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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③] 세계 미술시장으로의 키아프의 도약은 지금부터

올해 키아프 서울·플러스에 7만 명 이상 몰려…작품 판매도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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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1호 김금영⁄ 2022.09.07 16:23:31

“지난해 화려했다면, 올해는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가능성을 봤다.”

9월 2~6일 열린 키아프 서울(Kiaf SEOUL·한국국제아트페어, 이하 키아프)에 대해 미술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650억 원)을 올리며 박수받았던 키아프가 올해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이하 프리즈)의 아성에 먹혔다는 평이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와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의 공동 주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미술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프리즈로 인해 세계 각국의 컬렉터가 서울을 방문해 이로 인해 키아프가 낙수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 거대한 프리즈의 규모와 아성에 키아프가 뒷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본격 행사가 다가오자 우려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관심이 프리즈보다 떨어졌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프리즈 서울 개막을 앞두고 국내외 비즈니스 및 문화·예술계 거물 300여 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자리엔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 삼성 오너일가도 참석해 화제가 됐다.

국내 대기업들도 프리즈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LG는 프리즈 홍보 겸 후원까지 하는 공식 스폰서에 이름을 올리고, 서울 대형전광판 4곳에 프리즈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프리즈 행사장 안엔 자사 TV를 활용한 세계적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협업 작품 겸 LG VIP라운지도 차렸다. LG는 키아프 후원사 명단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프리즈보다 화제성도 관심도 떨어졌지만, 키아프 플러스라는 새로운 가능성은 주목받았다. 기존 키아프가 주로 오랜 경력을 지닌 대형 갤러리들의 장이었다면, 올해 첫선을 보인 키아프 플러스는 5년 이하의 젊고 도전적인 갤러리의 참가 비율을 높였다. 키아프와 키아프 플러스 현장을 더 자세히 둘러봤다.

 

키아프 서울을 둘러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키아프, 프리즈 개막에 앞서 8월 22일 진행됐던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키아프 서울 매출이 지난해 650억 원보다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지만, 이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아프는 매년 행사를 마친 뒤 판액 총액을 대략이라도 발표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이를 폐지했다. 아트페어 특성상 사후에도 판매가 이뤄지고, 사실상 개별 갤러리 판매 상황을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업계는 올해 키아프 매출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의 650억 원보다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키아프는 방문객 수와 대표 갤러리들의 작품 실적을 밝혔다. 9월 6일 키아프에 따르면 키아프 서울·플러스가 열린 6일 동안 방문한 VIP와 일반 방문객의 개별 입장객 수를 합친 결과, 약 7만 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키아프는 일반 입장권만 7만 원에 달했고, 프리뷰 티켓은 20만 원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매진된 바 있다.

키아프 서울·플러스에 모두 참가한 갤러리현대의 판매금액은 총 42억 원으로, 이반 나바로, 김성윤, 이강승, 김창열, 이건용, 이슬기 작가의 작품은 모두 완판됐으며, 정상화 3점은 25억 원에 판매, 마티 브라운, 유근택, 이강소, 이우환, 이승택, 정주영, 케니 샤프 등 페어에 출품된 모든 작가의 작품이 2점 이상씩 판매됐다.

크리스티의 벨린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은 "한국미술시장은 점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프리즈, 키아프에도 세계 컬렉터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고 짚었다. 사진=김금영 기자

국제갤러리는 5억 원대 하종현 작가의 작품 3점을 비롯해 강서경 작가의 1억 원대 2점, 최근 서울시립에서 개인전을 한 장 미셸 오토니엘 작품까지 팔려나갔다. 학고재의 김재용 작가의 도넛 작품은 올해도 인기를 끌며 20작품 이상이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외 1억 원대부터 200만 원대까지 다양한 작품이 대거 팔렸다.

표갤러리에서는 1억 원 상당의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팔렸으며 4000만 원대 아래의 작품들이 줄줄이 팔려나갔다. 갤러리 에스피는 총 4억 원 가량의 이재헌 작가의 작품 2점과 200만 원대부터 3000만 원대까지 가격으로 책정된 10개 작품 이상이 팔렸다.

해외 유명 갤러리 역시 판매 실적을 올렸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페루 화가 파올로 살바도르 작가의 1점을 익명의 국내 미술관에 판매했으며, Mak2의 출품작 8점이 모두 판매됐다.

1억 원 이상 작품이 판매된 서포먼트 갤러리도 작품 배송 준비에 분주하다. 솔로 부스로 참여한 GOP의 정윤경 작가 작품은 대부분 판매됐고, 젊은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높은 기체 역시 옥승철 작가의 작품이 대거 판매됐다.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는 조이 무르가벨과 윤위동 작가의 작품이 완판됐다.

9월 2일 키아프 서울 현장을 찾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황달성 화랑협회장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려한 부스 구성과 신선한 작품으로 인기가 높은 갤러리스탠 이소연 작가의 3200만 원 작품 3점 시리즈가 모두 판매됐고, 샘바이펜 작품도 완판됐다. 백향목 작가의 작품 10점을 비롯해 김정윤, N5bra, 예린 등 모든 작품이 판매됐다.

참여 갤러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올해 키아프에 첫 참여한 갤러리 드로스테(파리)의 패트릭 드로스테 CEO는 “키아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방문자로부터 훌륭한 피드백을 받았다”며 “함께 참여한 작가들이 키아프에 감사를 표했고, 우리는 컬렉터들이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년에도 키아프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즈보다는 부진했지만, 올해를 발판으로 키아프 서울·플러스가 보다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 나오고 있다.

프리즈, 키아프 시점과 맞물려 신세계 분더샵 청담에 국내 첫 비경매 전시를 연 세계적 경매 회사 크리스티의 벨린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은 “한국미술시장은 점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프리즈, 키아프에도 세계 컬렉터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며 “한국 정부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많이 지원하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 드라마, 케이팝 열풍이 전 세계에 불고 있는데, 이를 이어 한국미술시장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다. 뉴욕, 홍콩, 런던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닌 뉴욕과 런던도 세계 예술의 중심지가 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며 “한국미술시장은 이미 많은 걸 갖췄지만, 다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주말에 관람객들로 붐빈 키아프 서울 현장. 사진=키아프 사무국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간 키아프는 인기 있는 장르에 편향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정윤아 크리스티 시니어 스페셜리스트는 “한국 미술시장이 많이 성장했지만, 어떤 한 분야가 인기가 많으면 그쪽으로 몰려가는 경향이 있다”며 “좀 더 여유를 갖고 다양성을 키워 나가야 더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은 9월 2일 키아프와 프리즈 현장을 방문해 행사장을 둘러보고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과 프리즈 운영위원장인 사이먼 폭스 최고경영자를 만나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 등을 논의했다.

박보균 장관은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 입장권 운영을 계기로 국내외 미술 애호가와 미술전문가가 한국에 모여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수한 한국 작가와 작품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키아프 측은 “5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을 함께 세운 키아프, 프리즈는 올해 첫해를 맞이해 다양한 시도를 확인했다”며 “서로 다른 운영 방식과 행사 시스템을 갖고 20여 년 동안 운영해 온 두 개의 아트 페어가 한 도시에서 공동으로 만나는 경우는 다양한 협의점과 조율이 필요하다. 키아프, 프리즈는 올해 행사 종료 후 차년도 운영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새롭게 조정하기 위해 더욱 긴밀한 협의와 노력을 함께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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