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8호 김금영⁄ 2022.07.13 15:11:06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를 활용한 마케팅 열풍이 뜨겁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성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주요 타깃으로 각 업계는 NFT 관련 마케팅,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NFT는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사진·동영상 등에 고유번호를 붙이고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도 있어 NFT가 미래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각 업계가 NFT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 면면을 들여다본다.
AK플라자에 등장한 ‘헤이(HEY)! NFT’
쇼핑몰의 한 공간에 들어서자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중 낙타와 고래 작품이 눈에 띄었다. 그림 속 낙타와 고래는 움직임이 멈춰 있는 반면, 바로 옆에 설치된 NFT 아트 작품 속 낙타와 고래는 마치 살아있는 듯 화면을 유영했다. 두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AK&홍대의 ‘헤이(HEY)! NFT’ 개관전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유통업계가 NFT를 활용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MZ세대에 친근한 예술, 캐릭터 콘텐츠와의 접점이 눈에 띈다.
AK플라자는 미디어아트 그룹 ‘아이랩미디어’와 손잡고 NFT를 활용한 대규모 아트마켓 플레이스 헤이! NFT를 AK&홍대에 이달 4일 열었다. 온라인 속에만 존재하던 NFT를 현실 공간으로 끌어냈다.
공간은 AK&홍대 3층에 약 215평 규모로 마련됐다. NFT 아트를 직접 관람하고 작가 및 기존 구매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AK플라자는 “관심 작품을 주제로 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해 그간 온라인 상에서 구매 위주로 이뤄졌던 NFT 아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무료로 진행되는 개관전은 과거 소수만 즐기던 전시 문화에서 벗어나 공간의 문턱을 낮춰 젊은 층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해 ‘NFT 부산 2021’ 옥션 행사에서 ‘낙타의 꿈’을 1억 원에 낙찰시켰던 배우 겸 화가 윤송아를 비롯해 황정빈·김석·김현정·장윤선까지 작가 30인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후엔 테마와 작가, 작품을 달리한 다양한 NFT 아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AK플라자 상품본부 관계자는 “헤이! NFT는 작품 관람과 구매뿐만 아니라 NFT 아트에 관심있는 MZ세대가 모여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며 “오프라인 업계의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헤이! NFT에 유통 노하우를 더해 NFT 아트의 오프라인 대중화를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푸빌라’와 롯데 ‘벨리곰’, NFT로 재탄생
신세계백화점 또한 예술 관련 NFT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 금산갤러리와 협업해 쿤작가, 김창겸, 이현정, 한승구 등 최근 주목받는 인기 작가들의 실물 작품과 NFT 작품을 모두 경험하는 팝업을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에서 지난 7일까지 선보였다. NFT 작품은 블루캔버스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체험 후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며, 가격은 20~200만원대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NFT도 선보였다. 지난 4월 NFT업체 메타콩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푸빌라’를 NFT로 1만 개 제작해 지난달 11일 세 차례에 걸쳐 판매했다.
푸빌라는 신세계백화점의 대표 캐릭터로 2017년 처음 탄생한 이후 브랜드 로저비비에, SSG랜더스와 협업을 진행하며 특히 2030세대 고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푸빌라 NFT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인 ‘푸빌라 소사이어티’를 만드는 등 신세계는 NFT 사업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이달엔 푸빌라 NFT와 관련된 페스티벌을 센텀시티점에서 열고 팝업 스토어를 선보인다. 향후엔 NFT 홀더들을 위한 파티도 기획 중이다.
롯데홈쇼핑도 자체 개발 캐릭터 ‘벨리곰’을 활용한 NFT를 선보였다. 롯데홈쇼핑은 유통업계에서도 NFT 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부산 엘시티에서도 벨리곰 NFT 작품 등을 전시하는 등 벨리곰을 NFT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엔 롯데홈쇼핑 앱 내에 NFT 마켓 플레이스 ‘NFT 숍’을 열었다. 거래 화폐 단위로 원화도 지원하며, 마켓을 통해 구입한 NFT는 롯데홈쇼핑 내 ‘마이 NFT 지갑’에 보관되는 형태다.
NFT 숍 오픈 기념으로 벨리곰 NFT를 판매했다. 벨리곰 NFT는 조각가인 노준 작가와 협업한 60초 분량의 3D 영상으로, 300개 한정 판매했다. 벨리곰에 이어 가상모델 ‘루시’, 영화 ‘마녀2’까지 NFT 범위를 확장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와 활용해 NFT 2차 판매가 가능해질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희소성 있는 가치 소유권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아트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百, H.포인트 앱에 전자지갑 서비스 ‘H.NFT’ 도입
신세계, 롯데와 더불어 현대백화점도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더현대서울 개점 1주년을 맞아 지난 3월 이벤트 형식으로 ‘디지털 NFT 갤러리’를 한시적으로 열었다. NFT 전문사 메타콩즈와 협업해 메타콩즈 NFT 6개를 포함해 가수 선미가 참여한 ‘선미야클럽’, 그리고 ‘르네상스 NFT’로 화제가 된 유근상 작가의 NFT 각 5개를 전시했다.
이후 현대백화점은 단순 이벤트에서 더 나아가 서비스와의 결합에 집중했다. 자사가 발급하는 NFT를 저장·관리할 수 있는 전자지갑 서비스 ‘H.NFT’를 지난 5월 말 도입했다.
H.NFT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 H.포인트 앱(APP)에 탑재됐다. H.포인트 회원이라면 누구나 앱 업데이트와 서비스 약관 동의 절차를 거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H.NFT 서비스 론칭 뒤 고객 모두에게 자체 캐릭터 ‘흰디’를 활용한 NFT를 지급해 관심을 독려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후 가상화폐 시장이 안정화되면 NFT를 거래할 수 있는 오픈씨 등에 플랫폼 입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블루베리NFT와 ‘디지털 콘텐츠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NFT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번 협약을 통해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NFT 기반의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블루베리NFT는 전문 블록체인 기술과 콘텐츠 관련 사업을 현대백화점에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 신기술을 적극 도입 중”이라며 “향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당사만의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도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희소성 쫓는 MZ세대 겨냥…마케팅 방식도 진화중
이처럼 유통업계가 NFT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NFT 시장의 빠른 성장세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NFT 시장 거래액은 248억 달러(29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NFT는 소비 시장의 주축인 MZ세대의 주요 관심 분야이기도 하다. MZ세대는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 등 희소성 있는 제품에 관심이 많다. NFT는 각 콘텐츠에 고유값을 부여하고, 수량이 제한되며 복제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체 불가성과 희소성이 갖춰진다.
이 NFT에 유통업계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자사 캐릭터, 예술 콘텐츠를 결합해 고객과 소통하고, 더욱 관심을 유도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신세계가 선보인 푸빌라 NFT는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에서 공개 1초 만에 완판됐다. 암호화폐인 클레이튼으로 판매했으며 가격은 1~2회차에는 250클레이, 3회차에는 300클레이였다(판매 당시 원화로는 각각 11만원, 13만원).
롯데홈쇼핑은 지난 2월 국내 NFT 플랫폼과 협업해 벨리곰 3D NFT 피규어를 한정판으로 판매했는데, 1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NFT 숍 오픈 기념으로 ‘루시X모짜’ 에어드랍 이벤트를 진행해 1만 개가 소진됐으며, ‘쿠나’ 등 유명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도 짧은 시간에 매진을 기록했다.
다만 NFT는 가상 자산의 투자 가치 증명이 중심이기에 실물 판매가 위주인 유통업계는 기대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NFT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관련 법규·제도가 미흡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특히 원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무단 NFT 생성자가 글로벌 온라인 거래소에 NFT를 전송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신세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고릴라 캐릭터인 신세계푸드의 ‘제이릴라’가 NFT 거래 사이트인 오픈씨에 판매 상품으로 올라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삭제 요청을 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익명의 이용자가 무단으로 만들어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NFT는 0.1 이더리움(한화 약 31만원)에 판매됐는데, 현재는 해당 게시물이 사라진 상태다.
국내뿐 아니라 나이키, 에르메스 등 글로벌 기업도 자사 간판 상품을 도용한 이들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위·도용으로 인한 저작권 분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및 관련 법규·제도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의 NFT의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소유뿐만 아니라 자사의 서비스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푸빌라 NFT 소유자에게 매달 ▲퍼스트라운지 입장 5회 ▲발레주차 제공 ▲20% 사은 참여권 3매 ▲멤버스바 커피 쿠폰 3매 ▲F&B 3만원 식사권 2매를 제공해 실제 백화점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이번에 푸빌라 NFT는 신세계 자체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PFP NFT(Picture For Profile NFT·소셜미디어 및 커뮤니티용 프로필 형태의 디지털 이미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며 “신세계는 앞으로 푸빌라 NFT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 제작, 브랜드·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등을 선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NFT 시장이 지닌 잠재력도 높게 평가된다. 시장 데이터 전문 기업 스태티스타는 글로벌 NFT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800억 달러(약 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대비 3만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