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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싣고 달리는 ‘윤석열차’…“표절” vs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학생 2차 피해 우려까지

문체부,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이준석·홍준표 등 ‘표현의 자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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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2.10.05 10:29:59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게시물 캡처

‘윤석열차’가 논란을 싣고 달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경기도, 부천시가 후원하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한국만화축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이 전시돼 논란이 된 가운데 100억 원대의 예산을 지원한 문체부가 엄중 경고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일 문체부는 입장문을 내고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나기 때문에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한다”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이긴 하나,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 102억 원이 지원되고 있고, 이 공모전 대상은 문체부 장관상으로 수여되고 있다”며 “해당 공모전의 심사기준과 선정 과정을 엄정하게 살펴보고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문체부는 “행사의 후원명칭 사용을 승인하며 진흥원 측에 행사와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승인사항 취소가 가능함을 함께 고지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후원명칭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제기한 표현의 자유 관련 질의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그림은 윤 대통령의 얼굴을 한 열차가 달리고 있는데, 열차를 조종하는 기관사 위치에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닮은 인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인물 뒤엔 검사복을 입은 사람 4명이 칼을 높이 들고 있으며, 당혹스런 표정의 사람들이 달리는 열차를 피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학생 카툰부분에서 고등부 1위격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받아 다른 수상작과 함께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2층 도서관 로비에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의 엄중 경고에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 의견이 있다. 웹툰협회는 4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 삼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 운운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실소를 넘어 경악할 지경”이라며 “주무부처가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분야엔 길들이기와 통제 차원에서 국민세금을 쌈짓돈 쓰듯 자의적으로 쓰겠다는 협박이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면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날 것 같은데 만화로 정치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진=이준석 페이스북 캡처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4일 국정감사(국감)에서 윤석열차 그림을 제시하며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김 처장은 “아무 정보가 없지만, 그림만 봤을 때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윤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자유인데 정작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핍박받고 있다”며 “만화의 기능 중 하나가 비판과 풍자이기도 하다. 윤석열정부의 자유에는 비판과 풍자는 있어서도 안되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면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날 것 같은데 만화로 정치세태를 풍자하는 것은 경고의 대상이 되고,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서슬 퍼렇던 시절에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에게 모의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한 일화는 무용담이 되어서는 같은 잣대라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후자는 40년 전에도 처벌 안 받았다고 알고 있다.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프로파간다, 정치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1980년 학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는데, 이를 이번 사태와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윤석열차라는 작품인데 감상평을 부탁드린다”는 요청에 “표현의 자유”라고 답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강행을 위한 조기 총선 추진을 비판했던 영국 ‘더선’의 풍자 만화. 사진=더선 캡처

반면 표현의 자유가 아닌, 표절 의혹이 더 큰 문제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4일 여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석열차가 2019년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를 비판한 일러스트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공유됐다.

해당 만화는 2019년 6월 영국 매체 ‘더 선’의 한 논평 기사에 첨부된 일러스트로, 존슨 전 총리의 얼굴을 한 기차가 달려가는 모습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에 앞장섰던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강행을 위한 조기 총선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한 그림으로 보인다.

해당 만화 기차 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석탄을 넣고 있는 모습도 담겨 있는데, 전체적인 구성과 느낌이 윤석열차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4일 국감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윤석열차는)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표절 의혹 때문에 논란이 크다”며 “외국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 또한 윤석열차와 표절 의혹이 제기된 그림을 동시에 제기하며 “한눈에 봐도 표절 아닌가. 본질적인 것은 학생이 표절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도 “학생은 표절을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하는데 유감스럽다”며 “만화축제의 공모개요에 보면 이렇게 돼 있다. 창작 작품에 한함이라고 표시돼 있다. 표절의 문제인 것이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그림을 그린 고등학생의 이름 전체와 재학 중인 학교명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출품자의 또 다른 피해를 우려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SNS에 출품자명과 재학 중인 학교명이 그대로 드러난 수상작 촬영 사진이 퍼져 있는 게 확인됐다. 이에 네티즌들은 “또 다른 피해로 번질까봐 우려된다”, “고등학생에게 너무 날선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학교 어떻게 다니냐” 등 우려를 제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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