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2.07.13 15:23:38
서울 도심을 시속 280㎞의 레이싱카가 달리는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다음달 12일 잠실에서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E’를 통해서다. 서울시는 포뮬러E가 펼쳐지는 기간을 포함하여 다음달 10-14일 '서울페스타 2022(SEOUL FESTA 2022)'를 개최하며 본 대회를 서울 전역의 축제로 활용할 전망이다.
포뮬러E는 포뮬러원(F1)을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전기차 레이싱 대회다. FIA는 F1 대회를 치르며 소음공해와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자 전기차를 이용한 포뮬러E 대회를 2014년 출범했다. 포뮬러E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뮬러E는 F1과 달리 서킷이 아닌 도심을 가로지르며 경주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포뮬러E는 전기차로 경주를 하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없고, 배출 가스도 없어 도심 속에서도 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1~2022 시즌인 시즌8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디리야에서 시작해 멕시코시티, 로마, 모나코, 베를린, 자카르타, 마라케시, 뉴욕, 런던을 거쳐 서울까지 총 10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서 다음달 13~14일에 열리는 경기는 이번 시즌8의 마지막 대회로서 이곳에서 시즌8의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경주 코스는 잠실주경기장에서 출발해 인근 도로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는 총 2760m 길이로 22개의 코너를 포함한다. 시민들은 대로변 또는 주 경기장 6만 석에서 시속 280㎞까지 달리는 전기차를 직접 눈으로 즐길 수 있다. 종합운동장 인근에 위치한 잠실 엘스 아파트 일부 동에선 집안에서 전기차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포르셰와 재규어,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등 총 11개팀과 22명(1팀당 2명)의 드라이버가 참여하지만 아쉽게도 각 제조사의 기술력을 뽐내는 경주차는 구경할 수 없다. 포뮬러E 레이싱은 공식 경주차 젠2(GEN2)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영상=유튜브 채널 'ABB Formula E'
젠2는 최대 출력 250㎾,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2.8초, 최고 속도 280㎞/h의 성능을 발휘한다. 포뮬러E 관계자는 “젠2는 뛰어난 공기역학으로 드라이버들의 레이스를 돕기 위해 FIA가 디자인한 모델”이라고 소개하면서 “추월이 수월하도록 다운포스(차체를 노면에 가깝게 누르는 힘)를 높였다”고 말했다.
포뮬러E에 참여하는 팀은 젠2의 섀시와 차체, 배터리, 타이어를 바꿀 수 없다. 다만, 파워트레인의 인버터·트랜스미션(변속기), 서스펜션 정도만 팀 색깔에 맞게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차량 성능에 따라 성적이 엇갈리는 F1과 달리 포뮬러E는 지정된 공식 경주차를 가지고 경주를 펼치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실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포뮬러E 본선 레이스는 랩 수를 정하지 않고 내구 레이스처럼 정해진 45분간 동안 지속된다. 45분이 지나고 선두가 결승선을 통과하면 마지막 랩이 시작되며, 그 후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대로 순위가 매겨진다. 무작정 속도를 끌어올리면 배터리 잔량이 바닥나고, 배터리를 아끼다간 속도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배터리 관리 전략이 중요하다.
미래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만큼 미래 포뮬러E의 경기가 각 브랜드의 기술로 만들어 낸 전기차끼리의 경주가 된다면 배터리 기술력의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포뮬러 E는 공식 자동차 전용 경기로 이루어지다 보니, 완성차 기업들은 포뮬러E에서의 경험이 도로 주행용 차량 개발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포뮬러E 대회를 떠나기도 한다. 앞서 BMW와 아우디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본 대회를 떠났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포뮬러E 대회 참가의 종료를 알렸다.
앞으로 포뮬러E 대회가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과 신기술의 경연장으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모터스포츠는 레이서의 기량을 겨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기술을 겨루는 경기로서 자동차 신기술의 경연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포뮬러E가 펼쳐지는 기간을 포함하여 '서울페스타 2022(SEOUL FESTA 2022)'를 오는 8월10일~14일, 5일 간 잠실종합운동장을 중심으로 서울 전역에서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서울페스타 2022는 8월 10일 오후 7시 50분 잠실종합운동장 내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문을 연 뒤, 전 세계인의 케이팝 축제, 서울 전역에서 펼쳐지는 문화·체험 이벤트, 13~14일의 포뮬러E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프라자(DDP)에서 제이미 리글 포뮬러E 최고경영자(CEO)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인 포뮬러E는 도심 스포츠의 희열을 선사할 것”이라며 “서울 도심 한복판을 질주하는 전기차 레이스는 ‘매력 특별시 서울’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글 CEO는 “한국의 심장인 서울에서 의미 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