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5호 김응구⁄ 2022.11.08 16:47:14
11월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크라운플라자 RDC호텔. 한국 국토교통부와 사우디아라비아 교통물류부가 처음으로 함께 준비한 ‘한·사우디 모빌리티 & 혁신 로드쇼’ 개막식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K-건설의 비전’을 주제로 한국 기업의 우수성과 정부의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발주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추진 중인 ‘비전 2030’이다. 이를 통해 총사업비 5000억 달러(한화 71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신도시 건설사업 ‘네옴시티’는 물론, 교통·관광 분야에서 매머드급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원희룡 장관의 이날 출사표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원희룡 장관은 “민·관이 하나 되는 ‘원팀코리아’가 5년 이내에 연 수주액 500억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건설 4대 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로드쇼에는 우리나라 기업 22개사가 참석했다. 이중 건설사만 9개사였다.
해외시장으로 눈 돌리는 국내 건설사
11월 8일 기준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255억8871만100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7억942만9000달러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수주 건수는 384건에서 470건으로 22% 늘었고, 시공 건수는 2056건에서 2294건으로 12% 증가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현재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후로 주택건설 경기가 많이 악화하자 해외로 눈을 돌려 반등의 기회를 찾는 것이다. 실제 국내 건설사가 올해 진출한 국가는 모두 94개국으로 지난해보다 8개국이 늘었다.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에 첫 도전장을 낸 건설사도 32곳이나 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곳보다 6곳이 늘었다.
지역별로 봤을 땐 아시아에서의 수주가 가장 많다. 107억2496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억7430만10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미 2021년 전체 수주량인 92억5257만4000달러도 넘어섰다. 이어 중동 수주가 74억5179만1000달러이고, 그 뒤를 태평양·북미(28억9963만4000달러), 유럽(28억7882만8000달러), 아프리카(11억4923만6000달러), 중남미(4억8425만9000달러)가 뒤를 따르고 있다.
건설사별로는 삼성물산이 49억548만 달러로 가장 많은 수주실적을 올렸다. 삼성엔지니어링(27억5373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25억5014만 달러), 현대건설(25억1651만 달러), 롯데건설(15억4372만 달러), 대우건설(10억181만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 들어 해외시장 진출에 빠른 행보를 보이는 대표 건설사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대우건설, 베트남·나이지리아서 굵직한 실적 올려
대우건설은 10월 26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스타레이크 신도시를 ‘하노이의 강남’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초대형 복합도시개발사업인 ‘B3CC1 프로젝트’의 첫 삽을 뗐다.
이 사업은 하노이 구도심의 기능을 분산하고 균형 있는 도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부지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⅔ 크기인 186만3000m² 규모이며, 총사업비는 약 3조1207억 원에 달한다. 전체 부지 중 주거용지 외 38만6000m²의 땅엔 상업‧업무‧복합 용지를 조성한다.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핵심 입지에 자리 잡은 B3CC1 부지는 노이바이 국제공항이나 대사관 밀집 지역과 인접해 있고, 특히 베트남 정부 부처가 신도시 내에 이전할 계획이어서 향후 오피스와 비즈니스 숙박시설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27일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어 카두나(Kaduna)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 낙찰의향서(LOI)를 접수했다.
카두나 정유시설은 1983년 일본 치요다(千代田)가 준공한 11만 배럴 규모의 정유공장이다. 긴급보수공사는 대우건설이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해 단독으로 수행할 예정이며, 내년 1분기까지 최종 계약 협상으로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발주처는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 NNPC사의 자회사인 KRPC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정유시설 노후화로 인한 낮은 가동률로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개보수공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약 6404억 원 규모의 와리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우즈베키스탄 내 대규모 민관합동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 참여도 가속화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0월 초 사디크 사파예브 국회 상원 제1부의장, 라지즈 쿠드라토프 대외무역부 제1차관, 아짐 아흐메드하자예프 에너지부 제1차관을 차례로 면담하면서 에너지, 수력발전, 고속도로 건설 등 인프라 개발사업에 관심을 표명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더구나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주요 인프라 개발 욕구가 매우 강하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대부분이 구(舊)소련 연방 당시 구축된 것으로, 노후도가 심해 신속한 개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내륙국 특성상 주요 도시에서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과 직접 연결하는 광역·연결 도로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에너지집약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DL이앤씨, GE가스파워와 친환경 발전소 건설
DL이앤씨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발전소 건설에 나선다. 이를 위해 10월 31일 카본코·GE가스파워와 공동 업무협약을 맺었다.
DL이앤씨는 2013년 보령화력발전소에 국내 최초 이산화탄소 포집 상용화 설비를 구현해, 지금까지 최고 수준의 CCUS 기술력과 수행 실적을 축적해 왔다. 지난 8월에는 친환경 탈(脫)탄소 사업을 확대하고자 전문회사인 카본코를 설립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3사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발전 산업의 신속한 저탄소 체제 전환과 선진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내 신규·기존 발전 시설에 CCUS 기술접목 방안 모색 △친환경 발전소 통합설계모델 기반 마케팅·영업 전략 구축 등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GE가스파워는 천연가스 발전 기술과 서비스·솔루션 분야에선 세계적인 회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스터빈을 설치했으며, 6억7000만 시간이 넘는 운영시간 기록도 보유 중이다.
현대건설, 필리핀·쿠웨이트서 잇따른 낭보
현대건설은 지난 9월과 10월 필리핀, 쿠웨이트에서 잇따른 낭보를 보내왔다.
먼저, 10월 6일에는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공사와 관련,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본계약에 서명했다.
현대건설은 9월 필리핀 교통부가 발주한 남부도시철도 4·5·6공구 공사의 낙찰통지서(NOA)를 접수했다. 현대건설은 일부 기초공사를 제외한 모든 공사를 총괄한다.
필리핀 남부도시철도 공사는 수도 마닐라 도심에서 남부 칼람바를 연결하는 총연장 56㎞ 철도 건설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총 9개 공구 중 4·5·6 등 3개 공구를 담당해, 지상 역사(驛舍) 9개와 32㎞의 고가교(高架橋)를 세운다. 총사업비는 2조 원,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57개월이다.
이에 앞서 9월 20일에는 쿠웨이트 항만청으로부터 슈웨이크 항만 추가 건설과 개보수공사 낙찰통지서(LOA)를 접수했다.
이 공사는 기존 슈웨이크 항만 1.3㎞ 구간을 개선·확장하는 사업이다. 공사금액은 2200억 원이며, 공사 기간은 36개월이다. 현대건설 사업수행분은 전체 규모의 70%에 해당하는 1540억 원이다.
수도 쿠웨이트 남서쪽 인근의 슈웨이크항(港)은 쿠웨이트만에 인접한 핵심 산업단지다.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집결된 쿠웨이트 최대 항만이자 자유무역지역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기존의 낡은 항만시설을 개선하고 일반화물 6선석과 벌크화물 1선석 등 7개 선석을 추가로 건설해 쿠웨이트 물류 활성화와 경제 발전에 일조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1977년 ‘슈와이바 항만 확장공사’를 수주하며 쿠웨이트에 처음 진출한 이후 45년간 도로·정유공장·발전담수·송변전 등 64건 공사에 122억 달러가 넘는 국가시설을 건설했다.
정부, 해외시장 진출 도우미 역할 자처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부합하듯 원희룡 장관은 11월 1일 열린 ‘해외건설·플랜트의 날’ 기념식에서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원팀코리아를 구성해 외교와 금융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고부가가치 분야의 기술개발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이와 더불어 고용노동부도 해외 건설공사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별연장근로제’ 가용 기한을 현행 90일에서 180일로 연장하며 해외경쟁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중동, 동남아, 몽골 등 각국에 진출한 건설사들은 모래폭풍, 우기, 언 땅 등 현지 환경과 기후 사정 때문에 일정 기간 집중적인 노동이 불가피하다며 주 52시간 초과 근무 일수 확대를 요구해왔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지난 8월 정부가 전방위적인 해외건설 지원을 위한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수립함에 따라 정교한 지역별 맞춤형 수주전략이 마련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원팀코리아’의 협력체계가 가동될 것으로 해외건설업계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호 회장은 이어 “우리 건설기업들이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와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트렌드에 맞는 치밀한 수주전략을 구사하도록 정부, 공기업, 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