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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대신 묵념을” 관객 울린 서울시합창단 공연

독일 뮐하우젠 화재 위로했던 바흐의 Cantata BWV131 연주 직전 뜬 가슴 찡한 이태원 참사 추모 자막, 박수 없던 객석 ‘가시리’ 연주에선 ‘한 맺힌’ 박수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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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2.11.03 15:53:15

서울시합창단의 연주 장면. 사진=서울시합창단 제공

지난 2일 저녁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서울시합창단 M 컬렉션 시리즈 두 번째 무대인 ‘시그널’ 공연. 첫 곡인 헨델의 ‘대관식 찬가’ 중 1번 ‘사제 사독’ 연주가 끝난 직후 침묵이 흘렀다.

다음 곡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그 침묵의 시간은 제법 길게 느껴졌다. 얼마 후 무대 옆 스크린에 안내 글귀가 떴다.

“1707년, 독일 중서부에 위치한 뮐하우젠(Mulhausen)은 큰불에 도시 전체가 타버린 참사로 고통과 슬픔에 가득했습니다. 이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바흐에게 특별히 위촉되어 만들어진
바흐의 Cantata BWV131을 이 시간 연주합니다”

평범한 곡 안내로 볼 수 있었지만 이어진 자막에 관객들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서울시합창단은 이태원 참사로 숨진 분들의 넋을, 그리고 그들을 잃고 괴로움에 슬퍼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합니다. 연주 후 박수보다는 잠시 묵념의 시간을 통해 관객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애도와 위로를 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서울시합창단 단원들은 무대에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관객들도 박수 대신 묵념으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도 볼 수 있었다.

모든 곡에 박수를 제한한 건 아니었지만, 이후 연주에도 관객들은 박수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2부 두 번째 곡 ‘가시리’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야 관객들의 첫 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박수는 ‘가시리’의 슬픈 가사와 테너의 애끊는 목소리에 대한 묵념으로 들렸다. 이 곡은 원래 피아노와 대금, 합창과 곡 중 소프라노 솔로로 구성되었지만, 서울시합창단은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소프라노 솔로 대신 테너 연주자가 곡 중 독창을 맡았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온 한 관객은 “음악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줄 몰랐다. 그 어떤 추모의 말보다 이번 연주가 관객들에게 준 울림이 크다. ‘가시리’ 연주가 나올 때는 정말 울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관객들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준 서울시합창단 '시그널' 공연의 포스터. 사진=서울시합창단 제공 

서울시합창단(지휘 박종원)의 이번 무대는 바흐와 헨델, 모차르트, 브람스, 이영조, 전경숙 등 시대를 초월한 여러 작곡가들의 합창곡을 만나보는 서울시합창단 M 컬렉션 두 번째 무대였다. 관현악과 피아노, 호른, 바리톤 성승욱, 호른 이규성,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등이 참여했다. 이날 공연 실황은 서울시합창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곧 다시 볼 수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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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합창단  시그널  M컬렉션  바흐Cantata BWV131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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