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5호 김예은⁄ 2022.11.09 18:39:24
익숙한 더블 G 로고가 빛나는 베이지 색 수프림 코트를 걸친 ‘개’가 동물병원에 품위있게 들어선다. 자세히 보니 130만 원 대의 구찌 후드 코트를 걸친 포메라이언이었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반려동물들의 패션과 미용까지 신경 쓰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발맞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펫 패션과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 뛰어들며 반려동물도 '명품'을 걸치는 시대가 왔다.
이태리 명품 패션하우스 발렌티노 행사장에서는 샤이니 키, 이던, 이선빈, 기은세가 자신의 반려동물과 함께 포토월 앞에 서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이 행사는 지난 6월 14일부터 이틀간 한남동에서 진행된 ‘발렌티노 가라바니 락스터드 펫’ 팝업 이벤트였다. 발렌티노의 ‘락스터드 펫’은 고객이 원하는 반려동물 그림과 이니셜을 제품에 담아 맞춤 제작하는 서비스로 2020년 출시됐다. 반려견을 위한 락스터드 목줄과 리드 줄도 함께 구매 가능하다. 30만 원 대의 목줄과 50만 원대의 리드 줄, 55만 원을 육박하는 애완용 풉백 케이스(배변 주머니)를 함께 연결하면 족히 130만 원대의 목줄이 완성된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에르메스는 다양한 반려동물 상품을 제공하며, 루이비통은 자신의 브랜드 강점을 녹인 반려견 이동장 외에도 개목걸이나 목줄 등 반려동물 상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에르메스는 163만 원의 반려견 밥 그릇부터, 250만 원 대의 목욕용 바스킷, 100만 원의 반려견 베드까지 다양한 품목의 애완견 용품을 선보인다. 루이비통은 436만 원짜리 도그 캐리어(반려견용 이동장)를 내놨다.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에다가 천연 소가죽을 트리밍한 디자인으로 내부엔 푹신한 카페트 매트가 깔렸다.
지난 6월에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처음으로 더블 G 로고 장식의 시그니처를 살린 '펫 컬렉션'을 선보였다. 구찌는 펫 컬렉션을 의류, 패션소품과 홈웨어 3가지 카테고리로 다변화했다. 패션 의류에서는 로고 장식이 더해진 130만원대의 펫 코드와 스웨터, 티셔츠를 선보이고, 패션소품으로는 500만원에 육박하는 펫 케리어 뿐만 아니라 목걸이, 하네스와 가죽 리쉬(개 줄) 등의 액세서리를 출시했다. 펫 홈웨어 카테고리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1100만 원 대 펫 베드와 구찌의 상징적인 프린트로 꾸며진 펫 보울 등도 만나볼 수 있다.
톰 브라운의 특유의 삼선 줄무늬를 활용한 목줄과 펫 스웨터, 베러사체의 바로크 무늬의 애견 침대와 금막의 로고가 담긴 가죽끈, 펜디의 로고가 박힌 나일론 코트, 가죽 리시 등 각각의 브랜드 시그니처가 담긴 반려동물 명품 패션 시장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펫을 위한 뷰티 시장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모레퍼시픽은 펫 케어 브랜드 '푸푸몬스터'를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린스타트업을 통해 2021년 11월 출범시켰다. 아모레퍼시픽은 펫 케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펫 전문 제품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는 트렌드에 주목했다. 브랜드 측은 70 여 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물에게도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펫 전문 브랜드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푸푸몬스터는 시장 차별화를 위해 '저자극', '안전' 이미지를 확립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비건 펫 케어'를 콘셉트로 한 제품을 출시했다. 비건 수딩 젤, 비건 샴푸, 비건 데오 스프레이 등 전 제품이 비건 인증을 받아 반려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 제품인 `펫 샴푸`가 매출 중 절반 이상을 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푸몬스터는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공간을 공략해 브랜드 팝업/부스 등을 마련하거나, 펫 전문 기업 놀로(Knollo)와 협업해 토크콘서트, 굿즈 등을 선보였다. 10월에는 펫 보험을 활성화하고 있는 ‘삼성화재’와 손잡고 아모레성수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푸푸몬스터 펫 샴푸와 펫 수딩 젤로 구성된 삼성화재 콜라보 키트를 선보이는 등 이종업계와도 활발한 콜라보 행보를 이어가며 펫 전문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2분기에 '스파크펫'이라는 반려동물 플랫폼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 를 확대한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8월 토탈 펫케어 브랜드 시리우스(Sirius)를 론칭하고 샴푸, 컨디셔너, 탈취제 등이 포함된 ‘시리우스 그룸’과 그룸의 프리미엄 라인인 시리우스 펫퓸(Sirius Petfume), 그리고 사료, 간식 등이 포함된 ‘시리우스 윌’을 운영하고 있다.
시리우스 그룸(Sirius Groom)은 반려견의 피부 고민별로 맞춤 케어가 가능한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 샴푸(2종)와 컨디셔너, 탈취제 등이 판매되고 있다. 샴푸에는 피부를 건조하게 하는 실리콘 및 석유계 계면활성제를 배제했다. 컨디셔너의 경우 알로에와 동백오일을 담아 깊은 보습 케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룸의 프리미엄 라인인 시리우스 펫퓸(Sirius Petfume)은 국내 최초로 비건인증원에 등재된 펫 관련 제품이며, 한국 비건인증원 동물용 의약외품 1호 2호 3호 모두 시리우스 펫퓸 제품이다. 동물실험을 일체 진행하지 않은 펫퓸은 반려견 용 샴푸로서, 반려견을 위한 100% 식물첨가물 성분을 사용하였으며, 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로만 구성되었다.
펫퓸은 동물성 성분 대신 식물성 정제 주정(사탕수수, 현미, 보리, 쌀, 고구마 등)을 함유했다. 또한, 센베리 퍼퓸하우스의 전문 조향사가 반려견을 위해 로우알러젠 향을 만들고, 연구원이 반려견의 피부와 모발을 위해 안전한 처방으로 설계한 반려견 용 샴푸를 선보이고 있다.
애경은 2016년 선보인 펫 브랜드 ‘휘슬’이 반려시장의 확대로 최근 매출이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경산업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려견·반려묘 샴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