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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장면으로 기억될 첫 '프리즈 서울'

에곤 쉴레, 레어북, 3층 vs 1층... 4일간의 여정이 남긴 프리즈 서울의 첫 인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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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1호 안용호⁄ 2022.09.08 08:34:51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마지막 날인 5일 관람객들이 애쿼밸라 갤러리의 가격이 600억 원 이상인 피카소의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터리가 다 됐네”, “나도 1% 남았어”. 전 세계 유명 갤러리들이 내놓은 작품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관람객들의 휴대폰 배터리가 남아나질 않을 정도였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 3층 C, D홀에서 진행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코엑스 1층 A, B홀에서 열린 국내 최대 아트 페어 ‘키아프(KIAF)’와 공동 개최되면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프리즈는 1991년 매거진으로 시작하여 2003년 런던에서 처음 개막됐다. 프리즈 서울은 프리즈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아트 페어로,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프리즈 뉴욕, 프리즈 런던, 프리즈마스터즈에 이어 5번째로 출범하는 글로벌 페어이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 앞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키아프 서울' 개막식에서 사이먼 폭스 프리즈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코엑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프리즈 본사가 있는 영국 런던,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도시로는 서울에서 네 번째 아트페어를 개최한다. 참여 갤러리 규모로 보면 서울이 두 번째로 크다”고 말했다. 프리즈와 참가 갤러리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현장의 분위기와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지난 5일 종료된 프리즈 서울의 주요 이슈를 3개의 장면으로 요약해봤다.

에곤 실레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 리처드 내기 갤러리 부스에 줄을 선 관람객들. 사진=연합뉴스

#1 에곤 실레 부스에 늘어선 수백 명의 줄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프리즈 서울 전시 현장은 ‘발 디딜 틈 없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였다. 특히 D홀 맨 뒤 벽면에 자리 잡은 런던 갤러리 리처드 내기(Richard Nagy) 부스에는 수백 명의 관람객이 줄을 서 눈길을 끌었다.

이 부스의 주인공은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육체와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관람객들은 유화, 수채화, 드로잉을 포함한 그의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었다.

에로틱한 여성화, 초상화, 희귀한 풍경화 등으로 천재적 표현주의 작가로 평가 받고 있는 에곤 실레의 작품. Kneeling Girls Embracing, Gouache, watercolour and pencil on paper, 47.2 x 31.5 cm, Executed in 1911. 사진=프리즈 서울, 리처드 내기 갤러리 제공 

에로틱한 여성화, 초상화, 희귀한 풍경화 등으로 천재성을 보여준 에곤 실레 작품을 전시한 리처드 내기 갤러리 부스에 관객들이 긴 줄을 선 이유는 이번이 에곤 실레의 첫 서울 전시이기 때문이다. 줄을 선 한 관람객은 “국내에서 실레의 작품을 만날 기회가 올 줄 몰랐다”며 “한두 시간 줄을 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에곤 실레는 피카소와 함께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경매에서 12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기록적인 가격을 가지고 있다. 작품의 주요 딜러인 리처드 내기 갤러리는 에곤 쉴레 작품 중 최고의 것을 사고팔면서 35년 이상 이 작가를 전문으로 해왔다.

골동품 지도책, 해도 등이 전시된 Daniel Crouch Rare Books 부스 관계자의 설명을 듣기 위해 관람객들이 모였다. 벽면에 전시된 지도는 왼쪽부터 치안렌 황 (HUANG, Qianren) '영원한 통일 청 제국의 완전한 지리 지도'(1811)/ 용 치안(QIAN Yong), [샹 황, HUANG Shang 黃裳]. '완전한 천체 차트'(1826). 사진=안용호 기자  

#2. 레어북(Rare Book)이 뭐길래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또 하나의 화제 부스는 Daniel Crouch Rare Books와 Dr. Jörn Günther Rare Books였다. 두 부스는 각각 골동품 지도와 중세·르네상스의 희귀 서적을 전시했다. 유럽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보물급 전시물이라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먼저 Daniel Crouch Rare Books는 15세기에서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골동품 지도책, 지도, 도면, 해도 전문 딜러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유럽 최초의 대한민국 이름이 새겨진 지도를 포함하여 서구 지도 제작에서 한국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더들리(Dudley, Robert)의 1661년 제작된 ‘일본, 한국 왕국과 주변 섬을 보여주는 지도’의 판매 가격은 무려 12억 원. 이 지도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Mare di Corai‘ (한국해)로 명명했다.

Dr. Jörn Günther Rare Books 부스에서 관람객이 전시물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프리즈 서울 제공

바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갤러리 Dr. Jörn Günther Rare Books는 중세 성서의 주석서, 일러스트로 그린 그리스도의 생애, 뉘른베르크 연대기 등을 선보였다. 이 중 가장 오래된 희귀본은 스콜라 신학자이자 파리의 주교였던 페트루스 롬바르두스의 시편 주석서로 판매 가격은 120만 달러였다.
 

프리즈 서울이 열린 코엑스홀 3층과 키아프가 열린 1층 입구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유관으로 봐도 관람객 수의 차이가 드러난다. 사진=연합뉴스

#3. 3층 vs 1층, 프리즈 서울이 키아프 압도?

 

코엑스 3층에서 진행된 프리즈는 전시가 진행된 4일 내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프리즈 서울 측에 따르면 4일간 총관람객은 7만 명 이상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프리즈 서울의 총매출은 5천억 원대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즈 서울 측에 따르면 프리뷰 공개가 있던 2일 주요 작품들의 판매가 이미 이뤄졌다. 프리즈 서울 측이 6일 공개한 최종 판매 리포트를 보면, 자비에르 위프켄스(Xavier Hufkens)는 2일 이른 시간에 375,000~475,000달러 사이에 가격이 책정된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그림을 모두 판매했다.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 또한 주요 판매 실적을 올린 갤러리 중 하나로, 조지 콘도(George Condo)의 작품이 2,800,000달러,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가 1,800,000달러에 판매됐고 라쉬드 존슨(Rashid Johnson)의 작품은 550,000달러에 일본 사립박물관이 구매했다.

처음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국내 미술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3층에 중요한 작품은 다 있어요. 1층에는 안 가셔도 됩니다.” 한 아트 딜러가 동행한 컬렉터에게 건넨 말이다. 현장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실제로 프리즈가 열린 코엑스 3층과 키아프가 열린 1층의 관람객 수는 눈으로 봐도 비교가 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미술계 인사는 “헤비급과 플라이급이 붙은 것 같다. 프리즈를 너무 빨리 유치한 게 아닌가 싶다. 프리즈가 해외 인기 작가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키아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숨은 작가들, 특히 영상· 설치 등을 하는 국내 작가들이 소외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갤러리 대표는 “프리즈와 키아프 공동 개최를 통해 외국 갤러리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프리즈 유치로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고 갔다.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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