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7호 김응구⁄ 2022.12.09 16:14:54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대의기구(代議機構)이자 의사결정 기관이다.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만큼 그들에 의해 선출된다. 책임은 막중하다. 그 지역의 실정에 맞는 조례(條例)를 제정하고, 집행기관이 편성한 한 해 예산을 의결하거나 결산을 승인한다. 지역주민을 대표해 집행기관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지방의회와 결정된 의사를 수행하는 집행기관으로 나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서울의 자치구에 대입하면, 지방의회는 구의회이고 집행기관은 구청에 해당한다.
지방의회 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지난 6월 1일, 대한민국 국민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투표로 뽑았다. 지방의회 의원은 자치구마다 그 수가 다르다. 그 지역 인구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전체 의원을 대표하는 의장(議長)과 부의장은 2년마다 한 번씩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집행기관은 한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을 계획하고 꾸려나간다. 지방의회는 그런 집행부가 제대로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그래서 집행기관은 한 집안의 어머니, 지방의회는 아버지로 비유하곤 한다.
누구나 자신을 대표하는 그 지역의 의원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관심 가져야 한다. 때론 적당한 간섭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발전하고 정치 수준도 높아진다.
지방의회의 중요성을 아무리 떠들어봐야 이해가 쉽지 않을 듯하다. 서적으로는 일일이 찾아보기 귀찮고, 인터넷으로는 앎의 정도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의회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는 김에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을 만나 여러 얘기를 물어보기로 했다. 오랜 고민 끝에 25개 자치구 중 성북구의회를 선택했다. 그리곤 바로 오중균(吳仲均·더불어민주당) 의장을 만났다.
- 요새 정례회 기간이어서 무척 바쁘실 텐데, 일부러 시간 내주셨어요. 먼저, 성북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잘 오셨습니다. 우선, 성북구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역사를 품은 도시예요. 세계문화유산인 ‘정릉’과 ‘의릉’을 포함해 수많은 문화유적지가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도시죠. 관내에는 대학교가 여덟 곳이나 됩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아요. 배움의 도시라고도 할 수 있죠. 더불어 전통과 젊음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무한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의장님은 3선(選) 의원이기도 합니다. 초선이나 재선 때와 달리 마음가짐이 또 다를 텐데요.
“지금 와 돌이켜보면, 지난 7대 의회(2014~2018년)에 입성해 초선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성북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시기였어요. 9대 의회이자 3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지금은 저, 의회, 집행부의 ‘우리’가 성북의 발전을 위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기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지난 8년간 현장 곳곳을 누비며 지역주민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지속적인 정책 연구에 몰두했더니 복합적인 상황을 두루 고려하는 성숙한 통찰력을 갖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 말씀대로 초선 때는 정말 왕성하게 의정활동을 하셨을 듯싶어요.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는 열정적으로만 움직였죠. 초선 때 공약은 복지 쪽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복지와 관련한 사업에 많이 집중했죠. 재선 때는 아무래도 초선 4년 동안 경험한 게 있으니 여유가 좀 생겼어요. 의정활동의 시야도 더욱 넓어졌고요. 근데, 아무리 좋은 사업이어도 사실 4년 만에 이루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재선 때 최종적으로 이행하는 그런 점도 적지 않습니다.”
-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9대 의회가 구성됐습니다. 9대 성북구의회의 특징을 간략히 말씀해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전 그때마다 ‘열정과 경륜이 조화를 이루는 의회’라고 답합니다. 우리는 의원 스물두 명 가운데 초선의원이 열한 명이고 재선(2~5선)의원이 열한 명이에요. 초선의원의 뜨거운 열정과 재선의원의 성숙한 경륜이 조화를 잘 이뤄, 더욱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초선의원이 열한 명이군요. 갑자기 드는 생각이 뭐냐면, 최근 들어 지방의원들의 역량 강화가 무척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잖아요. 그럼 의회 차원에서 이를 위한 교육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겠구나 싶습니다.
“제가 의장이 되고 나서 의원들에게 얘기했던 게 ‘공부하는 의회를 만들자’였습니다. 사실, 초선 때는 잘 몰라요. 제 경험을 봐도 그래요. 예산서를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거든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은 초선 때 잘 배우고 알아놔야지,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요. 지금은 상임위원회별로 임시회나 행정사무감사하기 전에 전문위원과 함께 2~3일씩 공부하죠.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 자신의 지역구, 그러니까 현장 곳곳을 다니며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시간으로도 하루 24시간이 빠듯할 텐데, 공부까지 하려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장 민원은 언제든 듣고 처리할 수 있어요. 그러나 공부는 그때가 아니면 안 됩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기본적으로 예산서는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지역을 책임지는 건 둘째, 그 전에 집행부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첫째죠. 허나, 각자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선택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장이라고 공부하자, 말자 할 순 없는 노릇이에요. 그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죠. 그래도 우리 초선의원들은 본인이 열심히 합니다. 스스로 깨우친 듯해요.”
- 그런 초선의원들을 돕는 역할도 게을리 해선 안 되겠군요.
“지방의회에 요구되는 행정수요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요. 그에 따라 그간의 관성(慣性)에 젖은 정책으로는 문제의 대안을 정밀하게 제안할 수 없죠. 그래서 지방의회의 혁신적인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런 이유로 9대 의회 절반 비율을 차지하는 초선의원의 성숙한 의정활동을 위해 정책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임위원회별로 소관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연구나 현장방문을 소홀히 해선 안 되죠. 이 또한 틈틈이 진행하면서 더욱 선도적인 의회로 나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녜요. 하지만 이게 우리 의원들 일입니다. 이를 하고자 지역주민들에게 선택받은 거죠. 앞으로도 의장으로서 구정(區政)과 의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 의회의 가장 큰 역할은 집행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입니다. 그것이 가장 첫째 조건임은 분명하지만, 그와 함께 집행기관과의 상생 역시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방의회는 집행기관과 지역 발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해 협조하는 동반자적 관계입니다. 더불어 집행기관의 정책 방향과 결과를 두루 살피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양해야 하지만, 집행기관의 행정 절차가 구민 복리 향상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도 의회와 집행기관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 올해는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성북구의회뿐만 아니라 모든 지방의회 입장에선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의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은 어떤 의미일까요. 잘 모를 독자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올해 1월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그간 지방의회의 가장 큰 숙원사업이었던 ‘인사권 독립’이 시행됐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의회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죠. 그 이전에는 지방자치단체장에 귀속돼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방의회의 조직권과 예산편성권은 아직 확보하지 못해, 진정한 자치분권을 기대하는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인사권 독립과 더불어 지방의회의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그에 따라 ‘정책지원관’을 채용했고요. 이들이 가진 역량을 아낌없이 펼쳐 더욱 성과 있는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죠. 물론, 시행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역량 강화를 통해 구민이 신뢰하는 대의기관으로 위상을 확립하고, 아울러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을 이루도록 더욱 노력해야죠.”
(정책지원관은 구의원들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조례나 예산안 심의·의결 등의 입법 활동은 물론, 행정사무감사·조사와 의정자료 수집·분석에 관한 각종 지원 업무를 맡는다)
- 이제 의장님 개인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처음 어떻게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되셨죠?
“저는 청년 시절 고향을 떠나 이곳 성북구에 정착했어요. 그리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지역 활동이라든지 봉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새마을단체, 의용소방대, 생활안전협의회, 청년회… 여러 단체에 가입해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다 이를 눈여겨본 주민들이 구의원에 출마해보라고 권유했죠. 처음엔 마다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적지 않은 분이 지지해주셔서 출마를 결심했죠. 물론 실패도 겪었습니다. 개의치 않았어요. 또 도전했죠. 결국, 크나큰 성원에 힘입어 지금 의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서게 됐습니다. 기쁘죠. 하지만 날이 갈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무게감도 상당합니다. 누구나 그러잖아요. 구민을 위해 더 애쓰라는 뜻으로 여기고 더욱 활발히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정말 그렇습니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그게 진심이에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성북의 발전에 어떤 방법으로든 기여할 생각입니다.”
- 평소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필요하다 생각한 건 꼭 행동으로 옮기는 성격인 듯 보입니다.
“잘 보셨어요. 진짜 그래요. 저는 지금도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으며 직접 현장에서 민원처리하고 사진 찍고 합니다. 하루에 6시간 이상 못 자요. 휴대전화번호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일이 쉽진 않은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다 알려주고 24시간 전화 받습니다. 제가 ‘즉석민원’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제게 오는 민원은 처리가 잘 되든 안 되든 그 답을 하루 이상 가지 않도록 해요. 구의원에게는 해결이 쉽지 않은 민원만 들어와요. 해결되는 민원은 연락 올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민원을 듣고 나면 확실히 해두죠. 법에 저촉되는 사항은 해결할 수 없다고. 아예 그 부분은 확실히 못박아두고 얘기해요.”
- 의장님 지역구는 돈암1동과 종암동입니다. 지역주민들은 주로 어떤 문제점을 얘기하나요.
“아무래도 주민 소통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해요. 쉽진 않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내 유휴(遊休)부지를 찾아 매입한 후 주민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종암동 내에 ‘거점형 마을 활력소’를 추진하면서 공유 오피스와 서울형 키즈카페 등 여러 세대를 위한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있죠. 또 하나, 제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보니 청년시설이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청년들 취업이나 교육에 필요한 공간인 청년센터 건립도 현재 추진 중입니다.”
- 와서 보니 생활민원 사항으로 교통 관련 민원도 많을 듯한데, 맞나요?
“성북구는 특히 복잡한 도로와 교통 소외지역에 관한 민원이 많아요. 그래도 지난해에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1128번 버스 노선을 연장하고 정류장 세 곳을 신설했죠. 지하철역이 멀어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교통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어요. 참 다행입니다.”
- 3선째인 만큼 나름의 의정 철학도 있으실 텐데요.
“지방의원은 구민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데서 구민의 삶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하죠. 구민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대변하는 자임을 늘 잊어선 안 됩니다. 저는 지난 8년간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고질적인 수많은 민원을 해결해 왔다고 자부해요. 책상에만 앉아선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지역의 문제점과 주민 민원을 살피고, 더불어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정책을 개발하고자 애써왔습니다.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아 이 자리에 선 만큼 그분들에게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열과 성을 다할 겁니다.”
- 내년도 의정을 위해선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간략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코로나19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역경제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체계를 중점으로 마련하고자 합니다.”
- 빤한 질문으로 마무리할게요. 앞으로 성북구를 위해 어떤 의정을 펼칠 건가요.
“무엇보다 누구나 살기 좋은 성북구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어두웠던 곳에는 활기를 불어넣고, 갈등으로 분열된 부분은 화합으로 봉합하면서 모두가 살기 좋은 성북을 만들고 싶어요. 저를 포함한 의원 스물두 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면서 지금의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는, 슬기로운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의장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나갈 겁니다. 믿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이 됐어도 평의원 시절과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더 바빠졌고, 그런 만큼 시간을 더 쪼갤 뿐이다. 여전히 쓰레기 치워달라는 연락이 온다. 전화벨은 새벽과 한밤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분들이 고맙다. 일할 거리를 주니 말이다.
말로만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니 무조건 움직인다. 지금도 눈이 많이 오면 누구보다 먼저 나가 치우고, 재난현장에선 맨 앞에 서 있는다. 나도 하니 너희도 같이하자, 이게 생활 모토이자 의정 철학이다.
선거 땐 ‘폴더인사’로 유권자 앞에 납작 엎드리더니, 당선되고부터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이후에는 상전 노릇한다? 적어도 성북에선 옛말 된 지 오래다. 지역주민에게 인정받으면 선택은 뒤따른다. 일단, 오중균 의장은 이를 수치로 증명했다. 7대 의회 선거에선 득표율 46%를 기록했다. 8대에선 62%다. 이번 9대는 무투표 당선이다. 믿기지 않는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