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3호 김응구⁄ 2022.10.07 14:47:06
유튜브가 대세긴 대세다. 홍보 수단으로 이만한 게 없다.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니 요즘 입맛에 딱 맞다. 엄지와 검지만으로 가공된 정보란 정보는 모두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유튜브는 가장 큰 정보 소비시장이다. 만드는 자도, 소비하는 자도 그렇게 유튜브에 빨려들어간다.
유튜브의 매력은 ‘재미’다. 정보도 재밌게, 관람도 재밌게, 참여도 재밌게 만든다. 콘텐츠 제공자는 이 재미에 골몰한다. 혼자든 여럿이든 좀 더 재밌는 채널을 궁리한다. 그 과정을 모두 이겨내면 유형이든 무형이든 그에 맞는 대가를 받는다.
지자체라고 해서 마다할 리 없다. 이제 유튜브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됐다. 보도자료나 사진에 의존하는 홍보는 여전하지만, 여기에 영상까지 얹었다. 이를 전담하는 부서도 마련했다. 우리 구는 더 돋보여야 하니 하늘로 드론도 띄운다.
멀게는 10년 전 유튜브를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 중인 자치구도 있다. 콘텐츠는 제각각이다. 물론 구 정책이나 행사를 소개하는 영상은 여기저기 다를 바 없지만, 여기에 어떤 재미 콘텐트를 가미하는지가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결정짓는다.
시계를 지난 6월 1일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으로 돌려보자. 서울 구청장에 도전장을 낸 후보들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열띤 경쟁을 벌였다. 어쩌면 필수였는지도 모른다. 오프라인은 한계가 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유세차량을 타고 이곳저곳을 누벼도 유권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진 못한다. 종합일간지, 광역·지역신문에 얼굴을 내미는 평면적인 홍보 역시 한계가 있다.
몇몇이 후보자 전용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아예 없었다면 모를까, 알고 나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런데, 해보고 나니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전파력이 상당했다. 거리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까지 유튜브에선 가능했다. 때론 파이팅 넘치게, 한편으론 감성적으로 유권자에게 접근했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유튜브의 위력을 실감했을 테다.
물론, 모두에게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몸에 익지 않은 홍보방식,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 생각보다 적은 구독자 수와 조회 수. 이 때문에 오히려 거리전(戰)에 더욱 몰두하게도 했다. 무엇이 더 좋은 방법인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당선과 유튜브 운영의 연관성을 뚜렷이 밝힐 방법은 없다. 도움 될 것으로 생각해 만들었고 참모들은 열심히 도왔을 뿐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열심히 만들지 않은 자신을 책할 수도 없다. 당선에 유튜브의 지분도 조금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그뿐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구청장 후보자들 유튜브 개설
서울의 자치구는 모두 스물다섯 개.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스무 명 넘는 구청장 후보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앞세워 본인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후보 당시 ‘성헌TV’를 운영했다. 이 채널은 ‘60초 공약’이 돋보였다. 교통·소상공인·여성·청년 등으로 주제를 나눠 각 사연자가 질문하면 이성헌 후보자가 공약을 내세워 답변하는 식이다. 딱 1분으로 편집해 몰입도를 높였다.
유세현장을 숏츠(shorts) 형식으로 보여준 코너도 눈에 띄었다. 가짓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메타버스 형식으로 본인을 소개한 점도 새로웠다. 애견협회 부회장답게 반려견 콘텐트나 국회의원 시절인 10년 전 영상도 볼 수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후보 시절 ‘희영파크TV’를 열심히 운영했다. 영상을 거의 매일 업로드하다시피 했다. 용산 이곳저곳을 돌며 유세하는 모습부터 골목상권 둘러보기, 동자동 쪽방촌 봉사활동, 동별 현안 파악 등 후보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줬다.
당시 박 후보는 “코로나시대에 주민들 대면이 힘들어져 더 많은 구민을 만나고 소통하고자 유튜브를 생각했다”면서, “기록으로 남겨지니 주민들이 댓글을 달고, 또 그 댓글에 반응하면서 소통이 이뤄진다. (구청장으로) 당선된다면 이후에도 유튜브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북권의 한 후보는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상당했다. 이 후보는 브이로그 식으로 본인의 영상을 만들었다. 정책이나 유세의 모습보다 개인에 집중해 감성적으로 접근해보자는 의도였다. 이를테면 아침 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가족과 함께 먹으며 여러 얘기를 나누는 식이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만2000회를 훌쩍 넘겼다. 댓글만 200개 가까이 달렸고 ‘좋아요’는 1600개에 달했다. 영상은 후보의 아내가, 편집은 딸이 맡았다. 엔딩 크레딧에는 ‘무보수 노동’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라는 문구가 올라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이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훗날 다시 한번 그 자리에 설 수도 있는 이 후보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니 꼭 ‘실패’라고만 단정 지을 일도 아니다.
유튜브의 장점은 이런 것이다.
자치구별 톡톡 튀는 개성 만점 콘텐트 눈길 끌어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모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눈길을 끄는 콘텐트가 적지 않다. 공들인 영상에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런 채널은 시청자 또는 구민이 구독자 수와 조회 수로 보답한다.
먼저, 동작구(구청장 박일하)의 채널은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구의 정책을 홈쇼핑 상품으로 소개하듯 알려주는 ‘내일은 판매왕’ 시리즈가 단연 눈에 띈다. ‘동작구의 정책이 완판되는 그날까지’가 슬로건이다.
이 콘텐트에선 구청 직원들이 직접 쇼호스트로 변신해 전문 진행자와 함께 상품을 판매하듯 정책을 설명한다. 시즌 1에 이어 지난 5월부터는 시즌 2를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민원여권과, 주차관리과, 복지정책과, 건강증진과, 맑은환경과, 체육문화과 등이 소개됐다.
며칠 전에는 동작구와 ‘올(All)바른 청렴협의체’가 함께 진행한 ‘도전 청렴 골든벨’ 영상을 업로드했다. 청렴 가치, 반부패법 등을 주제로 퀴즈를 풀며 청렴지수를 올리자는 게 기획 의도였다. 예전 같으면 단순히 한번 치르고 끝냈을 이 이벤트는 날짜별 차이는 있지만 네티즌 380명이 현장에 있는 듯 함께했으니 홍보 효과가 나쁘지 않은 셈이다.
성동구(구청장 정원오)는 ‘브이로그(VLOG)’에 강하다. 공무원 한두 명의 일과를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함께한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직 업무 15년 차와 10개월 차 직원의 하루를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청소행정과 직원 두 명은 폐기물 무단투기 현장, 재활용정거장을 찾거나 새벽 청소 순찰을 동행하기도 했다.
‘윤피디 양아나가 간다간다간다!’도 무척 재밌는 콘텐트다. 카메라 앞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윤피디와 양아나 두 명이 성동의 자랑거리인 ‘스마트 쉼터’나 구청 청사 3층에 새단장한 무지개도서관 등을 소개하고, 최근에는 성동 맛집 음식을 사다가 직접 먹어보는 ‘먹방’도 선보였다. 윤피디와 양아나의 조합이 생각보다 좋고 입담 역시 화려해 보는 이가 즐겁게 빠져든다.
서초구(구청장 전성수)는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콘텐트로 관심을 가득 받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웹드라마다. 지난해 12월 22일 ‘혼자라고 생각 말기’를 처음 공개했다. 지금까지 세 편과 몰아보기 한 편을 업로드했다.
‘1인 가구 힐링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서초1인가구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이 내용에 잘 스며들었다. 군데군데 서초구의 여러 장소도 배경으로 소개된다. 누적 조회 수가 6만7000건일 정도로 인기몰이에도 성공했다.
영등포구(구청장 최호권) 유튜브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채널 이름이 ‘영구네’다. ‘영등포구청네’의 줄임말이다. 공직 세계의 정보를 공유하고 시청자와 친숙하게 소통하고자 운영한다는 취지를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
2019년 4월 8일 첫 영상을 업로드한 후 지금까지 구독자 1만 명을 넘겼고 누적 조회 수만 270만 회 이상이다.
월급, 직원복지 등 공직생활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공뭔것들’, 영등포의 명소와 핵심사업 현장을 소개하는 ‘영구랑 콜라보’, 주요시책을 콩트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영구네 캠페인’ 등 참신한 내용과 형식의 콘텐트로 구성했다.
이 중 ‘핵인싸 공무원이 들려주는 솔직한 공무원 이야기’라고 소개하는 ‘공뭔것들’의 인기가 꽤 높다. 공무원 생활에서 궁금해할 만한 점들만 콕 집어 이를 대화하듯 풀어낸다. 예를 들면, 공무원의 급여, 징계, 직업병, 부수입 같은 내용이다. ‘공무원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도 될까?’ ‘문신은 해도 될까?’ ‘복장은 어디까지 허용할까’ 이 문제의 답도 확인해볼 수 있다. 10월 초까지 70편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관악구(구청장 박준희)는 1인 가구에 맞춘 기획 콘텐트가 강세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60% 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성·청년·어르신 등 1인 가구의 행복한 싱글라이프를 위한 맞춤형 꿀팁 ‘나 혼자 한다’의 조회 수가 높다.
이 콘텐트에는 관악구의 마스코트인 강감찬 장군이 출연해 재밌는 상황극을 연출하며 1인 가구에 도움 되는 다양한 정책과 생활 정보를 제공한다. 전국 최초로 실시한 ‘청년 임차인 중개보수 감면 서비스’나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 서비스’ 또는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안심홈세트’ 지원사업 등을 안내해준다.
광진구(구청장 김경호)는 관내 주요 명소들의 영상을 360°로 돌려볼 수 있는 V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까지 건대 맛의 거리, 자양전통시장, 광진경제허브센터, 아차산생태공원, 아차산동행숲길 등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유튜브는 동적(動的)이다. 보는 이의 눈과 머리도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몰입도가 좋다. 자치구 입장에선 구정을 소개하기에 딱이다. 문제는 그걸 어떤 식으로 보기 좋게 만드느냐다. 그래서 드라마나 홈쇼핑 형식을 빌린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자는 계속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그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더 넓어질수록 호응이 따라붙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경쟁자의 부러움도 산다. 그렇게 앞서간다. 자치구로선 유튜브가 참 좋은 수단이다. 참 고마운 서비스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