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0호 김금영⁄ 2022.08.12 14:12:55
갤러리퍼플이 자신만의 사진 문법을 만들어 활동하는 20대 유망 작가 6명의 작품을 한데 모은 ‘닷 투 닷(Dot to Dot)’을 12~27일 연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퍼플 스튜디오 2기에 입주했던 김태동 작가가 기획했으며, 김찬훈·류준열·이나현·이지영·이예은, 최정현 작가가 참여한다.
김찬훈은 ‘닳은 풍경: 자유변형’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되는 버네큘러(vernacular·토착적인) 건축물의 변형 양상을 지형적·심리적·사회학적 기준을 통해 분류해 보여 준다.
건축 설계와는 상관없이 지역 거주민의 필요에 의해 유기적으로 변형된 건축 양식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와 지역성에 뿌리 내린 다양한 욕망을 파악하고 분석한다.
류준열의 ‘부재의 아카이브’는 기록이라는 사진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이주가 끝나 철거를 앞둔 둔촌동 주공아파트의 변화의 풍경을 기록한 사진과 현장에서 수집한 물품들의 스틸라이프 사진의 두 갈래로 이뤄졌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대형 아파트 단지의 중앙 난방식 통제 시설과 손때 묻은 기계 장비들은 아파트가 완전히 철거된 현재의 시점에서 부재의 불멸 풍경을 보는 듯한 생경한 시각적 경험을 전달한다.
이나현은 인간이 사물과 실재를 인식하는 방식에 개입한다. 출시 전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테슬라사의 사이버 트럭으로 붐비는 도로를 보여주고, 프로그램 속 텍스쳐를 반전해 새로운 물성을 가진 암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믿고 있는 실재에 의문을 던지며 실험한다. 작업 제목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은 스마트폰, 타블렛 등의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의미한다. 이는 실재보다 스크린 위의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이지영의 ‘이상하고 수상한’은 전통적인 스냅사진의 문법을 따르면서 자신만의 감각 언어를 보여주는 사진 연작이다.
작가는 일상적인 풍경들과 사물을 깊게 관찰하며, 자신이 무엇에 이끌려 사진을 찍게 되는지를 담담하고 끈기 있게 찾아 나간다. 사진 속에 담긴 풍경들은 때때로 아름답고 초현실적이며 사진 이면에 담긴 작가의 불완전한 심리상태를 암시하기도 한다.
이예은의 ‘무모’ 연작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에 도전하는 수행 과정을 보여준다. 바닷물에 차를 우려내보고, 손등으로 커피를 마시고, 건물을 안아서 온도를 높이려는 작가의 익살스러운 무모함 속에는 매일 같은 업무가 쉼 없이 반복되는 고된 노동 현장을 향한 은유와 따듯한 시선이 녹아 있다.
전작 ‘마음 쌓기’에서 위로의 의미를 담아 물건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듯이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작은 염원을 사진 속에 반어적으로 표현한다.
최정현의 작업 ‘반창고(PLASTA)’는 사회 초년생인 20대의 간호사 초상사진과 그들이 업무환경에서 겪는 불안정한 감정을 담아낸 작업이다. 사진을 하기 전 병원에서 간호사로서 일했던 작가는 그들의 고강도 업무환경과 감정노동에 깊게 공감하며 그들의 사연을 반창고 위에 적어 내려간다.
각각의 인물과 함께한 촬영 과정은 서사 방식에 따라 사진 속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이는 작가가 느끼는 20대의 여성으로서의 동질감과 타인의 치유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참여작가인 김찬훈, 류준열, 이나현, 이지영, 이예은, 최정현은 20대 그리고 사진작가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서로 다른 지향과 관심사를 이번 전시에서 다채롭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태동 작가는 “유년 시절부터 핸드폰 카메라 사용이 익숙한 지금의 20대들은 하루에도 수 장씩 사진을 촬영하며 소통한다. 본능적으로 사진을 다뤄온 이 세대의 시선은 곧 새로운 언어와 같다”며 “이어 “점들이 모여 하나의 형태를 이루듯이 참여작가들의 다양한 예술 실험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양주 와부읍 월문리에 위치한 갤러리퍼플(G.P.S: Gallery Purple Studio)은 ㈜벤타코리 아의 후원을 받아 2013년 1기를 시작으로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왔다.
또, 작가들에게 스튜디오를 2년 동안 제공해 창작 활동에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등 창작 공간과 전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