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구매 실적을 거래하는 우수 고객(VIP)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20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이달부터 백화점 주차권과 구매 영수증을 중고 거래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엄격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구매 금액에 따라 무료 주차, 라운지 이용, 명절 선물, 할인 혜택 등 1년간 VIP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트리니티(구매 금액 최상위 999명)는 하루 종일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다이아몬드(6000만원)와 플래티넘(4000만원)은 하루 5시간, 골드(2000만원)와 블랙(800만원)은 3시간 무료 주차할 수 있다.
백화점 구매 실적 부정 거래는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고질적으로 성행해 왔다. 실적을 이미 채운 사람들은 남는 영수증으로 부가 수익을 얻고, 실적이 부족한데 우수 고객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꼼수로 실적을 채우고 혜택을 받는 것이 목적이다.
백화점 주차권의 경우 회사가 서울에 있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차할 공간이 부족한데 유료 주차장도 어차피 돈이 들기 때문에 기왕이면 1년 동안 백화점에서 편하게 서비스를 받으며 주차하겠다는 것이다.
12일 팍스경제TV 보도에 따르면 ‘중고나라’, ‘시계거래소’ 등 각종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백화점 실적 판매’로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수의 거래 요청글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거래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은 주로 백화점 마일리지 혜택을 적극 펼치는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 거래 수법도 다양하다. 백화점 영수증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한 뒤 애플리케이션(앱)에 영수증 번호를 입력하고 실적을 적립하는 방식이 있다. 실적을 팔려는 사람이 일정 금액을 받고 백화점 측에 구매 상품의 결제 변경을 한 뒤 구매 실적을 사려는 사람의 휴대폰 번호에 대신 실적을 적립하는 방식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구매 실적 거래 대금은 연초부터 중반에는 대체로 1~2% 사이에 결정되지만, 실적을 마감하는 연말로 가면 5%로까지 껑충 뛰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는 이런 부정 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왔다. 규정 위반 적발이 쉽지 않을뿐더러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수 고객에게 엄격하게 신분을 확인하거나 퇴출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를 확인한 뒤 비정상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댓글로 안내하는 정도로만 조치가 이뤄져 왔다.
하지만 신세계백화점이 앞으로 우수 고객의 부정 거래가 적발되면 고객에게 소명을 요청하고 우수 고객 제외 및 혜택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다른 백화점들도 적극 대응에 나설지 주목받고 있다.
관련해 신세계백화점 측은 “고객 혜택을 중고 거래하는 경우가 늘며 정상적으로 선정된 우수 고객의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구매 이력과 개인 정보를 부정하게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신세계백화점의 이 같은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부 네티즌은 “진작에 했어야 하는 조치다”, “백화점 가면 주차하기 그렇게 힘들던데 그게 다 영수증 구매했던 사람들인가 보다”, “세상에 진짜 잔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네”, “부정거래는 없어져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