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오는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대비해 수능 마케팅을 진행한다. 다만, 예년처럼 대대적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관련 이벤트를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차분하게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식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차원에서다.
홈플러스는 16일까지 응원 먹거리·용품을 판매한다. 초콜릿 등 간식거리를 비롯해 락앤락&써모스 보온도시락·보온병 등 20여 종, 그리고 핫팩 3종을 할인 가격에 선보인다.
이 외에도 페레로 로쉐, 더홈 플라넬 담요 등 제과류·용품류에 해당하는 252종의 행사 상품을 2만 5000원 이상 구매 시 5000원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밖에 2023학년도 수능 응시 수험표를 제시한 뒤 ‘삼성 갤럭시 Z 플립4 또는 폴드4’와 ‘버즈2 프로’를 동시 구매하면 취급 점포에 한해 일정 금액을 추후 삼성 멤버십 포인트로 적립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마련했다.
이디야커피와 에듀윌은 함께 수능 수험생 및 전국민 응원 캠페인을 7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컬래버는 양사 브랜드 초성인 ‘ㅇㄷㅇ’을 활용해 진행하는 것으로, 양사의 온라인 채널에서 경품과 쿠폰 당첨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에듀윌 홈페이지에서는 ‘ㅇㄷㅇ’으로 구성된 카드를 뽑으면 경품당첨의 기회가 주어지며, 이디야커피 및 에듀윌 공식 인스타그램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ㅇㄷㅇ’ 초성 퀴즈 맞추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캠페인 경품으로는 이디야 아메리카노 쿠과 ‘ㅇㄷㅇ세트’ 쿠폰 등으로 구성됐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한정 판매하는 ‘ㅇㄷㅇ세트’는 아메리카노와 쿠키로 구성됐으며 이디야 멤버스 앱 내 ‘이디야 오더’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또, 이디야 멤버스 앱 ‘이디야카드 선물하기’에서 수험생을 비롯한 친구, 가족들에게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ㅇㄷㅇ카드’를 선물할 수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와 손잡고 수험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오롤리데이는 행복을 모토로 캐릭터 IP 사업, 제조 및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는 9년차 브랜드로, 자사 캐릭터 ‘못난이’를 중심으로 문구, 의류, 생활용품 등 디자인 상품을 선보여 왔다.
뚜레쥬르는 ‘합격 퍼레이드’를 테마로 잡고 오롤리데이의 ‘행복 수집가’ 콘셉트를 활용한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못난이 캐릭터와 행복을 상징하는 세잎클로버를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했다. 오롤리데이 고유의 경쾌한 비주얼과 분위기를 통해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을 행복한 무드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간식백, 피크닉백, 수납백 등으로 활용 가능한 행복 플러스백도 출시했다.
한편 빼빼로데이(11월 11일),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 1~15일, 이하 코세페), 수능(11월 17일), 카타르 월드컵(11월 20일~12월 18일), 크리스마스(12월 25일) 등이 대형 이벤트가 집중된 연말은 유통업계 최대 대목으로 꼽혀 왔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에선 ‘광군제’가 11일, 미국에선 쇼핑 행사 ‘블랙프라이데이’가 25일 막을 올리는 등 해외에서도 쇼핑 심리가 요동치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 국내는 조용한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밤 벌어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났지만, 사회적인 추모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유통업계는 빼빼로데이 관련 대형 이벤트들을 축소했고, 코세페 또한 개막식을 비롯해 각종 대형 이벤트들을 취소했다.
유통업계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예능 프로그램 결방이 잇따르고, 소비 진작을 위해 계획됐던 각종 지역 축제도 취소되거나 축소되는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애도의 의미에서 화려한 이벤트를 여는 것을 지양하고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가수 장재인은 1일 자신의 SNS에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이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에 대해 정중히 물어 왔다.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며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본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며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작곡가 겸 가수 정원영도 자신의 SNS에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 음악만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라는 글을 올리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도 있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 사고 직전인 4월 14~15일 전년 동기 대비 25.0% 성장했던 카드 승인액은, 4월 16일 사고 발생 직후인 16~20일 6.9%, 그 다음주에는 1.8%까지 추락했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 속 국민이 지출을 자제한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이태원 참사 또한 6년 전 세월호 침몰 사고 때처럼 애도 분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일 ‘10월 소비자물가동향’ 브리핑에서 “물가 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소비 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태원 참사 여파가 내수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마케팅이 아직 기획 단계였기 때문에 이를 취소했어도 내부적으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장기화될 경우 어려움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하지만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 속 화려한 마케팅을 진행하는 건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어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