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사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쌍용자동차의 신규 사명은 'KG모빌리티'다. 1986년 쌍용그룹이 인수하며 동아자동차였던 사명을 1988년 쌍용자동차로 바꾼지 35년 만이다.
이 같은 사실은 KG그룹의 곽재선 회장에 의해 직접 발표됐다. 22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전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2 자동차인 시상식'에서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쌍용자동차에서 'KG모빌리티'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 ‘산업부문 공로상’을 수상한 곽 회장은 수상 소감을 통해 "(인수 후) 가장 고민하던 난제 중 난제가 사명을 쌍용차로 할 것인가, 그룹사 이름인 KG모빌리티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며 "쌍용차라는 이름에 팬덤층이 있는 반면, 그동안 씌워져 있던 아픈 이미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픈 이미지란 1998년부터 수차례 매각과 회생절차 등을 반복해 온 역사와 2009년의 구조조정에 반대한 450여명이 77일간 정리해고에 저항한 옥쇄파업 등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곽 회장은 "쌍용차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시에 새로운 이름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면서 “모두 다 바꿀 것이다. 올해 주총을 통해서 ‘KG모빌리티’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앞으로 새로운 차에도 KG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올 것"이라고 말하며, 사명과 함께 브랜드 로고도 교체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쌍용차는 내년 3월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명을 변경할 계획이다.
그간 쌍용차는 여러 부침을 겪어왔다. 1954년에 설립된 쌍용차의 전신 하동환자동차제작소는 1977년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변경했고, 이후 건설이 주력 사업인 쌍용자동차에 1986년 11월 하동환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지금의 '쌍용자동차' 사명이 탄생했다.
쌍용차는 코란도 훼미리, 무쏘 등을 성공시키며 국내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1998년 대우그룹에 매각되고, 대우그룹마저 외환위기로 무너지면서 1999년 다시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에도 중국상하이자동차, 인도 마힌드라그룹 등 새주인을 맞이했으나 안정적 경영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재매각과 기업회생 절차가 반복됐다.
기업 생존의 위기 속에서 KG그룹이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되고, 지난 8월 KG그룹의 인수대금 완납으로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하면서 쌍용차는 18년 만에 국내 기업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KG그룹의 곽재선 회장은 지난 9월 쌍용차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쌍용차를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역사적 부침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남다른 각오와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한 KG모빌리티가 새로운 사명과 함께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