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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이 DDP에 펼쳐놓은 ‘그러면, 거기’

스케치북 100권과 회화, 조각, 영상, 미디어 아트까지 1000여 점 작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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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5호 김금영⁄ 2022.10.12 17:57:19

장 줄리앙 작가. 사진=김금영 기자

이른 아침부터 오픈런(open run,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는 것)이 벌어진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장 줄리앙 작가의 첫 회고전 ‘그러면, 거기’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그랬다. 2018년 진행된 시몬스와의 협업 전시, 같은 해 아트토이컬쳐 현장에 마련됐던 부스, 지난해 알부스갤러리에서 열린 전시, 의류 브랜드 스테레오 바이널즈와의 협업 상품 등 장 줄리앙과 관련된 전시, 콘텐츠에는 늘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장 줄리앙 첫 회고전 '그러면, 거기' 전시장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올해 마련된 한남동 까누누레 누누 팝업 스토어엔,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장 줄리앙 관련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30분 넘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질 않아 눈길을 끌었다. 꾸준하게 쌓여 온 이 관심들이 ‘그러면, 거기’전에서 폭발했다.

‘그러면, 거기’전은 장 줄리앙이 어린 시절부터 작업하며 보관해 온 스케치북 100권부터 일러스트와 회화, 조각과 오브제, 미디어 아트 등 약 1000점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장 줄리앙 스튜디오와 작가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허재영 디렉터가 전시를 기획했고, 지엔씨미디어가 주최/주관했으며,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후원했다.

전시의 첫 테마 100권의 스케치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장 줄리앙이 항상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인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남긴 드로잉으로 구성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프랑스 낭트 출신의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은 최근 모델들과, 스윙스, 지드래곤 등 다양한 유명인의 SNS에서 자주 눈에 띄는 얼굴을 그린 장본인이다. 동그란 눈에 앙증맞게 혀를 내민 얼굴 모양, 숯검댕이 눈썹이 반쯤 덮은 눈과 콧수염까지, 단순한 선이 재미있는 얼굴을 만들었고, 복잡하지 않은 이 조합이 대중의 흥미를 끌었다.

전시를 기획한 허재영 디렉터는 장 줄리앙의 매력으로 ‘솔직함’과 ‘공감’ 그리고 ‘성장’을 꼽았다. 그는 “10년 전쯤 영국 런던 유학 시절, 장 줄리앙을 처음 만났다. 같이 학교 과제를 하는데, 그때부터 독특하면서도 진솔한 작업이 눈에 띄었다”며 “장 줄리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 평범하면서도 때로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일상에 사람들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드로잉' 테마에서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 줄리앙의 드로잉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어 “특히 사람들은 성장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응원한다. 작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장 줄리앙의 삶과 작업을 아우르는 이 전시에서도 그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며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꿈꾸는 우리에게 장 줄리앙이 보내는 특별하고도 평범한 일상이 큰 치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줄리앙은 “런던에서 시작된 허 디렉터와의 인연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라며 “서로가 가진 문화적 배경이 잘 융합됐다. 허 디렉터를 비롯해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변인을 관찰하며 느끼는 생각들을 재기발랄하게 작품으로 표현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장 줄리앙은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하게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직접 그렸다. 사진=김금영 기자

 

장 줄리앙의 ‘솔직함’과 ‘공감’ 그리고 ‘성장’

'소셜 미디어' 테마에서는 스마트폰에 중독돼 자유를 빼앗긴 자유의 여신상, 핸드폰을 보느라 고개를 땅에 처박고 다니는 사람들, 일에 치여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 아무 말도 듣기 싫다는 듯 두 귀를 떼어버린 사람들의 모습 등이 그림에서 발견돼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소셜 미디어’ 등 작가의 마음속 열정의 변화에 따라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총 12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특히 첫 테마 100권의 스케치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작가가 항상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며 인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으로 남긴 드로잉으로 구성됐다. 즉, 장 줄리앙의 일상을 관람객이 들여다보게 되는 셈이다.

'모형에서 영상으로'는 동생 니코와 함께 작업하며 영상, 설치 등 새로운 영역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간 장 줄리앙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

관련해 허 디렉터는 “스케치북 100권은 장 줄리앙의 일기와도 같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장 줄리앙은 그간의 스케치북을 꼼꼼하게 살피고, 벽면에 새로운 재해석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테마인 ‘드로잉’은 “드로잉은 언어와 같다”며 “타인과 소통하기에 드로잉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만나도 통역이 필요없다”는 장 줄리앙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드로잉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장 줄리앙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였던 상품들이 전시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드로잉은 종이와 액자를 벗어나 전시장 벽면까지 이어진다. 작가는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하게 채워 넣은 대형 벽화까지 그렸다. 그가 직접 채워 넣은 드로잉 작업물은 전시된 작품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큰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장 내부에 시트지처럼 감쪽같이 연출된 핸드 드로잉 작업물을 찾아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묘미다.

이어지는 ‘모형에서 영상으로’는 동생 니코와 함께 작업하며 영상, 설치 등 새로운 영역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 간 장 줄리앙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

큰 거울이 벽면을 채운, 종이인간들로 가득한 전시장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소셜 미디어’에선 특히 작가의 위트가 돋보인다. 장 줄리앙은 SNS를 자신의 작업에 대한 논평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이자, 새로운 아이디어와 표현 재료를 실험하는 탁월한 플랫폼으로 여긴다. 특히 이 테마에선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지만, 단순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중독돼 자유를 빼앗긴 자유의 여신상, 핸드폰을 보느라 고개를 땅에 처박고 다니는 사람들, 일에 치여 좀비처럼 변한 사람들, 아무 말도 듣기 싫다는 듯 두 귀를 떼어버린 사람들의 모습 등이 그림에서 발견돼 웃음을 자아낸다. 퍼즐과도 같이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 하나하나에 이처럼 스토리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장 줄리앙이 작품의 밑거름이 돼준 가족들과 함께 한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장 줄리앙은 “나는 비판적인 성격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기보다 불쾌한 것들을 유쾌하게 바꿔 사람들을 웃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 영감의 또 다른 원천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전시에도 ‘가족’ 테마가 마련됐다. 장 줄리앙이 작품의 밑거름이 돼준 가족들과 함께 한 행복했던 순간들을 추억하며 만든 공간이다. 이밖에 그간 장 줄리앙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선보였던 상품들, 그리고 큰 거울이 벽면을 채운, 종이인간들로 가득한 전시장 공간 곳곳을 빼곡하게 채웠다.

주 전시장인 전시 1관 외에 DDP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 작품 두 점이 설치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실내뿐 아니라 바깥으로도 이어진다. 주 전시장인 전시 1관 외에 DDP 야외 공간인 잔디 언덕에 작품 두 점이 설치됐다. 서울디자인재단과 협업으로 기획된 작품으로, 작가가 처음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오또(Otto)’, 그리고 15년 이상 지기 대학 친구인 허 디렉터와 협업을 상징하는 ‘퓨전’으로 구성됐다.

그간 다양한 자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해 온 장 줄리앙. 전시명이기도 한 ‘그러면, 거기’는 작가의 작업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오게 된 발자취, 그리고 현재는 어떤지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전시의 어디를 보고 가리키든 그곳엔 작가의 과거와 현재가 있고, 작업의 여정을 함께 따라갈 수 있다.

15년 이상 대학 친구인 장 줄리앙(왼쪽), 허재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번 전시를 함께 꾸렸다. 사진=김금영 기자

서울디자인재단 이경돈 대표이사는 “좋은 계절을 맞이해 따뜻한 색과 작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장 줄리앙과의 만남이 무한한 기쁨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 줄리앙은 “창의적인 삶이란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의 마음속 열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품으로 표현돼 왔는지 그 과정을 이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DDP에서 내년 1월 8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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