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3호 김금영⁄ 2022.10.05 16:40:55
냉장고와 TV 화면에 예술 작품 이미지가 투영되고, 공연장에선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 축제가 펼쳐졌다. 아트에 빠진 기업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때로는 자사의 제품과 공간에 예술을 녹여내고, 미술과 음악 등을 후원하는 형태로 기업이 예술과 어우러지고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아뜰리에·더 프레임’ 등 예술 콘텐츠 확대
평범한 가전은 거부한다. 가전업계가 자사의 제품과 마케팅에 예술을 결합시키며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가치와 콘텐츠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탑재된 ‘비스포크 아뜰리에(BESPOKE Atelier)’ 전용 콘텐츠를 8월 초부터 대폭 확대했다. 비스포크 아뜰리에는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 냉장고인 패밀리허브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2017년 이후 출시 제품부터 지원된다. 냉장고 스크린에서 고전 명화와 국내외 신진 작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인테리어 효과가 높아 호평 받아 왔다.
이에 앞서 7월 말부터 삼성전자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을 통해 20세기의 역사적 순간을 담은 사진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전문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제품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되, 예술 콘텐츠의 전문성 또한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비스포크 아뜰리에 콘텐츠 확장을 위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협업했다.
비스포크 아뜰리에가 제공하는 작품 195점 중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의 산학 협력 프로젝트로 제작된 일러스트레이션 13점이 포함됐다. 이 작품들은 냉장고에서 신선하게 보관된 식재료가 맛있는 요리를 완성하는 것처럼, ‘행복의 재료’를 주제로 행복한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를 젊고 참신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즉, 예술과 삼성전자 냉장고와의 연결성을 짚은 콘텐츠다.
지난해부터 협업을 이어 온 가나아트센터의 기획 콘텐츠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 콘텐츠는 영감의 원천이자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인 ‘나만의 색(Be Your Color)’을 주제로 ▲전광영의 ‘집합’ ▲박철호의 ‘파문’ ▲정해윤의 ‘관계’ 와 ‘플랜B’ ▲에단 쿡의 ‘무제’ 등 총 10점으로 구성됐다.
더 프레임의 사진 컬렉션과 관련해서는 미국 사진 아카이브 ‘라이프 픽처 컬렉션’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라이프 픽처 컬렉션은 포토 저널리즘을 개척한 미국의 시사 잡지 ‘라이프’의 20세기를 시각적 연대기로 구성한 사진 컬렉션이다. 이번 협업으로 20세기 예술, 패션, 레저 등 대중문화를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마릴린 먼로 등 당대 유명 인사를 담은 사진 작품을 더 프레임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더 프레임은 현재 전 세계 50여개 파트너와 함께 약 2000점의 작품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아트스토어 내 모든 작품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작품만 별도로 구매해 영구 소장할 수도 있다.
LG전자의 올레드 TV가 예술과 만났을 때
LG전자는 자사의 올레드 TV 제품을 예술과 접목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5월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예·디자인 전시 ‘런던 크래프트 위크’를 맞아 첼시, 메릴본 등에 위치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매장 더콘란샵에서 올레드 에보 제품을 활용한 특별 전시를 6월 24일까지 열었다.
이 전시를 위해 LG전자는 현지에서 주목받는 작가 잉카 일로리와 협업했다. 잉카 일로리는 화려한 색감과 경쾌한 그래픽 디자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런던 소재 더콘란샵 2개 매장에 올레드 에보 총 25대를 설치했다. 각 매장 쇼윈도에 설치된 올레드 에보는 화려한 색감을 표현한 잉카 일로리의 디지털아트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제품과 예술의 조화를 보여줬다. LG전자는 엑스붐 360 스피커, 듀얼업 모니터 등도 배치해 공간을 연출했다.
이어 7월에도 서울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더콘란샵에서 잉카 일로리와의 협업 전시를 열었다. 42~77형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올레드 TV로 구현된 잉카 일로리의 미디어아트 작품 ‘포레스트 오브 아이즈’를 볼 수 있었다.
예술 작품 거래 플랫폼을 스마트 TV로 즐길 수 있도록 고객 경험도 확장했다. 미국 시장에서 예술 분야 전문가가 엄선한 NFT(대체 불가 토큰) 예술 작품을 감상부터 거래까지 즐길 수 있는 ‘LG 아트랩’ 서비스를 9월 론칭했다. 2020년 이후 출시된 LG 스마트 TV(webOS 5.0 이상 탑재 모델)를 비롯해 PC, 스마트폰 등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LG 아트랩에서 첫 공개된 NFT 작품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에서 선보인 배리엑스볼 작가의 작품으로, 미술계도 이를 주목했다. LG전자는 9월 초 열린 프리즈 서울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LG 올레드 TV를 활용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관람객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R로 현대 미술 거장 아니쉬 카푸어가 ‘색’에 관한 탐구를 표현한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
첫 디자인 테마 전시 연 코웨이
코웨이는 올해 첫 디자인 테마 전시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7월 19일~8월 27일 서울 구로동 지타워 소재 코웨이 갤러리에서 ‘공상: 공상(空像), 공상(共想)’전을 열었다.
코웨이 갤러리는 본래 코웨이의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 체험공간으로,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약 150평 규모로 커뮤니티 공간인 오픈 라운지와 개인화된 공간으로 꾸민 4개의 스튜디오, 제품이 전시된 쇼룸으로 구성됐다.
올해 이곳에 코웨이가 예술을 새롭게 끌어들였다. 특히 코웨이의 디자인 철학과 방향성을 작가적 영감으로 풀어낸 테마 전시를 꾸리며, 자연스럽게 코웨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코웨이 갤러리에서 선보인 ‘공상: 공상(空像), 공상(共想)’전은 비우고 덜어낸 형상을 통해, 자연과 사물의 근원, 본질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 전시는 코웨이가 노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보여준 단순하면서도 조화로운 디자인을,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스튜디오 이우 아카이브, 보태니컬 디자이너 엘트라바이 등 협업 작가들이 자연의 추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였다.
코웨이 관계자는 “본래 코웨이 갤러리는 지역사회의 주민과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는 공간이자, 휴식의 공간이었다. 자사의 제품을 체험하는 것뿐 아니라 문화예술 경험의 장으로 활용해 보다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자 전시를 마련했다”며 “첫 테마 전시에 인근 주역주민이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에 많이 방문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예술의 고급 이미지+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일석이조 효과
이처럼 가전업계가 예술 마케팅에 집중하는 데에는 다양한 경험과 가치 및 고급스런 이미지를 중시하는 MZ세대(1980~2010년대 초 출생)의 취향을 저격하는 동시에 자사의 우수한 기술력을 강조하는 등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술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프리미엄 고객에게 자사 제품의 차별화된 화질과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알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예술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예술에 영감을 주고, 아티스트가 선호하는 올레드 TV’라는 브랜드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한편, 프리미엄 고객층과의 접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LG 올레드 TV만의 차원이 다른 화질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구현한 예술적 가치를 고객 경험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코웨이 또한 예술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비스포크 아뜰리에 등 예술 콘텐츠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유명 작가 또는 갤러리들과의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산학 협력과 같이 신진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을 지속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고객이 일상생활 속에서 코웨이 혁신 제품과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혁신 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고객의 삶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을 선보일 것”이라며 “이 일환으로 예술과 코웨이가 어우러진 콘텐츠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예술은 고객과의 소통을 넘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으로도 확대되며 기업에 스며들고 있다. LG전자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위치한 니케 미술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활용 전시를 열고 올레드 TV 포장 박스로 만든 예술 작품을 10월 선보였다. 아프리카 기후변화 대응 비정부기구(NGO)인 ‘솔루션17’ 및 현지의 젊은 예술가들과 협업했다.
작가들은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자산으로 전환한다’는 콘셉트에 맞춰 포장 박스를 활용한 작품을 소개했다. 총 20여 개의 올레드 TV 포장 박스가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나 콜라주(종이를 찢어 붙이는 미술 기법)의 도구, 장식품 소재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전시는 연말까지 진행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LG전자의 노력의 일환이며, 앞으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