 15:55:41
바야흐로 콘텐츠 시대다. 대중은 좀 더 색다른 콘텐츠를 찾아 나서고, 트렌드가 곧 생명인 방송가, 유통 업계 등에선 콘텐츠 전쟁이 한창이다.
신세계백화점 ‘콘텐츠 전략팀 김용성 팀장’은 신세계 앱에 ‘지니뮤직 라운지’, ‘아트 갤러리’ 등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고객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유통 업계 최초로 전자책 서비스를 도입하는가 하면 지니뮤직과 협업을 통한 뮤직 큐레이션 서비스, 제철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계절과 식탁’ 페이지, 웹 매거진, 라이브 방송 등을 진행하며 라이프 스타일까지 선도하고 있다.
획기적인 콘텐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콘텐츠 전략팀 김용성 팀장에게 팀의 비전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니뮤직 라운지, 아트 갤러리 성공 주역 콘텐츠 전략팀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이 점점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하면서 가치를 더해 가는 반면, 앱으로 대변할 수 있는 디지털 채널에서는 오프라인 대비 경험의 밸런스가 약하다는 판단 하에 다양한 콘텐츠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그동안 마케팅 툴로 존재했던 앱을 고객들이 시간을 보내면서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콘텐츠 전략팀을 진두지휘하는 김용성 팀장은 코디네이터 ·콘텐츠 가이드로서 기획 아이데이션(Ideation),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수립 및 관리 등을 담당한다. 콘텐츠 전략팀 인원은 총 8명이다.
콘텐츠 전략팀은 주로 디지털 콘텐츠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콘텐츠를 기획, 실행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다는 관점에서 자사 앱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오프라인으로 이어 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김용성 팀장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온라인 환경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이다. 콘텐츠 전략팀은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도록 가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앱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자사 앱에는 ‘아트 갤러리 with 서울옥션’, ‘마이룸’, ‘신세계 매거진’, ‘신백 서재’, ‘신백 Live’, ‘지니뮤직 라운지’, '신세계 온 아카데미’ 등 앱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과 온라인에서 프리뷰를 확인한 뒤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는 콘텐츠 등이 함께 담겨 있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구체화하기 위해선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는 백화점 앱의 주 활동 고객과 향후 강화해야 할 고객을 정의하고, 타겟 니즈에 맞는 콘텐츠 범주를 설정한다. 이때 신세계가 직접 제작 및 운영이 가능한지 혹은 외부 협업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다음 세부 서비스 기획을 진행한다.
“최근 진행한 ‘3월 아트 갤러리 with 서울옥션’은 미술품 소비 인구의 확대와 옥션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파일럿 그리고 ESG 관점에서 유망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상호 적극적인 협력 하에 프로젝트가 성사됐습니다.”
아트 갤러리 with 서울옥션의 경우, 서울옥션과 협업해 지난 3월 신세계 자사 앱에서 128점의 그림을 선보인 경매 행사다. 앱으로는 디지털 갤러리(출품작을 볼 수 있는 서비스)와 서울옥션과 연결되는 온라인 경매 참여 기능을 제공했다. 오프라인으로는 강남점 8층에 실물 작품을 전시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사례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 백화점은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셀린느 등 프리미엄 브랜드 팝업스토어, 수면 체험존 등 오프라인 특화 체험형 콘텐츠도 선보인다.
신세계가 콘텐츠 홍수에서 살아남는 법
김용성 팀장이 콘텐츠를 개발하고, 콘텐츠 콘셉트를 정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고객이 우리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소비해야만 하는 이유’다. 거기에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을 갖고 최소 1년 이상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해 기획한다.
콘텐츠 개발 프로세스는 전통적인 마케팅 기획 프로세스와 비슷하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타겟 고객을 우선 정의하고 고객이 신세계 앱과 매장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심해 콘텐츠 범주를 정의한다. 이때 신세계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중요하다. 이미 유튜브, 포탈 블로그 등 유사 콘텐츠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인 콘텐츠 트렌드보다는 그러한 콘텐츠 트렌드가 나오게 된 배경, 사람들의 심리적인 속성에 주목합니다. 백화점 업에 속해 있다 보니 백화점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요즘 트렌드이자 중점을 두는 키워드는 ‘플렉스’(FLEX)입니다. NFT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결국 플렉스에 기반한 디지털 사치품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이룸 서비스도 본인 소비에 대한 플렉스를 기반으로 했으며, 아트 콘텐츠 역시 이에 기반했습니다.”
김 팀장은 신세계가 방점을 찍는 포인트를 강조하며 2022년 현재 콘텐츠 트렌드까지 예측했다. 마이룸 서비스는 지난해 6월 신세계 앱을 통해 선보인 SNS 플랫폼이다. 추억의 싸이월드처럼 유저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사용자 간의 팔로잉, 팔로워 등 소셜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전자 영수증 기반으로 브랜드·식당가 별점 리뷰 등을 사진과 글을 통해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최근 팀 내부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가 궁금했다.
“콘텐츠 전략팀은 팀원 각자가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큰 팀입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아트 갤러리 with 서울옥션 프로젝트가 가장 애착이 갑니다. 아트 갤러리 with 서울 옥션은 2주 간 약 9만 명이 이용해 지속성 있는 콘텐츠로서 가치를 검증한 데다 유망 작가들에 대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친화적인 요소를 갖췄습니다. 여기에 비즈니스 수익 모델도 함께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은 콘텐츠는 지니뮤직 라운지였다. 지니뮤직 라운지는 플레이 리스트, 월별 추천 음악, 관련 영상 등 뮤직 큐레이팅 서비스를 신세계 앱에 도입한 것이다. 플레이리스트 스트리밍을 무료로 제공해 현재 월 20만 명 이상이 이용 중인 앱 내 최고의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김 팀장은 “기존 뮤직 플랫폼을 통해 고객 개인의 플레이리스트를 갖고 있더라도, 자사 앱에서 뮤직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유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음악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 아닐까”라며 지니뮤직 라운지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이용자 대상 설문을 진행해 고객 니즈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로 꼽은 것 역시 지니뮤직 라운지다. 이는 새 프로젝트를 부여 받고 여기저기 좌충우돌하며 콘텐츠를 개발하며 새롭게 도입한 콘텐츠였다. 음원 권리사와의 관계, 비용 등 성사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 업체인 지니뮤직을 만나 수개월에 걸친 협의와 조율 끝에 성사한 만큼 사업 성공 후 감회가 남달랐다.
이처럼 콘텐츠 개발은 '각자도생'으로는 기획과 진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팀 및 기업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콘텐츠 전략팀은 작년 4월 전국민 라이브 대장터 ‘그립’과 제휴해 최초로 O2O(Online to Offline) 라이브 방송(온라인 방송을 보고 오프라인에 내점해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약 2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 콘텐츠 차원에선 고객 반응을 관찰하고, 영업 측면에선 실제 매장 방문 구매가 가능한지 실험해 보는 파일럿이었다. 이어 삼성물산, 아이디룩 등과 스타일링 클래스 형식의 라이브 방송을 파일럿한 결과, 효과가 검증됐다.
이에 신세계 앱에 ‘신백 라이브’ 코너를 만들고 자체 라이브 방송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세계백화점 내 유관 부서들은 릴레이 라방과 해외 패션위크 중계 등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신세계가 내놓은 콘텐츠들 속에는 김용성 팀장의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 정신이 녹아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선사할 콘텐츠의 ‘신세계’
“새로운 무언가를 고민하고 기획하려면 기존에 유지해 오던 사고 방식, 업무 방식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그 부분이 가장 고민스럽고 고통스럽기도 한 영역이죠. 그럼에도 팀원들이 역량의 200%를 발휘하고 있고, 유관 팀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어 힘들지 않습니다.”
콘텐츠, 마케팅 업계라 하면 필연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김용성 팀장은 그런 불편을 뛰어넘을 만큼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관련 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콘텐츠의 외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의 심리와 마음을 읽고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죠. 소비자 심리학, 행동 심리학 등 마케팅 관련 심리학 책을 좀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아이디어는 모두가 낼 수 있지만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 가능하게 다듬고 하나의 새로운 업무로 정의하는 과정은 딥다이브가 필요한 영역이며 유관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는 역지사지의 마음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니 이 영역의 역량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덕업일치를 위해 본인이 관심있는 영역에서는 덕후 수준의 경험을 쌓기 바랍니다.”
지난 2월 말 신세계백화점은 미국 3D 아티스트인 베리니스 골먼과 협업해 ‘Spring Vibes’라는 꽃 이미지를 만들어 NFT로 발행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NFT 지갑으로 발송하는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NFT나 메타버스 콘텐츠도 본격적으로 계획 중인지 물었다.
“NFT는 비즈니스 관점과 IP(지적재산권) 강화 측면에서 시장 진입을 추진 중입니다. 메타버스 역시 오프라인 스토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한 형태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실제로 신세계는 4월 22일 국내 대표 NFT(Non-Fungible Token) 기업인 메타콩즈와 손잡고 신세계백화점 대표 캐릭터인 푸빌라를 NFT로 1만 개 제작해 판매한다. 이 외에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이용한 콘텐츠도 공개되며 5월엔 푸빌라 NFT를 위한 새로운 홈페이지까지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신세계아카데미는 여름학기를 맞아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문화·예술 등 다양한 강좌를 가상 공간에서 제공해 신세계백화점의 온·오프라인의 연계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쇼핑 정보만 제공하는 백화점 앱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신세계를 펼쳐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신세계백화점은 고객들에게 콘텐츠 화수분으로서 ‘신세계’를 선사하고 있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