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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45년 ‘템포’, 보수적 한국 시장에 생리를 스토리텔링하다

1977년 시장에 첫 선 보인 템포, 광고에 요조숙녀 대신 스케이트보드 타는 소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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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윤수⁄ 2022.11.24 14:54:17

1970년대 후반 템포 광고는 요조숙녀 대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소녀가 등장할 만큼 파격적이었다. 사진=템포

70년대 이전까지는 딸이 시집을 갈 때 서답 또는 개짐이라 부르는 삼베나 모시로 만든 생리대를 지참하게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만큼 생리용품을 일회용으로 쓴다는 인식조차 부족했던 시기다.

일회용 생리용품의 등장은 산업화와 밀접하다. 산업화가 되고 여성에게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열리면서 여성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동시에 생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생리를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운 행동으로 취급하곤 했다.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1977년 동아제약의 ‘템포’ 광고는 충격이었다. 광고는 이상적 여성상인 요조숙녀 이미지와 거리가 먼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짧은 원피스를 입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학생, 해변가에서 팔다리를 드러낸 채 물놀이를 하는 여성들, 야구를 즐기는 소녀의 모습을 담았다.

80~90년대 템포는 ‘자유’, ‘혁명’, ‘해방’ 등의 메시지와 연결 지은 광고물을 선보이며 탐폰의 최대 강점을 생리기간의 활동성으로 풀어냈다. 이 시기에 해외에선 탐폰 사용률이 패드보다 훨씬 높았다고 알려진다. 1981년 작성된 기록물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의 체내 삽입형 생리용품 시장 점유율이 10%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스웨덴·스위스에선 90%, 미국은 약 70%에 이르는 여성들이 탐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탐폰을 소개한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지만 시장은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 많은 생리용품 브랜드들이 탐폰을 출시했다가 곧 사업을 철수했던 때이다. 그럼에도 템포는 탐폰을 놓을 수 없었다. 단편적인 생리용품만으로는 모든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1981년 3월 템포 광고 사진. 사진=템포

심지어 템포는 전화로 연결하는 ‘템포 상담실’을 운영하며 샘플을 보내고, 탐폰이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들에게 세세히 사용법을 안내했다. 덕분에 90년대 후반 국내 탐폰 시장의 90% 이상을 템포가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 발 앞선 제품력, 광고는 더 파격적

 

이후 제품력을 업그레이드해 2001년엔 원터치 삽입식 탐폰 ‘뉴템포’를, 2006년엔 생리량이 많은 날에 사용할 수 있는 ‘탐폰 슈퍼’를 출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08년부터 시작된 순면 100% 흡수체 도입이다. 생리용품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 Volatile Organic Compounds) 파동이 2017년에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이른 시기다. 템포는 민감한 신체에 닿는 제품일수록 안심할 수 있는 소재여야 한다는 원칙 아래 화학 소재의 사용을 최소화해 나갔다.

이때 유명한 광고가 생리량 3배의 용액이 담긴 비커를 템포 탐폰으로 막아두고, 익스트림 바이크 선수의 360도 회전에도 끄떡없는지 확인하는 실험 장면이다. 흡수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스토리텔링이었다.

탐폰 시장의 No 1.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템포는 2019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팬티라이너를 시작으로 이듬해 중형, 대형, 오버나이트 패드류를 출시한 것이다. 올 초 디지털 채널에서 공개된 광고는 템포 패드의 대표격 오버나이트를 소개했다. 템포 오버나이트는 43㎝라는 전례 없던 길이에 앞샘 방지 스퀘어 패드 구조를 갖춘 제품이다. 100% 유기농 순면커버로 독일 더마테스트의 피부 자극 테스트에서 Excellent 등급을 받기도 했다. 광고 후 판매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선구자적이며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생수와 같다. 템포 관계자는 “템포의 역사는 만연한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누구도 찾지 않았던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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