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2.12.12 11:52:02
해마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투표로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결정하는데, 올해는 ‘과이불개(過而不改)’가 꼽혔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올 한해의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로 이를 꼽았다고 11일 밝혔다. 11월 23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으며, 과이불개는 50.9%(476명)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박현모 여주대 교수이자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은 과이불개를 추천한 이유로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이불개를 꼽은 교수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잘못”(60대·공학),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40대·사회), “여당이 야당 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60대·예체능) 등의 의견을 냈다.
또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50대·인문), “잘못하고 뉘우침과 개선이 없는 현실에 비통함마저 느껴진다”(50대·의약학)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과이불개는 논어(論語)의 ‘위령공편(衛靈公篇)’에 처음 등장한다. 공자(孔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나온다. 예를 들어, ‘연산군일기’ 3년 6월 27일에는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을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이를 고치지 않음을 비판했다.
과이불개에 이어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이 137표(14.7%)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129표·13.8%),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124표·13.3%),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69표·7.4%) 등이 사자성어로 추천됐다.
한편, 지난해는 사자성어로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가 꼽혔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