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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미래 은행... 은행 같지 않은 은행·LP바 닮은 은행

디지털 기술에 감성 더한 ‘콘텐츠 전략’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 ‘MZ 맞춤 전략’ 우리은행X무신사 ‘WON RE:CORD’ 혁신 점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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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3호 김예은⁄ 2022.10.11 10:32:39

우리은행에서 신설한 ‘WON RE:CORD(원 레코드)’ 점포에서 이용객들이 LP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김예은 기자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혁신 점포’ 실험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과거 점포 운영방식을 고집할 수 없는 은행들이 은행 점포의 개념과 틀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다각화 된 시도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가 9월 4일 발표한 연구보고서 ‘은행 혁신점포 및 메타버스 운영 실태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매년 연평균 300개 은행 지점이 폐점하는 등 영업점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금융소비자들의 대면 서비스 수요와 편의성 제고 및 은행의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고객관계 강화를 위한 대체 방안의 하나로 혁신점포가 확산 중이다.

 

GS리테일X신한은행 혁신점포 GS25영대청운로점 내부. 사진=신한은행 제공

국내 은행권의 혁신점포는 기존 은행의 장점과 내부 인력을 금융 환경 변화에 맞게 활용하며, 샵인샵(Shop in Shop) 형태의 카페, 편의점, 마트 내 은행 점포 및 디지털 혁신점포, 문화 공간 점포, 공동점포, 영업시간 특화점포 등으로 구분된다.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와 같이 일부 혁신점포는 일반 은행점포처럼 16명의 은행직원을 배치하는가 하면, 우리은행 디지털 Express점 등은 은행 직원 없이 무인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고객 응대와 탄력적인 화상 상담을 추진하고 있다.


샵인샵 형태는 다양한 샵과의 연계로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다. ‘편의점 형’의 하나은행 CU 금융특화편의점과 ‘가드닝 카페형’의 하나은행 컬처뱅크, ‘베이커리 형’의 우리은행 베이커리 인 브랜치가 대표적이다.

 

H-Pulse 하나멤버스라운지 전경.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공연, 강의, 카페 등 개방형 문화 거점을 시도한 복합문화공간 특화점포도 있다. 하나은행 컬쳐뱅크, H-Pulse 하나멤버스라운지 점포와 KB국민은행 KB락스타 청춘마루는 전시·문화·예술활동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컨텐츠 경험을 극대화하며 금융 소비자의 고객 경험을 강화한다.


이같이 은행의 미래 점포로 새로운 틀을 제시하고 있는 여러 시도 가운데, 미래 영업점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기획된 테스트베드(시험대) 점포인 신한은행의 디지로그 브랜치와 우리은행의 ‘WON RE:CORD’ 의 사례를 살펴봤다.

신한은행, '은행 같지 않은 은행'이 목표

신한은행의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의 디지로그 브랜치는 프로세스·콘텐츠·공간 혁신을 통한 '은행 같지 않은 은행'을 목표로 작년 7월 첫 지점을 오픈한 미래형 금융점포다. 10월 7일 현재 서울 서소문, 한양대학교, 남동중앙금융센터, 신한PWM목동센터 등 총 4개점포가 운영된다.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고객을 위한 따뜻한 감성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겠다는 진옥동 은행장의 디지털 철학이 담겨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채널을 혁신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경쟁업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신한은행만의 오프라인 강점을 적극 활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디지털+아날로그를 경험할 수 있는 신한은행의 디지로그 점포는 다양한 디지털 금융경험과 개인별로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고객이 디지털 금융 콘텐츠를 스스로 경험하고 선택하는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서소문 디지로그 점포 내 CX Zone 전경. 사진=신한은행 제공

디지로그 점포에 들어서면 금융 콘텐츠 혁신 사례라 할 수 있는 CX Zone(Customer Experience, 고객 경험 제공)이 기다린다. 고객은 거대 원형 테이블 위에 띄워진 SFTI 금융유형 검사, 보통사람 보통금융, 우리동네 흑백사진관 등을 터치하면서 스스로 상품을 검색하고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보통사람 보통금융'은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나와 비슷한 성별, 연령별, 세대별 등 98개 고객군별 맞춤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SFTI(Shinhan Financial Type Indicator)'는 성격유형검사인 MBTI를 활용해 16가지 금융 성향별 금융행태를 분석해주는 대표 콘텐츠다. 또한 영업점 인근의 소상공인 가게들의 사진을 디지털 앨범으로 제작해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홍보하고 할인 쿠폰을 제공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를 돕는 '우리동네 흑백사진관'도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은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안내 서비스 기기인 ‘AI 컨시어지’를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도입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또한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AI 은행원, AI 컨시어지, AI 챗봇,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 등을 도입하며 디지털 금융 서비스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 서비스 범위가 확대된 올 3월 AI 은행원을 서울 서소문, 한양대학교 등 디지로그 브랜치의 디지털 데스크를 중심으로 40여 개 지점에 적용했다. 실제 영업점 직원을 모델로 구현한 AI 은행원은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가상 직원으로 디지털 기기를 통해 고객과 인사하고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안내한다. 또한 고객이 얼굴과 손바닥(장정맥)의 생체정보를 디지털 기기에서 간편하게 등록하고 이를 통해 손쉽게 출금ㆍ이체 등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을 통해 총 40여개의 금융업무가 가능해졌으며, 축적된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통해 고객 응대 범위가 본격적으로 더 확장되면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에게 보다 쉽고 편안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인가? LP바인가? 우리은행 ‘WON RE:CORD’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 신설된 ‘WON RE:CORD(원 레코드)’ 점포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은 9월 17일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 ‘WON RE:CORD(원 레코드)’를 신설했다. 단순한 브랜드 체험 부스가 아니다. 우리은행은 이를 ‘혁신점포’ 라고 명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혁신점포가 기존 은행 점포와는 전혀 다른 콘셉트의 팝업 점포로 레트로(복고) 분위기에 현대적 감성을 더한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한 공간에서 음악 감상과 다양한 경험을 하며 금융서비스도 이용하는 등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이 점포는 음악과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감성적으로 즐기고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기존 은행 이미지에서 벗어나 MZ세대와 호흡하는 역동적인 은행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MZ형 금융 혁신점포 형태라 할 수 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앞줄 오른쪽)이 무신사 테라스 홍대에 소재한 우리은행X무신사 혁신점포 'WON RE:CORD'를 방문해 점포를 기획한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AK&홍대 17층에 위치한 무신사 테라스는 MZ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패션 문화 편집 공간이다. 이 공간에 구축된 ‘WON RE:CORD’ 점포는 한강과 여의도가 내려다 보이는 4개의 LP 청취부스와 LP 및 굿즈 전시존, 메인 포토존, ATM 형태의 포토부스(명세서 용지 모양 포토 출력) 및 우리은행의 미래 점포형 디지털데스크로 구성돼 있다. 원레코드라는 이름은 우리은행 스마트뱅킹 앱인 원(WON)뱅킹의 ‘WON’ 브랜드와 레코드(매개체)를 통해 우리은행이 고객과 연결(CORD)되고, 이용자의 마음속에 새롭게 기록되는 것(RECORD)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감성적 LP바를 연상케하는 이 점포는 LP 및 디자인 소품 판매 전문 업체인 ‘딘포스트(DINPOST)’와의 협업으로 감각적인 큐레이션 LP를 선보인다. 이용객들은 MZ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 LP와 대중적인 LP를 대여하여 체험공간 내에 비치된 LP플레이어를 통해 자유롭게 청음하며 한강과 여의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WON RE:CORD(원 레코드)’ 점포 내에 설치된 ATM 즉석사진 부스. 사진=김예은 기자

우리은행의 큐레이션 LP는 ‘우리WON뱅킹’의 주요 테마인 디자인, 스토리,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구성됐다. LP 바 옆에는 ATM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ATM 형태의 포토부스이다. 즉석사진 트렌드에 맞추어 자유롭게 즉석사진을 촬영한 후 명세서 용지 모양으로 사진을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의 모습이 우리WON 브랜드와 즉석사진 형태로 기록(RECORD)되도록 구성했다.


분리된 공간 내에는 우리은행의 미래 점포형 디지털데스크가 존재한다. 디지털데스크는 고객이 화상 상담 직원을 통해 상품 상담을 비롯해 일반 창구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창구다. 디지털 데스크에서 예·적금 상품 상담 및 가입, 각종 신고, 대출 상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화상 상담 직원이 고객의 얼굴과 스캔 된 신분증을 대조하고 신분증 진위를 확인함으로써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WON RE:CORD(원 레코드)’ 점포 내에 설치된 LP 플레이어. 고객은 원하는 LP를 선택해 LP바에 앉아 여의도 전망을 바라보며 큐레이션 LP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김예은 기자

우리은행 관계자는 “‘WON RE:CORD’는 기존 은행의 틀을 바꾸는 우리은행의 새로운 혁신점포”라며 “찾아오고 싶은 은행, 경험하고 싶은 은행, 고객님께 사랑받는 은행으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이 아닌 기기를 마주하며 상담해야하는 낯선 경험과 제한적 업무로 인한 고객 불편은 혁신점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신한은행의 ‘콘텐츠 전략’과 우리은행의 ‘MZ 맞춤형 감성 레코드 바’ 혁신 점포는 디지털의 낯섦에 감성을 더해 친근함과 차별성으로 미래 점포에 대한 고객 친숙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또한 디지털 기술 역량 확대로 디지털 창구를 통한 업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은행들의 디지털 점포 혁신이 감성 전략을 통해 어떻게 더 고도화될 지 기대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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