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2.11.01 11:50:17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애도문에서조차 “큰 충격을 받았고”라고 표현했듯, 일본에서는 이번 참사에 대해 ‘너무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한국 경찰의 태도에 대해 큰 의문을 표시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보도 중 한국 경찰의 자세와 연관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경시총감(한국의 경찰총장에 해당)과 내각 위기관리감을 지낸 요네무라 토시로 씨에 대한 포브스지 일본어판의 인터뷰였다.
이 인터뷰에서 요네무라 씨는 “요인 경비나 국제 이벤트 경비에 비해 가장 어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혼잡 경비다. 군중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면 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경찰이 해야 할 대책은 가능한 모든 정보를 모아 군중이 밀집하기 쉬운 장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나아가 사람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는 원인을 예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경찰이 ‘혼잡 경비’에 대한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1년 효고현 아카시 시에서 열린 불꽃놀이 축제 때 관람객들이 육교 위에서 넘어지면서 11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였다고 말했다.
"인파 몰릴 곳 미리 예상하고 인원 제한하는 게 경찰 역할"
당시 해당 육교는 불꽃 축제장과 역을 잇는 동선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릴 것이 너무나 당연한 데도 경찰이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매년 7월 불꽃 축제가 열릴 때마다 관람객들이 다리 위로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미리 경찰을 배치해 인파를 분산시키고, 한꺼번에 다리를 건너는 인원이 일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 상태에서 경찰이 인솔하는 방안을 고안했다는 것이다.
요네무라 씨가 경시청 경비 1과장이던 시절에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우승한 팀의 가두 퍼레이드가 있었다. 당시 경찰 당국은 규제선을 긋고 경계했지만 오픈카를 탄 선수가 등장하자 군중들이 이 차를 대거 쫓아가면서 큰 사고가 날 뻔 했다고 한다. 요네무라 씨와 경시청은 이 경험을 계기로 이후 우승 퍼레이드 때는 2층 버스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오픈카와는 달리 2층 버스라면 아예 선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인파의 움직임이 다소 완화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유명인사 등장에 인파 몰리는 경비를 한국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요네무라 씨는 복수의 한국 경찰 관계자가 이번 사건에는 대응이 어려웠으며, 경찰 당국자 중 한 명이 ‘이태원에는 좁은 골목길이 많고 골목길 모두를 규제하고 사람들의 흐름을 통제하려 든다면 서울의 경찰관 모두를 모아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에 대해 “한국에도 일본의 혼잡 경비에 해당하는 체제가 있다. 한류 스타가 공항에 나타날 때나 대규모 야외 콘서트, 해외 주요 인사의 방문 때 등 혼잡 경비를 실시한다”고 말했다고 포브스는 보도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주최측이 없이 대거 인파가 몰릴 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으니 그에 대한 대책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요네무라 씨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주최자가 없는 군집에 대한 경비 시스템이 이미 한국에도 분명히 있을 텐데 뭔 소리?’냐고 묻고 있는 셈이다.
일본 극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의 서울지국장 사쿠라이 노리오 씨도 31일 일본방송에 출연해 사회자의 “혼잡 경비 노하우는 당국에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렇네요. 상당한 경찰관을 투입해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마약 사용이나 싸움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