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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컬래버 시대 ③] 진화하는 주류업계 컬래버, '뜬금없는 조합, 그게 매력'

‘버드와이저×보아’ ,‘테라×하나투어’ ,‘국순당×칠성사이다’ 등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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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1호 김응구⁄ 2022.09.05 13:35:59

오비맥주 버드와이저는 가수 보아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MZ세대를 응원하는 ‘드림 어게인’ 캠페인을 펼쳤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20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재밌는 자료를 하나 냈다. ‘MZ세대 콜라보레이션 술 구매 행태 조사결과’가 그것이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컬래버레이션(협업) 술을 소비하고, 또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보자는 취지로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5%가 최근 1년 새 컬래버레이션 술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이를 세분해보면 전기 밀레니얼세대 68.1%, 후기 밀레니얼세대 65.7%, Z세대 61.8% 순이다. 밀레니얼세대가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이고,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이니, 연령대가 높을수록 컬래버레이션 술 구매 경험이 많은 셈이다. 참고로, 주요 구매 브랜드는 ‘곰표 밀맥주’(32.6%), ‘말표 흑맥주’(12.5%), ‘레모나 이슬톡’(7.9%)이었다.

재밌는 건 1년 내 컬래버레이션 술 구매 경험자 중 78.5%가 재구매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10명 중 거의 8명이 컬래버레이션 술을 다시 사 마셨다는 얘기다. 남성(83.8%)이 여성(72.6%)보다 재구매 경험률이 높았다.

연구소 측은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출시한 컬래버레이션 술이 전기 밀레니얼세대까지 호응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타깃 연령층이 확장되고 다양화할 가능성이 있음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컬래버레이션 술을 구매한 이유로는 ‘그 맛을 경험해보고 싶어서’가 4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품 기획이 참신해서 또는 특이해서’가 33.5%, ‘트렌드를 따라가고 싶어서 또는 유행해서’가 23.0%이었다. 가격·판촉·광고 같은 프로모션이나 브랜드·제품의 이미지보다 제품의 본원적 속성인 ‘맛’이 MZ세대의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전국 만 19세 이상 40세 이하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2021년 8월 12~17일,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패널 조사)한 것이니 주류업계 관계자라면 아무 생각 없이 넘겨버릴 조사는 아니다.

모든 컬래버레이션은 MZ세대가 중심이다. 이들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 모험, 욕구, 도전, 과감… MZ세대의 기본 특성이지만 모두 컬래버레이션을 가리킬 때 빠지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둘은 한 묶음이다.

아마도 술만큼 이종(異種) 간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한 업계도 드물 듯싶다. 언제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호품인 데다, 식품·의류·여행사 등 협업 대상 범위가 넓고 비교적 익숙한 브랜드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컬래버레이션의 대상이 연예인이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최근 주류업계의 컬래버레이션은 눈에 띌 정도로 그 수가 늘었다. 상호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고, 어떤 브랜드는 스타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띈 컬래버레이션은 단연 오비맥주와 가수 보아다. 이 둘은 지난여름 MZ세대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드림 어게인(Dream Again)’ 캠페인을 펼쳤다. 힘든 현실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청춘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다.

앞서 오비맥주는 열정·도전을 상징하는 버드와이저와 함께 캠페인을 펼칠 적임자로 보아를 선택했다. 최정상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현재 진행형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우선, 빨간색 버드와이저 캔 제품에는 보아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거기에 보아가 직접 작사한 ‘노 리미트(No Limit)’ 가사를 함께 배치했다. ‘꿈에는 한계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품 라벨에는 변온(變溫) 잉크를 적용해 가장 맛있는 온도가 되면 캔 색상이 변하는 점도 재밌다.

오비맥주는 신규 TV 광고로도 이 캠페인을 알렸다. 대중의 시선과 평가, 이 같은 부담감을 딛고 꿈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보아의 이야기를 VR(가상공간) 아트로 생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이 캠페인을 소개한 보아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4만2000개를 넘겼다. 댓글에는 “이제부터 버드와이저만 마실게요” “맥주는 역시 버드와이저” “BoA가 작사 작곡한 No Limit 모든 게 레전드” 등의 내용이 달렸다.

오비맥주는 MZ세대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과 함께 ‘커버낫 서퍼맨 라거’를 출시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또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가 캐주얼 패션 브랜드 ‘커버낫(Covernat)’과 협업한 수제맥주 ‘커버낫 서퍼맨 라거(Surferman Lager)’를 선보였다. 커버낫은 MZ세대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다.

커버낫을 대표하는 서퍼맨 그래픽을 제품 패키지 전면에 활용해 시원한 청량감을 주고, 상단의 영문 타이포그래픽에는 알록달록한 색감을 입혀 생동감을 극대화했다는 게 오비맥주 측 설명이다.

주목할 건 KBC다. 오비맥주가 이종산업과 수제맥주 간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출범한 오비맥주의 협업 전문 브랜드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오비맥주 양조기술연구소의 기술력과 생산 전문 설비 등의 인프라, 전문성을 기반으로 콘셉트부터 패키지, 양조 등 제품 개발의 모든 컨설팅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수제맥주의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이브자리’ 양쪽 모두 광고모델인 아이유를 내세워 ‘이슬방울 냉감쿠션’을 선보였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는 컬래버레이션에 진심이다.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최근의 것들만 대략 훑어보기로 한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넘버원 발포주(發泡酒) ‘필라이트’와 복합문화스테이 ‘테이크호텔’이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을 선보였다. 필라이트 브랜드로 객실을 꾸미고, 호텔 로비에 마련한 대형 스크린으로는 필라이트 영상을 쉴 새 없이 보여주며, 인피니티 풀에선 치킨과 함께 필라이트를 즐기도록 세트 메뉴도 준비했다.

객실은 총 일곱 곳을 운영하는데, 투숙객들에겐 필라이트 한 팩(355㎖ 6캔)을 웰컴 드링크로 제공한다. 이 마케팅은 9월 30일까지다.

지난달 초에는 ‘청정라거-테라’와 하나투어가 만났다. ‘테라와 함께하는 청정여행 기획전’이 그것으로, 하이트진로는 이 컬래버레이션을 위해 패키지여행 기획에 직접 참여하고 테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청정여행상품을 소개하는 ‘테라 기획팩’도 출시했는데, 여기에 삽입된 정보무늬(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시드니와 생태보호지역인 저비스베이(Jervis Bay) 등 호주 여행상품을 볼 수 있다.

지난 7월에는 모두 네 차례의 컬레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선 생각지 못한 협업도 이뤄져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먼저, MZ소비자를 공략하고자 이색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필라이트는 게이밍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업체 제닉스와 손잡고 게이밍 의자 두 가지를 출시했다. 이어 오픈마켓 11번가 라이브방송으로 필라이트와 블랙 스타우트가 각각 브랜딩된 게이밍 의자를 판매했다. 더불어 전 프로게이머이자 제닉스 광고모델인 홍진호가 직접 게임을 진행하며 사용 후기를 생생히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하이트진로는 셀프 스튜디오 ‘인생네컷’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테라 브랜드 사진 프레임 ‘테라네컷’을 선보였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국내 대표 침구 브랜드인 ‘이브자리’와도 뭉쳐 ‘이슬방울 냉감쿠션’을 600개 한정 출시했다. ‘참이슬’의 상징인 이슬방울을 모티브로, 이브자리의 냉감 접촉 소재를 적용해 시원하게 쿠션을 사용하도록 한 제품이다. 이 컬래버레이션의 공통점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다. 그는 지금까지 8년 동안 참이슬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부터는 이브자리의 모델로도 활약하고 있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와릿이즌(WII·What it isNt)’과도 협업했다. ‘우리의 여름을 위해 건배(Cheers for our summer) !’라는 슬로건 아래 티셔츠 5종과 모자 2종, 에코백 1종 등 모두 8종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엔 테라의 핵심 콘셉트인 ‘청정’과 와릿이즌을 대표하는 캐릭터 ‘엔젤’이 어우러진 위트 있는 그래픽 디자인을 적용했다. 특히, 테라 맥주잔 속에서 시원하게 회오리치는 일러스트의 그래픽 티셔츠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다 하다 셀프 스튜디오 ‘인생네컷’과도 만났다. 하이트진로는 이 컬래버레이션으로 테라 브랜드를 활용한 사진 프레임 ‘테라네컷’을 개발했다. 이어 전국의 인생네컷 320개 매장에 한정 적용했다. 테라네컷은 테라의 굿즈인 ‘스푸너’로 맥주병을 따거나 테라를 시원하게 마시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병뚜껑 머리띠와 대형 스푸너 같은 촬영 소품도 비치해 촬영의 재미를 더했다.

㈜제이엘 오미나라는 주류산업 기반 블록체인 스타트업 주크박스, 작가 애니쿤과 손잡고 프로젝트 ‘본 인 더 퍼플’을 지난달 27일 선보였다. 사진=주크박스 제공

국내 전통주업계도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먼저, ㈜제이엘 오미나라는 주류산업 기반 블록체인 스타트업 주크박스, 작가 애니쿤과 손잡고 프로젝트 ‘본 인 더 퍼플(Born in the purple)’을 지난달 27일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제이엘 오미나라가 오미자로 빚은 프리미엄 증류주 ‘고운달’과 애니쿤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애니쿤의 로봇과 고운달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박스에 담긴 형태로 구성했으며, 전체 패키지는 비잔틴 제국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헤레나의 관(冠)을 오마주한 것이다.

애니쿤 작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주(名酒) 고운달의 근원인 오미자를 작품으로 재해석하고자 작품 주제인 로봇의 모티브 컬러를 자주색과 보라색으로 정했다”면서, “작품명 ‘Born in the purple’은 콘스탄티누스 7세의 호칭, ‘보라색에서 태어났다’에서 착안한 것이며, 낡고 녹슨 로봇이 보라색을 입고 새 생명을 부여받아 재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순당은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만든 ‘국순당 칠성막사’를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사진=국순당 제공

국순당은 조금 재밌는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6월 1일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만든 ‘국순당 칠성막사’를 출시해 한껏 관심을 모았다. ‘어르신’들에겐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 마셨던 오래전 ‘사이다 막걸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세대에겐 달달하고 구수한 새로운 맛을 경험해보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국순당은 이 제품 개발에 1년여 시간이 소요됐다고 귀띔했다. 소비자가 직접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바로 마실 때의 그 청량함을 제품에 그대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셔도 ‘사이다 막걸리’로 느끼는 그 맛을 찾기까지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쳤다고 했다.

국순당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6월에는 크라운제과의 인기 스낵 ‘죠리퐁’과의 협업 상품인 ‘국순당 쌀 죠리퐁당’을 30만 캔 한정 수량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국순당 쌀막걸리에 죠리퐁 원물을 그대로 섞어 발효시킨 후 마시기 좋게 걸러 만들었다.

11월에는 해태아이스크림의 ‘바밤바’와 함께한 ‘국순당 쌀 바밤바밤’을 내놨다. 개발 과정도 재밌다. 국순당이 시제품으로 만든 밤막걸리 맛이 바밤바가 녹은 맛과 비슷하다는 의견에 착안,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막걸리와 관련한 컬래버레이션으로 가장 유명한 제품은 한강주조의 ‘표문막걸리’다. 이 막걸리는 곰표 밀가루로 잘 알려진 대한제분과 손을 잡은 제품이다. 그런 만큼 곰표의 곰 디자인을 막걸리 패키지 전면에 내세웠다. ‘표문’이라는 제품명은 곰표를 뒤집어 표기한 것이다. 흔히 막걸리를 거꾸로 세운 다음 흔들어 마시는 것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한강주조는 서울 성수동의 양조장이다. ‘서울 막걸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강서구에서 재배하는 ‘경복궁쌀’로 술을 빚는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광고에서 이 회사 고성용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들을 ‘막걸리밖에 모르는 막걸리 바보’라고 소개하면서 젊은 층에 인기를 끌었다. 고 대표는 막걸리의 올드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전략으로 컬래버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패션 매거진 ‘지큐(GQ)’와 손잡고 ‘직휴’ 막걸리를 선보인 적도 있다.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일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팀을 이뤄 함께 작업하는 일(네이버 국어사전)’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양쪽에 ‘윈윈’이 된다. 하지만 재미가 너무 강조되거나 공감하기 힘든 철학에 매몰되면 잃는 게 더 많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건 본질이기 때문에 맥주든 소주든 전통주든 고유의 맛과 아이덴티티(독자성)를 기반으로 한 컬래버레이션을 펼쳐야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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