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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세희 화요 대표 "위스키 본고장 유럽, 한국 증류식 소주 화요가 인기인 이유"

‘화요 X.Premium’ 유럽 본토 진출… 동남아 등에선 이제 역으로 주문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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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4호 김응구⁄ 2022.10.25 15:13:36

문세희 대표는 “‘화요 X.Premium’의 유럽 진출은 위스키 본고장에 한국산 증류식소주를 수출한다는 그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힘들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해도 결국 처음이 있어야 한다. 그 처음을 잘 꿰어도 결과는 생각만큼 찬란하지 않을 수 있다. 대개가 그렇다. 그걸 감수하고도 처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화요’의 시작은 창대했다. 처음부터 세계화를 부르짖었으니 말이다. 그때가 2005년 1월 1일이었다. 사람들은 그 시작을 무모하다 봤다. 세계화의 문제가 아니라 주종(酒種)과 가격이 턱없다는 얘기였다. “‘쏘주’ 아냐?”, “왜 이렇게 비싸?” 이런 식이었다.

당시라면 그럴 법했다. 여전히 ‘폭탄주’가 ‘국민주’였고, 토하고 마시고를 반복하던 때였다. 주종 앞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일은 무척 어색했다. 희석식소주 수출은 괜찮지만 증류식소주는 어렵다고 봤다. 아니, 정확히는 증류식소주라면 ‘안동소주’가 전부인 줄만 알았다.

세상이 이랬다. 물론, 수준이 낮았다고 비꼬는 게 아니다. 그때의 풍토는 그랬다. 그 역시 대한민국의 주류문화이고 납득할 만한 주류역사다. 화요는 시작부터 해외 진출을 욕심냈다.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리곤 묵묵히 걸었다.

그 걸음의 수만큼 넘어지기도 많이 넘어졌다. 의지와 행동만으로는 선입견과 기존 문화를 다 덮을 수 없었다. 이후 강산이 한 번 변할 때까지 실적은 좋지 않았다. 누적 적자만 100억 원을 넘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보폭을 줄여 느리게 걷거나 잠시 멈출 수도 있었지만, 더 빨리 걷기로 했다. 그 사이 화요의 아이템은 더 늘었다. ‘화요25’와 ‘화요41’로 시작했지만 이어 ‘화요17’, ‘화요 X.Premium’, ‘화요53’까지 꾸준히 선보였다.

‘화요 X.Premium’ 프랑스 수출, 해마다 최대치

화요의 지금을 얘기할 땐 해외시장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바다 건너 전 세계 24개국에 화요를 보낸다. 특히, ‘순수 한국산 싱글 라이스 위스키’라고 소개하는 ‘화요 X.Premium’은 2020년 9월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올해 유럽 수출을 더 확대했다. 프랑스는 해마다 수출량이 최대치를 찍고 있다.

이쯤 되니 화요의 세계화가 궁금했다. 품질과 인기는 이미 증명됐으니, 이제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에게 화요를 어떻게 알리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런저런 물음에 문세희 대표는 웃는 얼굴로 하나둘 대답해줬다.

- 신종 감염병으로 모두가 힘들었어요. 화요 역시 쉽지 않았죠? 특히 수출 면에서요.


“화요는 지금껏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어요. 코로나로 인해 잠시 멈춰졌었는데, 지금은 좀 풀리는 상황이어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중이에요. 현재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수출 실적이) 올라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많이 늘 것 같기도 하고요.


- 최근 보도를 보니 유럽 수출이 참 희망적입니다.


“‘화요 X.Premium’의 유럽 진출은 위스키 본고장에 한국산 위스키(증류식소주)를 수출한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죠. 원액을 수입해 병입하는 게 아니라 원재료부터 원액까지 순수 한국산이니까요. 현재 프랑스에는 ‘화요 X.Premium’이 대량 수출되고 있습니다. 위스키라는 정의도 나라마다 다른데, 일단 유럽에선 이 제품을 위스키로 분류해줘요. 영국은 그렇지 않지만요. 프랑스에는 위스키로 판매하니 대량 수출로도 이어지는 거죠. 앞으로는 시장이 더 커질 듯해요.”

- 당연한 얘기겠지만, 해외 영업은 이곳저곳에서 계속 이뤄지는 거죠?


“매출 비중으로 보면 수출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녜요. 단지 국내에서 자리를 잘 잡으면 수출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거죠. 조금 변화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쭉 해외 바이어를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그쪽에서 오퍼(offer)가 오기 시작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수입하겠다’고 찾아오는 거죠. 유럽 시장을 공략해서 그쪽의 주문이 점점 늘고 있는데, 지금은 동남아시아에서도 연락 오기 시작해요. 국내에서 인지도가 올라가는 만큼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 그렇다면 화요 입장에선 다행인 건데, 앞서 얘기했듯이 국내시장은 코로나가 워낙 악영향을 끼쳐서 사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펜데믹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면서 국내시장에는 또 다른 주류소비문화가 생기기 시작했죠. 코로나시대가 되니 음식점이나 주점보다는 대형마트 등에서 사다가 집에서 마시고 먹는 문화가 됐어요. 음주 트렌드가 그렇게 바뀐 거죠. 그러다 보면 좀 더 좋은 술, 프리미엄급 술을 마시게 돼요. 그래서 좋은 기회가 된 술이 바로 증류식소주인 거죠. 외국 술로는 와인이나 위스키 판매가 많이 늘었잖아요. 물론,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우리도 처음엔 고전했죠. 하지만 점점 소비자들의 음주 패턴이 바뀌면서 업소 판매보다 많이 늘었어요.”

-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화요25’가 가장 많이 팔려요. 일단 중류식소주치고 마시는 데 어려움이 없고, 특히 가격 면에서 부담 없는 걸 찾기 때문인 듯해요. 이 제품이 국내시장에선 화요 전체 판매량의 70~80% 정도를 차지해요.”

문세희 대표는 국내 증류식소주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만간 희석식소주 근처까지 도달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사진=김응구 기자

광주요를 기반으로 화요·가온으로 세계화 꿈꿔

 

- 흔히 화요의 세계화를 얘기할 때 모기업인 광주요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자(陶磁)의 세계화와 맥을 같이 하잖아요. 처음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뒀던 건가요?


“술이라는 건 식문화와 연관돼 있어요. 술, 음식, 그릇, 그리고 그것이 다 있는 장소. 이것들이 잘 융합돼야 해요. 그런데 음식, 그릇, 장소는 모두 한계가 있잖아요. 술은 그렇지 않아요. 확장 가능성도 있고요. 그래서 광주요를 기반으로 화요와 가온(한식 레스토랑)의 세계화를 꿈꿨던 거죠. 처음에는 광주요의 도자 사업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까 고민했고, 마침내 도자의 사용처를 더욱 넓혀야겠다고 결정했죠. 그래서 (사업 방향을) 생활자기로 바꿨어요.”

- 그걸 홍보하기 위한 아이템이 필요했군요.


“그렇습니다. 한식 레스토랑을 열어서 사람들에게 ‘한식은 이렇게 먹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죠. 한식의 세계화를 얘기하는데 거기에 걸맞은 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만든 술이 바로 화요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린 식문화의 모든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그칠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성장하면 사회공헌에도 열심이어야 하고 문화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신경 써야 하죠. 우리의 식문화를 이끌고 전 세계에도 알리려면 반드시 그렇게 가야 합니다.”

- 화요를 다른 술과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병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척 독특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고집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지금도 신경 많이 쓰죠. 화요라는 술이 전통 증류식소주잖아요. 한국적인 전통을 계승해야 하고 발전시키기도 해야 하죠. 그런 생각을 늘 해요. 화요의 병은 고려시대 청자를 모태로 해서 만든 겁니다. 우리나라 도자의 자연 곡선을 원했죠. 병을 자세히 만져보면 직선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조금은 미세하게 울퉁불퉁해요. 도자의 자연 곡선을 집어넣었기 때문입니다.”

 

- 그 과정에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 유리공장에 가서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아니, 왜 병을 불량품으로 만들어달라 해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의 의도는 분명히 이 모양이니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죠. 그 이후에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녜요. 종이 상표가 잘 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내용을 병에다 인쇄하게 됐죠. 어떻게 보면 고품격으로 보이기도 해 좋은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화요라는 글자에도 품격이 잘 드러나요.


“서예가 강병인 선생에게 맡겼죠. 지금의 병 디자인은 2010년에 리뉴얼한 것인데, 당시 우리 디자이너가 브랜드네임을 한글로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전에는 화요라는 이름을 한문으로 표기했거든요. 그건 소주 ‘처음처럼’ 등의 서체를 만든 신영복 교수가 써준 것이고요. 우린 결국 한글로 바꿨죠. 여담이지만 병 모양 때문에 화장품 같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화요25’는 스킨 병 같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프리미엄급 증류식소주 인기는 날로 더할 것”


- 국내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증류식소주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당연히 더 잘 될 것으로 예상하시겠죠?


“예, 프리미엄급은 계속 더 나올 거예요. 지금도 막걸리나 수제맥주는 프리미엄급이 자꾸 출시되고 있잖아요. 그런 쪽으로 계속 발전할 겁니다. 지난해 데이터를 보니 국내 증류식소주는 2020년에서 2021년 새 약 45% 증가했어요. 올해는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당분간 계속해서 성장할 거예요. 물론, 전체 주종으로 보면 아직 파이가 얼마 되진 않죠. 지난해 증류식소주 시장이 650억 원 정도였는데 그전에는 440억 원가량이었거든요. 1년 새 그렇게 늘어난 겁니다. 올해는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요. 30%, 40%, 50%씩 증가한다는 건 급격한 상승세이고 금세 치고 올라간다는 의미예요. 이렇게 가면 조만간 희석식소주 근처까지 갈 수 있을 거예요.”

- 인기가 급상승 중인 것은 이해가 되는데, 희석식소주와의 비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여요.


“일본이 그랬어요. 희석식소주가 훨씬 많이 팔리다가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증류식소주로 바뀌었어요. 2004년부터는 증류식소주가 앞서고 있죠. 지금은 훨씬 많이 팔려요. 우리도 그렇게 갈 것으로 봅니다. 소주가 희석식과 증류식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어요. 아마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어가면 전체적으로 주류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프리미엄 쪽으로 많이 갈 거예요. 일본도 그런 경향이었을 것으로 추측되고요.”

화요의 라인업. 왼쪽부터 ‘화요17’ ‘화요41’ ‘화요53’, ‘화요 X.Premium’, 그리고 맨 앞이 ‘화요25’다. 사진=화요

2020년부터 ‘화요칵테일챔피언십’ 열어

 

- 칵테일 얘기를 잠깐 해볼게요. 화요하고도 연관이 꽤 깊어서 말이죠. 지금 그 인기가 많이 올랐어요.


“맞아요. 화요는 처음부터 칵테일북을 만들어 화요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홍보하고 알렸죠. 칵테일은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을 것으로 봤습니다. 옛날에는 마시고 취하자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즐기자는 쪽으로 가고 있잖아요. 젊은 층, 특히 여성들이 많이 즐겨요. 고도주(高度酒)에 토닉워터나 물을 타서 마시는 문화가 자꾸 생기죠. 세계적인 주류 판매 성향을 봐도 칵테일 소비가 많아요. 대개 보드카를 기주(基酒)로 한 칵테일이 많긴 하죠. 소득이나 생활 품격이 오르면 스트레이트 식보다는 자기 개성대로 마시는 경우가 많아져요. 앞으로 칵테일의 인기는 더 많이 늘 거예요. 화요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아 칵테일로 만들면 아주 괜찮아요. 마시기에 좋고 양도 적당하니까요.”

- 최근 3년간 칵테일대회를 열었어요. 대회 이름이 ‘화요칵테일챔피언십’이죠?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이런 대회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의 한 프로그램으로요. 코로나 때니까 예선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즉 화상으로 진행하고 본선만 행사장(코엑스)에서 하기로 했죠. 2020년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대회 참가자 수준이 높아서 무척 놀랐어요. 해외에서 많이 알려진 사람도 있고요. 올해부터는 외국인도 참가하게 했죠. 내년에는 더 늘릴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서 칵테일의 좋은 점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앞서 말했듯이 음주문화도 개성대로 즐기는 방향으로 빠르게 가도록 만들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요.”

- 마지막으로 대표님 얘기를 해보죠. 지금껏 쉬지도 않고 계속 술과 함께했습니다.


“대학교(연세대 식품공학과) 졸업 후 1980년 진로(지금의 하이트진로)에 입사해 23년간 근무했습니다. 술 생산부서에서 술을 개발하거나 품질관리 업무를 주로 담당했어요. ‘참이슬’, ‘참나무통맑은술’ 개발에 참여했죠. 잘 알려진 대로 2003년 진로가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그만둘 때쯤 광주요에서 연락이 왔어요. 같이 일해보자는 거죠.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고요. 2003년 12월 1일에 법인을 설립하고, 2005년 1월 1일 화요를 처음 출고했죠. 그게 인연이 돼 지금에 이르고 있어요.”

화요는 대한민국 대표 프리미엄 증류식소주다. ‘대한민국’, ‘대표’, ‘프리미엄’, ‘증류식소주’ 모두 귀가 닳도록 들었던 단어들이다.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근데, 하나씩 뜯어보면 새롭다. 하나하나 화요와 연결 지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이 네 단어가 하나로 합쳐질 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품은 ‘화요’다. 그게 중요하다. 화요가 수년간 이어온 작전에 한국인들은 보기 좋게 넘어갔다. 이제 세계인들이 넘어갈 차례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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