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09.27 15:28:16
식품업계가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파른 물가 상승 및 판로 축소, 수요 감소 등으로 난항을 겪는 농가를 위해 ‘윈윈(win-win)’ 모델 구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에 발맞춘 행보로, 단순 기부가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농가와의 동반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 맛집과 손잡고 그 지역만의 특별한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거나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린 특화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최근 오뚜기는 제주 로컬 맛집 ‘금악똣똣라면’과 협업해, 제주 지역 전용 제품인 ‘제주똣똣라면’을 출시했다. 정식 출시에 앞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선공개된 제주똣똣라면은, 진라면에 금악똣똣라면의 레시피를 더한 제품이다. 또한 오뚜기는 마늘, 돼지고기, 대파 등 제주산을 사용해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도모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란 마늘로 만든 동결건조 마늘블럭을 첨가했고,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후레이크와 건조 대파를 넣은 건더기 스프를 별첨했다. 특히, 소비자 비선호 부위 적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양돈업계를 돕기 위해 돼지 뒷다리살을 활용했다.
현지 농가로부터 공급받은 양질의 국산 식재료를 제품화하는 것은 대표적인 상생 전략이다. 지난해 11월 오뚜기는 제주 농가의 신선한 원료를 사용해 지역 고유의 맛과 특색을 담은 ‘제주담음’ 브랜드를 론칭했으며, 첫 제품으로 ▲제주 흑돼지 카레 ▲제주 한라봉 마말레이드 2종을 선보였다.
제주 흑돼지 카레는 제주산 온주감귤과 감귤 농축액을 첨가한 제품이다. 제주산 흑돼지와 당근, 감자 등을 넣었다. 제주 한라봉 마말레이드는 제철에 수확한 제주산 감귤과 한라봉, 하귤만을 사용한 잼으로, 당도를 조절했다. 7월엔 제주산 원료를 사용한 ‘제주 메밀 비빔면’도 출시했다.
우리 농산물 소비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뚜기는 국산 다시마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전남 완도군의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완도산 다시마’를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완도산 청정 다시마 2개를 넣어 깊은 감칠맛을 살린 한정판 ‘오동통면’을 선보였다. 다시마를 1개에서 2개로 늘린 오동통면이 당시 호응을 얻자, 이후 오뚜기는 해당 제품을 정식 출시했다.
지난해엔 다시마를 주원료로 한 식초를 선보였다. 오뚜기 ‘다시마식초’는 완도산 다시마를 침지, 숙성시켜 만든 발효식초다.
오뚜기 관계자는 “최근 ‘가치소비’에 동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과 지역 농가 간 상생의 가치를 내세운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어민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는 코로나19 확산, 기상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행복상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 사용을 대폭 늘려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농가에 안정된 판로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파리바게뜨는 현재까지 강원 평창 감자, 제주 구좌 당근, 충남 논산 딸기, 전남 무안 양파, 경북 영주 풍기인삼, 영천 샤인머스캣, 경산 대추 등을 활용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논산 딸기 농가 신품종 확대와 청년농부를 지원했고, 4월에는 소비 급감으로 인해 가격이 약 70% 정도 급락한 양파를 수매해 무안 양파 농가의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SPC그룹의 계열사 ㈜파리크라상은 21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2021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고 21일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평가에서 가맹점과의 상생 활동과 다양한 협력사 및 지역사회 지원 등 적극적인 ESG 경영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SPC그룹 관계자는 “올해 ESG 행복상생 프로젝트는 농산물 수매와 제품화를 넘어 농산물 신품종 확대, 청년농부 육성 등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로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지역 농가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7월부터 고품질 국산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창녕 갈릭 버거’를 처음 출시했고, 올해 ‘보성녹돈 버거’를 선보였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은 창녕 갈릭 버거는 지난달 4일부터 재출시됐다. 창녕 갈릭 버거는 지난해 8월 5일 출시 이후 판매 기간이었던 약 한 달 동안 158만여 개가 팔린 바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뛰어난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창녕 지역의 마늘을 활용한 버거를 선보이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앞으로도 우리 땅에서 키운 맛있고 신선한 식재료로 특별한 메뉴들로 한국의 맛 프로젝트에 대한 고객의 성원에 보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피자알볼로는 진도산 친환경 흑미를 활용한 ‘흑미 도우’를 만들고 있으며, 전북 임실에서 생산하는 임실 치즈와 강원도 영월 고추를 사용한 핫소스 등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며 국내 농가와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