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2.11.18 17:12:32
18일 아침 용산 대통령실 로비에서 벌어진 이기주 MBC 기자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비서관 사이의 고성-반말 말다툼은 아마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해프닝이 될 듯 싶다. 과거 청와대 시절의 최대한 격식을 갖춘 비서진과 기자단 사이에선 이런 말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4박 6일에 걸친 장기 해외순방 일정 뒤 첫 출근길의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을 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MBC 기자에 대한 전용기 탑승 거부에 대한 질문을 MBC 기자가 했고 대통령이 이에 ‘MBC의 악의적 왜곡 보도 탓에 어쩔 수 없었던 조치’라는 요지의 발언을 마치면서 사태는 불거졌다.
MBC 이기주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죠?”라고 묻자 대통령은 답변 않은 채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에요?”라고 계속 묻자 현장에 있던 이기정 홍보비서관이 “돌아나가시는데 왜 계속 질문을 하냐?”고 따졌고, 이에 이 기자는 “당신이 대통령이냐. 왜 질문을 못하게 막냐”고 따지면서 약 2분 정도 설전이 이어졌다.
관련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십만 뷰를 올리고 있고, 댓글에는 이 기자에게 “항의 잘 했다”며 격려하는 내용부터 “쓰레빠(슬리퍼) 신고 대통령에게 질문을” 등 비난 내용까지 이어지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지난 9월 22일 한국을 강타했던 이른바 ‘대통령 비속어 파문’이 두 달 만에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모양새다. 당시 대통령의 발음을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쩌나’라고 듣는 의견과, ‘날리면 쪽팔려서 어쩌나’라 듣는 의견이 나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사안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모양새였으나, 대통령실 복도에서의 고성-반말 말싸움 탓에 “다시 들어보자”는 흐름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연속 질문을 퍼부은 MBC 이기주 기자는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당시 민간인 신 모 씨(검사 출신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를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출국한 사실을 단독 보도해 6월에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바 있다.
이 기자와 말싸움을 벌인 이기정 비서관은 YTN 선임기자 출신으로, 지난 8월 임명 당시 2021년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으로 강신업 변호사(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의 전 회장),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려 ‘김건희 라인 아니냐’는 의혹(한국경제 8월 3일자 ‘이기정 신임 홍보비서관, 김건희 라인 인물들과 인연 눈길’)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